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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쌤의 방구석토크 Jul 09. 2023

교사이자 학부모 입장에서 바라본 아동학대 면책권

  바쁘다는 핑계로 글 쓰는 일은 미뤘습니다. 아마 이 핑계는 조금 더 유효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제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그것은 바로 아동학대 면책권입니다. 

  CBS 유튜브 채널 '시리얼'에서 아동학대 면책권을 주제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인터뷰에 응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제가 속해있는 연수원에 피해를 줄까 걱정이 되어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ㅠㅠ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신체적·정서적 학대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법안 발의로 인해 아동학대 면책권에 대한 공방의 시작되었습니다.

                                                                                         <출처 위-한국교총, 아래-Baby News>


  사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 이런 문제가 생기면 항상 교사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두 딸의 아빠가 되면서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교사와 부모 입장을 중립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양쪽의 주장을 다 살펴보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공개수업을 참관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무신경하게 나눠주고 게시했던 칭찬 스티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참관수업을 갔을 때 우리 아이가 칭찬 스티커를 얼마나 받았는지, 다른 아이에 비해서 받은 개수가 많은지 적은 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제가 교실에 있을 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동학대로 학교 보내기 두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아동학대로 선생님이 고통받는다고 말합니다. 학생 인권 보호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다가 이번에는 아동학대 면책권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요즘은 정치든 사회든 양극단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좀 더 차분하고 냉철하게 바라보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동학대 면책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1. 아동학대 면책권이라는 용어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이 듭니다.

면책은 책임이나 책망을 지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면책권이라고 하면 무조권 책임이 없다는 말처럼 들려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대를 위해 쓰는 말 같습니다. 우선, '아동학대 보호권'처럼 용어를 변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 교사의 권리와 아동의 권리는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되는 것입니다.

아동학대방지법은 기본적으로 교육 상황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가하는 성적,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과 가혹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교육현장에서 이 아동복지법을 적용시키다 보니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한 분위기와 상충되는 지점들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지 않은지를 중점적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학생의 학습권’이 ‘학생인권’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최대한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로 보는 편이 더욱 타당합니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의 대립으로 사안을 맞추기보다 학생의 인권, 학생의 학습권 이 두 문제를 중심으로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의 범위를 정하는 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을 면밀히 세워가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아동학대 면책권이 교사의 권위나 교사의 수업권이라는 측면보다 학생의 학습권이라는 측면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접근하면 갈등의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갈등 단체들 간에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아동학대 면책권은 학생생활지도법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지금은 많은 혼란이 있겠지만 점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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