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 Apr 06. 2023

일상-마음의 그릇

수돗물과 컵

출근을 준비하는 중 급하게 양치를 하러 평소와 달리 부엌에 있는 세면대로 향했다. 

우리 집 부엌 수도꼭지는 아빠의 손길 덕에 유독 피부에 닿으면 따가울 정도로 수압이 강했다. 

급한 마음에 손잡이를 끝까지 돌려 물을 틀었고, 수압이 강하다 보니 물이 물컵에는 담기지 못하고 물컵의 안쪽 면을 회오리처럼 훑다가 밖으로 흘러 나갔다. 

조급한 마음에 수압을 조절할 생각은 못하고 투명 물컵에 회오리치며 나가는 물만 3번을 반복해서 보고 난 후에야 손잡이로 수압을 조절하여 물컵에 온전히 물을 담을 수 있었다.


문득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은 양상과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는 생각을 했다.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에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양과 속도를 벗어나 무작정 많은 것들을 한 번에 빠른 속도로 받아들이려고 하다 보면 그것이 오히려 내 안에 담기기는커녕 대부분 다 흘러 나가 버리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우리는 때로 조급하고 불안한 상황일수록 무언가 행동하고 받아들이기 전에 의식적으로 힘을 빼고 삶의 우선순위와 지금 현재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양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이전의 경험들을 기반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잘 소화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양(돈, 관계, 일 둥)이 어느 정도인지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도 용기가 아닐까. 


무조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이루어 내기 위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들을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잘 소화하지 못하고 많은 것들을 뱉어내게 되는 역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여러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의 크기는 커질 수 있고, 그것을 견디는 마음의 견고함도 더 단단해지며 성장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마음 그릇의 크기를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무조건 큰 것이 좋은 것도 아니기에 내가 원하는 그릇의 크기를 여러 경험들을 통해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만큼을 가지고 살면 마음이 덜 무거우니 여유를 가질 수 있고, 

그 여유로 그릇을 키우는 과정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