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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Mar 29. 2024

그런 미니멀 라이프 하지 않으련다

일상의 단상


그런 미니멀 라이프 하지 않으련다


언제부턴가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이 은근 유행어처럼 돌고 있다.

요즘 흔히 쓰는 말 미니멀 라이프는, 우리나라 말로 하면 '단출한 삶'이라 할 수 있겠다.


단출한 삶을 산 본보기 될만한 사람을 떠올리라면 세상에 많이 알려진 인도의 간디, 월든 숲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 우리나라 법정 스님이 아닐까 싶다.

법정 스님은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요.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라고 말하며 살았던 간디나 소로우의 글과 삶을 본받고자 노력한 것으로 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작은방에 '죽비 하나 방석 하나 가사 한 벌' 보기만 해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군더더기 없음에서 오는 개운함과 산뜻함 그리고 홀가분함 나도 좋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진짜 사실이고 진짜 현실일까!

물론 사실이고 현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이다.

만약, 평생 사는 동안 날씨에 따른 온도 변동이 크게 없이 따뜻하다면, 계절은 물론이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크지 않다면, 그래서 한두 벌 옷으로만 살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목숨을 잇는 일, 그러니까 먹는 일에 필요한 것 솥이나 냄비 밥그릇도 한두 개, 수저도 한두 벌이면 족할 일이리라.


그러나 기후가 계절마다 바뀌고 아침저녁으로 다른 기온의 우리나라 날씨로는 최소한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것만 꼽아도 '단출'하고는 거리가 멀어진다.


100년 살았던 살림과 6년, 8년 살았던 살림을 이사한 경험이 있다.

많이 살았을수록 짐이 많았다.

마치 나이테 많은 나무가 뿌리도 넓고 깊게 뻗어 있듯이 짐 또한 종류는 물론 인연 따라 사연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이삿짐을 싸고 풀 때마다 더 이상 짐을 늘리지 않고 줄이리라 다짐하며, 일상의 살림에 쓰이는 걸 뺀 나머지 가운데 버릴 것과 버려도 될 것을 추려보았다.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것들을 가만히 보니 선물로 받은 장식품들 어느 집의 미니멀 라이프에 추려져 이 공간에서는 쓰일지도 모르겠다고  물건들이었다.


그랬다. 내 집을 채우고 있는 많은 '물건들'은 이미 어느 곳에 한 번 이상 있던 것들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 물건들이 나의 집에서 짐 취급을 받다가 내침을 당해 집 밖으로 나간다면 어디로 갈까!'


https://imnews.imbc.com/original/mbig/6398520_29041.html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우리나라 반대편 아프리카 어느 곳에 없던 산이 생겼다는 것. 그 산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건 물론이고 풀 꽃나무 한 그루도 살 수 없는 쓰레기산이라는 사실을.

대서양 어느 한가운데 없던 섬이 생겼다는 것. 그 섬 또한 생명이 살 수 없는 쓰레기섬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니까 쓰레기산은, 내가 우리가 안 입는 옷들이 그곳으로 실려가 만들어진 것이었고, 쓰레기섬은, 단출함과 편리함을 좇으며 산 결과로 생긴 섬이었다.


https://youtu.be/pP3YGyND0VU


그랬다. 채워져 있던 어느 공간이 비워지면 다른 곳의 어느 공간이 채워지고 있었다. 그건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이치고 진리였다.

그럼에도 우린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출한 삶'이라는 그럴듯하고 멋진 낱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진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이들 가운데는, 보이는 공간은 깔끔함은 물론이고 무소유를 실천하는 수행자의 방처럼 군더더기 없이 텅 빈 공간이어서 감탄과 부러움을 사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이들에게는 비밀 공간이 있다. 텅 빈 방 뒤편 남들은 볼 수 없는 가려진 공간엔 온갖 물건들로 꽉 채워져 있다. 창고 같은 방이 따로 있는 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텅 빔은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다.

나의 집 비움이 어느 곳에선 쓰레기산 쓰레기섬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볼 문제다.


나는, 외출할 때 입는 옷은 (계절 때문에)벌로는 되겠기에 여기저기서 받은 옷이 네 벌이 넘는다.

그 밖에도 막 입는 옷들이 두껍거나 얇은 게 죽을 때까지 입어도 될 만큼 몇 벌 된다.

가능하다면 더 사거나 구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쓰고 있는 물건들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사거나 얻지 않는 걸 목표로 삼아야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함부로 버리지도 말아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라이프고 단출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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