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태주 시인의 대표 시집, 『풀꽃』 책 리뷰

by 귤씨 Mar 06. 2023
아래로

최근에 따뜻하고 고운 말들이 너무 그리운 적이 있었다. 명확하고 의사가 분명한 언어들 사이에서 명확하지 않은 모호한 언어가 나에겐 필요했다. 그래서 잡은 책이 시집이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때 묻지 않아 보였던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들게 되었다.


보통 책을 출퇴근길에 읽는데 이 책은 꼭 새벽에 조명 켜고 혼자 곱씹으며 읽고 싶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아이가 쓴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할아버지가 쓴 것 같았다. 순수함이 가득했는데 곳곳에 노련함이 묻어있었다. 그래서 미소도 가끔 시무룩도 가끔 그렇게 표정을 지으며 읽었다.


나태주 시인의 시 하면 사실 풀꽃이 가장 대표적이고 대중적일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유명한 시도 한 자 한 자 천천히 보다 보면 작가님의 세상을 천천히, 오래 바라보는 관점을 배울 수 있는데 요즘 들어 느끼는 거지만 천천히 자세히 오래 이 세 단어 다 어려운 것 같다.


작가님께선 이 어려운 걸 열심히 연습해오셨겠지, 그래서 이런 아름다운 감상평을 남길 수 있으셨겠지, 그래서 우리에게도 여운이 남는 거겠지.


시는 자칫하면 그냥 눈으로 읽고 다음 장으로 휙 넘기기가 쉬운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읽으면 시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긴 어렵다.


나도 그렇지만 누구든 글을 적을 때 적절한 단어를 이리저리 생각하며 적기 마련이다. 내 의도를 잘 전달하기 위해, 내가 전하고 싶은 의미를 꼭 닮은 단어를 선정한다.


읽을 때 작가님이 담고 싶었던 뜻이 뭘까 생각하며 읽으면 그 짧은 단어들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 시를 읽는 묘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시집을 휙휙 넘기고 있었다면 잠시 멈추고 시를 들여다보길 바란다.


-


나는 읽는 내내 맴돌았던 시가 있었다. 바로 ‘명멸’이라는 시다. 이 시를 보고 ‘나 이렇게 살다가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사람들을 꿈꾸게 만드는 삶이 내가 바라는 삶이고, 슬픔이 아니라 아쉬움을 남기는 삶이 내가 바라는 삶의 결말이라서. 그래서 나는 여기 나오는 별처럼 살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새 아침을 깨우는 해도 말고, 어두운 밤을 비추는 달도 말고, 그냥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 중 하나로! 해와 달이 사라지면 심각해지니까 별이 딱 적당하다.






오랜만에 내가 바라던 삶이 뭐였더라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고 좋은 시 알게 돼서 좋았고 너무너무 따뜻하고 포근한 말들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도 내 빛 열심히 내며 살아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철학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켜준 책, 『니체의 말』 리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