열어 놓은 창으로 맑은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었다.
“여러분, 오늘 반가운 선물이 도착했어요!”
교실에 들어선 선생님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짠! 이게 뭘까요?”
선생님이 책 한 권을 들어 보였다. 구름을 탄 강아지가 그려진 표지의 책이었다.
“3주 전에 만났던 윤봄희 작가님이 새로 나온 책을 선물로 보내 주셨어요. 학급 문고로 두고 보라며 반마다 한 권씩 보내셨네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와! 소리쳤다. 재미있어 보이는 표지에 나도 호기심이 솟았다.
“읽고 싶은 친구들은 차례 정해서 보면 되겠지요?”
아이들이 책을 서로 먼저 보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자, 잠깐! 그리고 작가님이 어떤 친구에게 따로 선물을 보내 주셨어요. 너무 좋겠지요? 누굴까요?”
선생님이 책 한 권을 더 보여 주며 말했다.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난가? 저 맞죠, 선생님?”
이호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했다. 당장이라도 앞으로 튀어 나갈 기세였다.
“작가님이 너한테 왜 선물을 보내냐?”
다미가 어림도 없다는 듯 톡 쏘아붙였다. 그래도 이호준은 마냥 벙실거렸다. 오늘은 옆통수에 까치집을 짓고 있었다.
“윤봄희 작가님의 특별 선물을 받을 친구는 바로…”
선생님이 우리를 둘러보며 빙긋 웃었다. 조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교실은 끽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먼지가 나풀거리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그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선생님이 시상식 사회자처럼 뜸을 들였다. 갑자기 내 안에서 작은북이 동동동동 울렸다. 불꽃이 터지기 직전의 까만 밤하늘에 울리는 작은북 소리.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안, 소, 윤!”
불꽃이 팡 터졌다. 동동거리던 작은북 소리가 둥둥둥둥 큰북 소리로 바뀌었다. 반 아이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했다.
책을 펼쳐 보니 꽃봉오리 사인과 함께 구름 모양 엽서가 끼워져 있었다.
소윤 친구에게.
그날 친구들이 정성껏 써 준 메모지를 제대로 다 보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챙겨 온 메모지를 집에서 보고는 더 아쉬웠어요.
소윤 친구가 마음을 담은 메모지를 세 장이나 써 주었더라고요.
두두의 이야기를 재밌게 읽어 주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줘서 고마워요.
그 자리에서 봤다면 바로 인사 나눴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요.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사할게요.
소윤아, 안녕? 소윤이 친구 다미도 안녕?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고, 우리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
두근두근. 그날처럼 가슴이 뛰었다. 윤봄희 작가님의 마음이 내게로 날아왔다. 두둥실 구름을 타고. 꾹꾹 눌
러 담은 내 마음이 바람에 흩어지지 않고 전해진 거다.
소윤아, 안녕? 다정한 인사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