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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좋아해서 참 좋습니다

H.N. 소. 우. 주. 지기의 생각을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by 하화건
20210519.jpg 2021년 5월 19일 SNS 게시글

"...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이 가사가 거리에 넘쳐나던 그땐 몰랐었죠. 10대와 20대의 혈기왕성하고 철없던 시절... 그리운 걸 왜 참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겠어요!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도 그랬고요. 물론 지금은 무슨 말들인지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요


그때를 떠올려 보면... 참 낭만이 있었죠. 또 그만큼 많이 아팠던 시간이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제 인생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시간이었죠. 그래서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미소 지어지는 정말 꿈같은 시절이었어요. 시간이 갈수록 더 그리워지네요




지금은 우리 가요가 K-Pop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옛사랑'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Pop-song이라 통칭되던 외국 노래가 대접을 받던 시절이었죠. 우리 노래를 낮춰보던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트로트 장르는 높은 연령대에서 사랑을 받기는 했지만 음악 시장의 주류로 대접받지는 못했고 다른 장르들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으니까요. 물론 포크송이나 그룹사운드 음악이 일부 사랑을 받았지만 젊은 세대의 음악이라는 편견에 갇혀 있었죠. 그러다 지금 가황이라 부르는 '조용필'씨의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등이 발표되며 대세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걸로 기억합니다


전환의 시절 이후에도 '2시의 데이트' 등 황금 시간대의 음악 프로는 계속 외국곡을 주로 틀었었죠. 차츰 트로트 이외의 곡도 라디오에 나오기 시작은 했지만 시간이 더 필요했나 봅니다. 그러는 중에도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는 가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죠. 특히 공개방송이 활성화되면서는 가요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종환 씨가 진행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가 특히 기억나네요. 공개방송에 '이문세'씨가 자주 나왔었거든요. 거의 보조 진행자라 할 만큼요. 아무튼 그렇게 가요가 가치를 인정받아 오늘에 이른 거죠. 지금은 외국에서 우리 노래를 우리말로 따라 부를 정도가 되었으니 한 마디로 격세지감이라 하겠네요


그렇게 8, 90년대를 지나며 수많은 명곡들이 발표되었습니다. 폭발적이라 할 만큼 엄청난 수의 좋은 노래들이 쏟아져 나왔죠. 얼마나 좋은 노래가 많았으면 지금도 수많은 곡들을 여러 가수들이 새롭게 해석해 부르고 있을 정도니까요. '옛사랑'도 그중 한 곡이고요

노래 이야기 하다가 너무 멀리 왔네요. 다시 정신 차리고 제 얘기를 시작해야겠어요




'옛사랑'은 처음 들을 때부터 좋았습니다. 그보다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처음 들었던 날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라디오였을 거예요. 신곡이 흘러나왔는데 노래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듣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아니 노래가 끝나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면 충격 그 자체였죠

그 당시 이별을 했다거나 하는 등의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마음이 흔들렸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될 정도예요. 노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멜로디도 좋았지만 가사는 감동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노래가 발표되자마자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더군요.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물론 이렇게 번개 맞은 듯 충격을 받으며 정신없이 빠져든 노래가 '옛사랑'만은 아니었죠. 제가 '금사빠' 성향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느 시점부터 좋은 노래 아니 명곡들이 쏟아져 나왔거든요.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노래들이죠. 그런데 그중에서도 근래 들어 더 많이 듣고 싶고 그래서 듣게 되는 노래가 '옛사랑'입니다. 예전에도 좋았는데 요즘엔 더 좋더라고요. 가슴에 더 와닿고요. 문제가 있다면 눈물이 맺힐 때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원래 감성적인 성향이 있기도 했지만 근래에는 눈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좋은 점도 있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불편해졌죠. 눈물샘을 자극하는 노래에 특히 빨리 반응하는데, '서쪽 하늘'은 제가 전혀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반응을 일으켜요. 듣는 순간 그냥 왈칵 눈물이 나거든요. 감정 조절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겠네요. 돌아가신 아버지와 관련되어서인지 그런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도 들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정말 좋아하는데도 혼자 있을 때만 들을 수밖에 없네요

노래 이야기를 하다가 또 옆 길로 샜네요. 정신 차리고 다시 '옛사랑'으로 돌아와야겠어요


이 노래와 관련해서는 가수와 작사작곡가에 대한 선호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별밤지기이며 감성 발라더였던 가수 '이문세'씨와 천재 작사작곡가였던 '故이영훈'씨에 대한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때까지 이 둘의 조합은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결과물들을 계속 보여줬으니까요. 발표하는 앨범마다 빅히트였죠. 지금 기억해도 정말 대단했어요. 아니 엄청났었죠

그러다 보니 저 역시도 팬이 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열심히 좋아하고 있어요


'옛사랑'은 제 인생의 '화양연화'를 함께 한 노래였어요. 어려움도 있었고 아프기도 했지만 정말 아름다운 시간이었고 노래였죠. 지금도 눈 감으면 떠오르는 사랑하는 시간. 그래서인지 그 시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지치고 힘에 부칠 때 진통제가 되어 주었고 에너지 음료처럼 힘을 주고 있으니까요

돌아갈 수 없지만 그래서 더 그리운 게 그 시절입니다. 기억의 왜곡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제게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고 노래는 그 시절을 온전히 떠오르게 해 주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예요




웬만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18번이라 부르는 노래가 있고,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노래도 있을 겁니다. 저는 듣고 힐링을 주는 노래를 '나 자신을 위한 동요'라 부릅니다. 제게 그'동요'중 1번은 '옛사랑'이고요. 지치고 힘들 때마다 '옛사랑'을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앞으로 나가는 힘을 얻습니다


저뿐 아니라 모두가 그런 노래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노래가 아니라도 그림이어도 좋고 다른 매개체를 통해도 좋고요. 그렇게 기운을 얻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특히 요즘처럼 힘들다는 시기에는요


저는 다시 '옛사랑'을 들으며 오늘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기분 좋게 내일을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표제의 그림 "이 이미지는 챗GPT를 이용해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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