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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화건 Oct 03. 2023

기다리지 않으니 기다릴 수 있고

H.N. 소. 우. 주. 지기의 생각을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네엣

2021년 9월 27일 SNS 게시글

주변을 둘러보면 예전과 비교해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하게 지내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네요. 기술의 발전이 이렇게까지 안락한 편의를 제공하다니... 믿기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예전에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Back to the Future'에서 보여주었던 미래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으니까요. 물론 영화에서 예측한 정도보다 못한 부분도 있지만,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네요. 그 결과로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건 두말이 필요 없이 확실하니까요

특히 그중에서도 IT기술의 엄청난 발전으로 통신 분야가 상상을 뛰어넘는 진전을 이루어낸 걸 부인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지금 같이 많은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양방향 소통을 하며 나눌 수 있는 것도 그 편익 중 하나고요

그런데 발전의 편익이 언제나 좋은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근래에 계속 드는 건 왜일까요


옛날을 생각해 보면... 연락할 방법이 변변치 않았던 때였지만 소식이 원활히 교환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그다지 괘념치 않고 살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소식이 있으면 있어서 좋고, 없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나름의 삶을 살았으니까요. 소식이 없다고 서운하거나 답답할 이유가 없다 보니 마음이 여유로웠다고 할까요. 솔직히 지금은 그 시절이 그립기까지 하네요

그리고 그 시절에는 약속을 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 정하려고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단 약속이 정해지면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라 여겼으니까요. 아니 변경이나 취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도 딱히 확실하게 알릴 방법이 없었던 게 정확한 이유였죠.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지키려고 노력들을 했었죠. 그렇다고 모두가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는 건 물론 아니지만요


산업의 발전으로 사회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변하는데 정보통신 기술은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지금은 생각도 못할 여러 일들이 벌어졌죠. 특히 약속과 관련되서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더랬죠

한번 어긋난 약속으로 더 이상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평생 못 볼 인연이 되기도 했었고,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만난다는 말처럼 어떤 이들은 운 좋게 다시 연락이 닿아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었고요.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 속 소재로만 아는 경우도 있더군요. 예전에는 주변에서 흔히 그리고 수시로 경험한 이야기였는데 말이죠

저에게도 아직까지 여전히 아쉬움으로 기억되는 인연이 있었네요

잘 살고들 있기를 바라봅니다 




산업 혁명 이후 기계 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이후 정보화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IT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죠. 지금은 정보화 시대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누구나 하나 이상 소유 아니 수시로 사용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수시로'란 표현도 너무 약하네요. 스마트 기기에 생활을 의존하며 지내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네요. 잠시라도 손에서 놓게 되면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의존하고 있으니까요. 아니 의존보다는 '지배받고 있다'가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네요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연락이 오면 곧장 답을 줘야 했고, 상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네요. 회신의 속도가 신뢰와 친밀도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죠. 그러다 보니 회신의 속도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분쟁이 일어나는 걸 수도 없이 볼 수 있었네요

아무튼 통신기기가 필수품이 된 이후로는 기계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살게 되었죠. 그 시작은 삐삐라고 하는 무선 호출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공중전화 앞에 장사진을 쳤던 모습은 이제 추억이 되었네요. 처음에는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번호를 발신하여 서로 통화를 할 목적으로 사용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번호에 의미를 담아서 전달의 속도를 높이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사람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느껴질 따름입니다. 번호의 배열만으로 의미를 구현하다니요.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한 사람들은 누굴까 지금도 궁금할 정도니까요

암호가 발전을 한창 하고 있을 때 한편에서는 휴대하고 다니는 전화기의 성능이 괄목상대할 속도로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한때 벽돌이라 놀림을 받던 - 시샘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요 - 휴대전화가 어느 날 갑자기 대중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죠. 지금은 5세대까지 발전하며 통신기기를 넘어 정보기기가 되어 사람들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중요한 물건이 되어있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지혜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살 만큼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져 있죠. 저 역시도 지배받지 않고 이용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고요. 물론 쉽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요




어느 날부턴가 문자 연락에 대한 반응이 좀 무뎌지더군요. 아니 무뎌지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는 여유를 가지고 반응을 하려고 노력을 한 거죠. 그렇다고 몇 시간, 며칠 정도를 말하는 건 아니지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즉시"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했는데, '즉시'가 아니라 여기기 시작하니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조바심도 줄어들었죠


'즉시'를 내려놓으면서 모든 건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죠.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강박적 생각으로 무조건 '즉시'에만 신경을 썼었죠. 물론 빨리 반응을 해준다는 게 상대의 마음에는 들었을지 모르지만 원하는 바였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하였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상호성을 원하게 된다는 거였죠. "나는 이렇게 빨리 반응을 보여주는데 왜 늦게 답을 주는 거지" 궁금증으로 시작해서 서운함으로 발전하고, 심하게는 관계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혼자 북 치고 장구를 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만들어 놓은 지옥으로 스스로 들어갔거든요. 게다가 더 심각한 건 지옥에 혼자만 들어간 게 아니고 결국에는 주변 사람들마저도 끌어들이니 문제였죠


마음을 고쳐먹기 전까지 분명 머리로는 아는데도 여전히 매달리며 사는 시간을 계속 이어갔죠.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간에 급하지도 않은 연락에 연연하며 소중한 걸 놓치고 있었던 거죠. 주도적으로 삶을 살지 못하다 보니 자존감도 조금씩 떨어졌었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힘들어지더군요. 삶의 재미와 의미도 잊게 되었고, 새로운 활로 없이는 무의미한 삶을 살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었죠

그래서 결심을 했고, 그렇게 일종의 훈련을 시작했죠. 연락에 대한 반응을 조금씩 늦추려는 행동을 만들어나갔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될 리가 없었죠. 초기에는 불안함에 초조해지더군요. 그냥 미안한 마음이 들고 심할 때는 죄지은 듯 마음이 많이 불편해졌었죠. 그럼에도 이런 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네요. "이번 한 번만 참아보자. 이번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는 기적이 만들어지더군요. 처음 한 번은 그렇게 힘들더니 조금씩 편해졌죠. 어느 순간에 이르자 '즉시'에서 '어느 정도의 간격은 괜찮다' 생각하게 되었고요. 주변에서 처음에는 약간 의아해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하며 문제가 되지 않더군요. 맞습니다.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문제가 되었죠




조금씩 기다림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마음에도 여유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소통 과정에서는 상호성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며 편하게 하늘을 바라볼 마음도 생겼고요. 관계에서 여유가 생긴다는 게 얼마나 큰 자산인지 예전에는 머리로만 알았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살 맛까지 되살아나더군요


기다림의 끝에 "모든 건 내 욕심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온전히 깨달았고, 그 '욕심'을 내려놓은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이제는 기다리지 않으며 즐겁게 기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다린 연락이 오면 와서 좋고, 안 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나름의 삶을 행복하게 살게 된 거죠


인생의 정오를 넘어서며 받은 선물치 고는 최고의 것이어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가을 하늘... 환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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