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은 내 귀여운 회사 동료가 빌려주었다. 그래서 책도 귀엽다. 그림책이라 금방 읽겠다 싶어서 점심시간 남을 때 읽어야지 하고 책상 옆에 두고는 시간이 없어 한참을 방치해 두다 마침내 다 읽었다.
빨리 읽을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 한마디 한마디 그림체 하나하나 정성스레 보게 돼서 시간이 걸렸다.
모 스토리(모 이야기)는 주인공 고양이 ‘모’가 한밤 중 웃고 있는 빛을 보고는 무턱대고 집 나온 이야기이다.
언뜻 무모해 보이는 모는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모는 창 밖의 웃고 있는 빛을 보고는 그 빛을 찾으러 떠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춥지 않게 목도리를 챙기고 빛을 찾아오겠다는 메모 한 장을 달랑 남겨두곤 숲 속으로 향한다.
숲 속에서 모는 많은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부엉이 할아버지를 만나 온기를 느끼기도 하고 어느 날은 청설모 신사를 만나 인사하는 법을, 들쥐 가족을 만나 사과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렇게 동물들을 만나고 다시 빛 찾는 길에 오를 때면 동물들은 꼭 곰을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을 꺼낸다. 지쳐가던 어느 날 모는 장대비를 만나게 된다. 두려움에 몸을 웅크린다. 곰의 그림자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하지만 이내 평범하고도 멋진 곰을 발견한다. 알록달록한 옷까지 만들어 입은 멋진 곰. 모는 곰과 대화하며 잘 준비를 마치고 그동안 가졌던 곰에 대한 편견에 미안함을 느끼며 잠이 든다. 모가 찾던 빛인 지 아닌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곰의 집에서 빛이 웃으며 반짝이고 있었다.
하하하!
맞아. 숲 속 주민들은 나를 무서워해.
그래서 나는 주로 비 오는 날 밤에 나오곤 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곰을 만나 무서워하고 있는 모를 향해 곰이 한 말인데 여기서 보인 곰의 태도가 멋졌다.
자신을 무섭게 바라보는 주민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과 이해하는 걸 넘어서서 배려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어떻게 보면 억울할 곰이다. 비록 덩치는 크지만 무서운 존재는 아닌데, 자신을 무섭게 바라보는 동물이 한 둘이 아니고 만나는 동물들마다 당부까지 할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서운했을 만도 하다.
근데 곰은 그 반응에 웃으며 얘기한다. 아마 실제로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고 그걸 본인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너스레 웃고 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곰을 통해 배울 점은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낀다면 그 의견은 내 의도와 상관없이 존중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겠다는 것이었다. 또 내 생각대로 내 억울함을 풀기 위해 다가가지 않는 모습을 보며 속상하더라도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는 태도가 진짜 그들을 존중하는 태도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실제로 그런 존재가 아니라면 언젠가 알게 될 테니 웃으며 넘기면 될 일이다!
그 밖에 무턱대고 집을 나온 모의 모습에서 ‘때론 무모함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역시 꿈은 주위의 응원을 먹고 커진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모함 덕에 모는 많은 배움과 많은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고 숲 속 여정에서 만났던 동물들이 없었다면 꿈을 보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최근 성인들이 그림책으로 위로를 얻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해가 됐다. 어릴 때 보던 그림책에 향수를 느껴서일까? 모르겠지만 그림책에 나오는 그림은 사람 마음을 몽글몽글해주는 매력이 있다. 특히나 나는 사각거리는 그림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최연주 작가님의 그림체가 딱 그런 느낌이라 좋았다.
좋은 책을 빌려준 동료와 단순하면서도 마음에 남는 그림책을 그려준 작가님께 고마움을 표하며 책리뷰를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