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의 행복을 위해, 대학보다 먼저 가야 할 길

by 별하맘

“왜 이 학과를 선택했어?”

이 질문에 선뜻 답하는 대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수능 끝나고 정신없이 지원하고, 붙었으니 그냥 다녔어요.”

“미술은 좋아했는데, 디자인은 너무 달라요.”

“성적에 맞춰 선택했는데, 지금 와서 너무 후회돼요.”


저는 요즘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진로 특강을 하며 만나는 대학생들은 각기 다른 학교, 전공, 배경을 가졌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전공을 선택했다’는 사실입니다.



전공 선택은, 진짜 어른이 되는 첫 관문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처음 진로를 고민합니다.그전까지는 ‘성적 올리기’가 목표였고, 막상 원서를 쓸 시점이 되면 “이 점수면 여긴 붙겠지”, “친구가 저기 넣는다더라”는 말에 휩쓸리기도 합니다.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영학과에 가면 뭔가 멋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숫자, 회계, 통계… 이게 제 삶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이런 마음으로 대학을 다니다 보면, 전공은 ‘배움’이 아니라 ‘견뎌야 할 과제’가 됩니다. 슬프게도, 이 시점에서 많은 학생들이 전공을 바꿀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이미 들어온 길이니까’, ‘이제 와서 뭘 새로 시작하겠어’, ‘졸업은 해야 하니까’.

그렇게 4년을 버티고 졸업한 후,

“사실 나는 이 길이 아니었어요.”라는 고백이 한숨처럼 터져 나옵니다.



행복한 대학 생활, 그 출발은 ‘진로 탐색’입니다


저는 진로를 ‘성적에 맞춘 선택’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세상과 연결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 나는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인가?

• 어떤 활동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가?

•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의 접점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질문은 하루아침에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때부터 다양한 경험과 대화를 통해

조금씩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행복 1순위’입니다.

스스로 탐색하고 선택한 전공이 자신과 잘 맞고,

그 길을 걷는 것이 기꺼운 학생.

이 학생은 대학 생활이 즐겁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개 ‘행복 2순위’ 혹은 ‘3순위’입니다.

어쩌다 선택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적응하게 된 경우,

혹은 뒤늦게 회의감이 들어 반수, 재수를 고민하는 경우.


그리고 마음이 아픈 ‘행복 4순위’.

4학년이 되고 나서야 ‘내가 잘못 들어왔구나’ 깨달은 학생들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 상담실을 찾는 이들 중 일부는

“이 길이 아닌 걸 알지만, 그냥 졸업장만 따고 나가려 한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이들의 진짜 졸업은,

‘전공’이 아니라 ‘자신을 외면했던 시간’에서 벗어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진로 교육은,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좋은 대학을 가라고 재촉하기보다,

스스로 탐색할 시간을 주고, 대화를 통해 아이의 관심을 알아봐 주세요.


예를 들어,

• 진로 다큐를 함께 본 뒤, 어떤 직업이 인상 깊었는지 물어보기

• ‘이 직업은 하루 일과가 어떨까?’ 같은 질문을 던져보기

•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과 연결된 직업을 찾아보는 탐색 놀이

• 실패해도 괜찮은 진로 경험(캠프, 체험, 알바)을 응원해주기


진로는 단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할까’에 대한 답이 아니라,‘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시간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전공 선택을 앞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또는 전공에 대한 회의로 마음이 복잡한 학생이라면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가?”

“이 전공은 그 삶에 가까워지는 길인가?”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게, 진로를 다시 탐색해 볼 수 있을까?”


전공은 일생을 함께 할 가능성이 높은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성적에 맞춰 만난 낯선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동반자’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김봉환 교수의 [교육칼럼] 우리 아이 행복 1순위로 대학 보내기를 읽고 별하맘의 시선으로 다시 쓴 에세이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상에 없던 직업을 꿈꾸는 아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