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폐 May 10. 2024

'부처님오신날'엔 부처가 오지 않았다

종교 단상

가난한 할머니 이야기

머어~~~언 옛날 인도 어느 도시 어느 마을에 아주아주 가난한 할머니가 살았대요. 얼마나 가난한지 잠은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자고 옷은 누가 버리는 옷을 주워 입고 밥은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니며 빌어 먹었대요.

그날도 밥을 빌으려 마을로 갔는데 사람들이 두런두런 웅성웅성거리는 게 여느 때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네요.

할머니는 궁금하여 밥을 비는 것도 잊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봤대요. "이 마을에 무슨 큰일이 났는가요?"

사람들은 대답 대신 바쁘다는 듯 그냥 지나치거나 걸리적거리지 말고 비키라는 듯 휘익 지나쳐버렸지만 할머니는 계속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었고, 마침 마음 고운 어떤 이가, "오늘밤 우리 마을에 고따마 붓다가 오신대요~ 오셔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신대요. 그래서 사람들이 붓다가 오시는 길목을 환하게 밝히려 등을 마련하고 등을 걸려고 바쁘답니다. 나도 등을 켤 준비를 하러 가야 해요."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처럼 등을 켜고 싶었어요. 하지만 등 심지를 태울 기름도 없고 기름을 살 돈도 없었어요. 하루하루 구걸을 해서 밥을 먹던 할머니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굶기로 하고 대신 기름 살 돈을 구걸하기 시작했어요.


배가 고픈 걸 꾹 참으면서 온종일 한 푼 두 푼 구걸을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 돈을 가지고 기름 가게로 갔어요. 한 종지도 안 될 돈을 가지고 와 기름을 달라고 하니 기름 가게 주인은 딱하다는 듯, "이 기름으로 뭘 하게요?"라고 물었어요. 할머니는 고따마 붓다가 오셔서 말씀하시는 곳에 등불을 켜려고 한다고 했어요.

기름 가게 주인은 곧 쓰러질 듯한 할머니의 모습과 간절함에 감동하여 기름을 더 얹어 주었대요. 할머니는 작고 보잘것없는 등을 구해 붓다가 계시는 곳으로 갔어요.

그곳엔 이미 크고 화려한 온갖 등이 걸려있었어요. 할머니는 아무도 안 거는 구석지고 어두운 곳에 등을 걸고 불을 켰어요. 그리고 붓다가 하시는 말씀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마음 기울여 들었어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주시는 붓다의 말씀에 배고픈 것도 잊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평안하고 기뻤습니다. 말씀에 푹 빠져있다 보니 새벽이 되었습니다. 말씀도 끝나고 사람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갔어요. 할머니도 행복한 마음을 가득 안고 그곳을 떠났어요.


'부처님오신날'거리마다 사찰마다 내거는 연등의  유래가 되는 이야기다.


공휴일

며칠 뒤 5월 15일은 우리나라에서는 '스승의 날'이고,

음력 날짜로 기념을 하는 불교에서는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이며 빨간 글씨 공휴일이다.

커뮤니티에서 한 해 공휴일이 며칠인지를 세어 알려주는 이가 있을 정도로 현대 사회에서는 공휴일이 중요하다.


'부처님오신날'은 불탄일(佛誕日) 또는 석가탄신일이라고 했으며, 성탄절이 일찌감치 공휴일이었던 것과 달리 석가탄신일은 처음부터 공휴일이 아니었다.

이에 불교계는 종교 편향이라며 60년대부터 '석가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라고 요구하는 한편, ‘석가탄신일 공휴권 등 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무려 11차까지 변론하면서 공휴일 제정을 위해 힘썼던 용태영 변호사 덕분에 1975년에 비로소 공휴일로 제정됐다. 


날마다 출근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공휴일은 시간 맞춰 직장에 가지 않아도 되는 부담 없는 날이고, 시간을 내 맘대로 써도 되는 편안한 날이다.

달력에 빨간 빛깔로 제일 많이 표시된 공휴일은 일요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만의 기념일이나 추념일도 있다.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공휴일이 있다.

하여, 예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겨울 한복판 거리마다 집집마다 알록달록 반짝반짝 빛나는 트리를 만들어 걸면서 공휴일을 맞고,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푸름푸름 풀빛 물들어가는 봄 한복판에 울긋불긋 연등을 내걸며 공휴일을 맞는데...,

공휴일인 까닭에 크리스천이 아니어도 예수님을, 불자가 아니어도 부처님을 만나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부처님오신날 부처가 오지는 않았다

사실, 분명하게 말하자면 '부처님오신날'은 부처님이 오신 날이 아니라 부처님이 될 분이 태어나신 날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머니로부터 태어난다. 그러나 어떻게 사느냐는 저마다 다르다. 평생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름하는 삶의 가치관은 어릴 교육 환경이 큰 영향을 준다. 교육자는 아기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보고 듣고 느끼게 하는 주변 환경 모든 사람들이다.


고따마 싯다르타(붓다)는 태어난 지 이레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기에 새 왕비(이모) 손에 컸으며, 예언자의 말대로 아들(왕자)이 왕궁을 떠날까 봐 걱정하던 아버지 숫도다나왕은 좋은 것만 누리고 살게끔 했다. 그러니까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을 받으며 산 것이다.


만약 내가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면 안하무인이 되었을 일이다. 실제 기록에 따르면 고따마 싯다르타 왕자는 얼마나 부드럽고 좋은 옷만 입었는지 이웃나라에서 나는 유명한 비단(까시 비단)이 아니면 안 입었다고 한다. 어디 입는 것뿐이었겠는가, 먹고 자고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그 나라에서는 최상 최고로 누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민하고 연민하다가 끝내는 다 버린 뒤 고생길을 자초(6년 고행)하고 그마저도 내려놓고 붓다(부처)를 이루셨다.


연등을 켠다는 건

'부처님오신날'붓다를 기리는 날이다. 그러나 완성된 훌륭한 성자 그 이름만 기리는 게 아니다.

걸어온 삶을 기리고 속에서 하셨던 말씀과 본보기가 되는 행, 가르침을 기려야 한다.

더 나아가 그 말씀을 내 삶으로 옮기겠다 다짐하고, 발걸음을 떼는 것이 진짜 기리는 것이고 그날이 바로 부처님오신날이다.


발걸음을 떼는 첫걸음이 바로 연등을 켜는 것, 연등으로 어두운 곳을 환하게 밝히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 가난하고 힘들고 외로운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다. 나밖에 모르던 내 안의 무지에 지혜의 등불을 켜는 일이다. 붓다의 삶과 말씀을 듣고 살아온 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 서원하는 날이다. 이름과 주소 써넣고 소원을 비는 날이 아니다.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켤 때는 간절함으로 켰던 가난한 할머니처럼 켜야 한다. 그리고 배고픔도 잊고 지극한 정성으로 등불을 켜고 붓다의 말씀에 안과 행복을 얻었던 것처럼 그렇게 행복하고 평안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등불이지만 더운 나라에서는 붓다를 이룰 때 시원한 그늘을 주었던 '보리수에 물 뿌려주는 날'이다. 더위와 가뭄이 이어지는 계절, 목마름에서 벗어나도록 물을 뿌려 먼지 티끌까지 씻어내는, 물을 뿌리면서 마음 때 입때  몸때도 씻어내듯 하는 날이 남방불교의 '부처님오신날'이다.


날짜는 비록 다르지만 그날이 그 날인,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붓다 그러니까 부처님은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뭘 하고 살았는지, 등은 왜 다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일일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욕망을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