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으로 대해주시죠
MBTI도 e가 나오는 외향형이고 퇴근 후에도 모임에서 사람 만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는 걸 좋아한다. 아주 예외적으로 수영장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공통분모가 수영뿐인 사람들이라서 그런 걸까? 선생님 말고 다른 분이 말 걸면 쬐끔 부담스럽고 물 속으로 숨고 싶다.
평영 진도 같이 나가는 엄마뻘 되시는 분이 계시다. “평영 발차기 어떻게 하는지 알아요? 되게 안되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앞으로 잘 안 나가지죠.”
말을 거는 듯 안 거는 듯 혼잣말인 듯 아닌 듯 묘하게 옆에서 조근조근 말씀하시는데 대답하면 더 말 거실 것 같아서 계속 안 들리는 척하고 있다.
아직은... 수영할 때는 조용히 있겠어요. 회사 가기 전에 기 빨리면 안 되거든요.
오리궁뎅이 자세
지난 수업에 이어 평영 발차기를 했다. 다리를 w자로 잘 꺾어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다. 엉덩이가 계속 떠올라서 엄청 웃긴 자세가 된다. 다리가 바깥쪽으로 발라당 젖혀지는데 교정이 안된다. 떠오르는 엉덩이를 물속으로 넣으려면 다리를 제대로 굽혀야 하는데 왜 이렇게 생각처럼 안되는지. 다음 주에는 손동작을 나간다고 하셨다. 하나가 안 됐는데 둘을 나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배고파!
오버나이트 오트밀 20g을 먹었는데도, 수영이 끝나니 배가 미친 듯이 고팠다. 뱃속이 텅 빈 동굴이 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새벽에 집 나올 때 날이 꾸물꾸물하더니, 버스 내릴 땐 한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졌었다. 수영 끝난 후에는 비가 제법 세차게 오고 있었다. 어제 분명 일기예보를 봤는데도 귀찮아서 우산을 두고 왔다. "비가 올 때 우산 사줄 바엔 차라리 나는 같이 맞는 게 좋으니까 걷자 같이" 파테코의 Rainy Day처럼 비 맞는 걸 좋아해서 우산을 챙기는 일이 거의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비 맞기 싫을 때가 있는데, 얼굴에 꽤나 공을 들인 날이 그렇다. 마침 그게 오늘이었는데, 좋아하는 옷으로 골라 입어 화장 안 할 수 없는 날이었다.
회사 건물로 바로 들어갈까 하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다시 나왔다. 비에 화장이 지워져도 어쩔 수 없다. 이렇게 고픈 배를 가만히 두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계란이 먹고 싶었다. 편의점 가는 내내 촉촉한 반숙을 먹을지 찜질방 떠오르는 훈제 계란을 먹을지 고민했다. 계란말이나 계란찜보다는 가공 안된 맛이 당겼다. 냉장고 앞에서 조금 고민하다가 2구짜리 3개 종류로 샀다. 녹차 계란, 반숙, 훈제 계란까지 다양하게 먹었는데, 혼자 다 먹은 건 아니고 회사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계란 나눠 먹는 중에 대표님이 지나가다 말고 “수영 그 평영 발차기는 잘 배웠어요?”라고 물어보셨다. 잘 배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고 말했다. 언젠간(?) 잘하게 될 거니까 거짓말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