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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이 있어 감사합니다

H.N. 소. 우. 주. 지기의 생각을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by 하화건
20211203 brunch.jpg 2021년 12월 3일 SNS 게시글

21년 12월 3일 어떤 일이 있어서 이 글을 썼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일기를 뒤적여 봤죠


그리운 사람과 관련해서 특별하거나 일기에 기록할 만한 일이 있었나 궁금했거든요. 확인해 보니 그런 내용은 없었어요. 대신 사람 때문에 속을 끓였던 일이 있었던 건 확인할 수 있었죠

그래서 그날의 기억을 찾는 건 멈추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리움에 대해 써보기로 했어요




'그리움'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설렙니다. 그런데 막상 말이나 글로 표현하려고 하니 쉽지가 않네요. 다양한 감정들이 떠오르는데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당황스럽습니다. 분명 머릿속을 맴도는데도 쉽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일단 떠오르는 감정 몇 가지를 적어보면 사랑, 미움, 안타까움, 설렘 등등이 있군요


그리고 특이한 건 결이 다른 감정들이 함께한다는 거예요. 그리움을 누군가는 설렘으로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는 설렘을 넘어 축복으로 여기기도 했어요. 그와는 반대로 고통을 느끼는 사람도 봤습니다. 참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


저 개인적으로는 셀렘과 아픔의 감정이 교차하는 경험을 했어요. 누군가를 그리워하니 우선 예전의 좋았던 기억과 감정들이 떠오르며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며 설레게 되더군요. 한 편의 영화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기분 좋게 추억 여행을 시켜줬어요


거기서 끝나면 딱 좋았는데 설렘의 뒤편에서 전혀 다른 느낌의 감정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안 좋아졌어요. 자연스럽게 보지 못하게 된 경우에 한해서는 마음 안 좋을 일이 없었죠. 대신 이별했던 기억과 그 당시의 감정이 떠오를 때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불편해지더군요. 가물가물한 기억이어도 불편함이 느껴졌는데, 선명하게 떠올랐을 때는 생각보다 큰 아픔을 느끼기도 했었죠.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그럼에도 다행인 건 모두 내 감정이기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거예요. 좋은 추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간에 모든 게 나에게서 시작되고 그래서 내가 끝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되도록이면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덕분인지 별문제 없이 잘 살고 있어 다행이네요




'그리움'하니까 떠오르는 사람도 있고 사물도 있고 또 사건도 있군요. 그리움의 대상은 뭐든 될 수 있으니까요. 아 맞다. 시간 아니 시절도 있었네요


그리운 대상이 의외로 많아서 좀 놀랐습니다. 제 기억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수도 없이 많은 그리운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좋아했고 사랑했던 이들부터 가까웠던 사람들에다가 미운 정이 들었다 할 수 있는 껄끄러웠던 사람들까지도요. 참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던 걸 다시금 기억할 수 있었어요. 다들 어디선가 잘 지내고들 있겠죠


또 사물들도 있었어요. 사람과 달리 그리 많지는 않네요.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진 물건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군요. 숫적으로 많지 않아도 한 때 저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준 것들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그리운 시절들과 일들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많았어요. 그 시간 속에 사람이고 사물이고가 다 녹아들어 가 있다 보니 엄청나네요. 대부분 시간순으로 정리가 되어있지만 일부는 뒤죽박죽 섞여있기도 했죠. 그래도 헷갈려서 문제가 되지는 않았고 또 좀 헷갈린다고 해서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그 자체로 추억이고 제 역사였으니까요


'그리움'에 대해 생각하다 느닷없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아픔을 주는 것도 있었지만 그 역시도 제가 성장하는데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었으니까요. 게다가 아픔보다는 설렘과 행복을 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보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모든 '기다림'의 뒤끝에 불편하고 아픈 감정이 사그라들고 결국에는 좋은 기억만이 남았으니 정말 복 받은 거죠




지금부터는 '그리움'에 대해 느끼는 대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막상 쓰려고 하니 좀 쑥스럽기는 합니다만


지금 눈을 감고 그날을 여행하고 있어요. 따스한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이 빰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함이 느껴져요. 뚝방길을 뛰다 걷다 하며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어디선가 노래가 들려와요.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봄노래예요.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하늘을 보는데 눈부신 태양과 각양각색의 멋지고 아름다운 구름들이 유유히 떠가고 있어요. 시선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함박웃음이 지어지네요. 그리고 그곳으로 뛰어갔어요.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지금도 그리워할 수 있는 친구들과 시간이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눈을 떠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는데도 행복한 느낌이 남아 기분이 여전히 좋습니다

다시 눈을 감았어요. 그 친구를 처음 만난 날이에요. 친구의 소개로 만난 그 순간부터 정말 좋아했던 바로 그 사람. 생김새며 목소리며 하는 행동 하나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게 하나도 없다니... 이런 사람이 있나 싶어 당황스러워요. 말은 왜 그리 잘 통하는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방법을 찾느라 머리를 엄청 돌리고 있어요. 첫날인데도 계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서 벌써 집에 바래다줘야 할 시간이 됐어요. 그런데도 조금만 더 있고 싶어 무작정 벚꽃이 만개한 석촌호수가로 들어갔어요. 정말 환상적이네요. 길을 함께 걸으니 시간이 지금 멈춰졌으면 하는 얼토당토않은 생각까지 들어요. 그래도 다음 만남을 위해 아쉬웠지만 집까지 바래다줬어요. 아쉬우면서도 기분이 째지네요.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에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스텝을 밟으며 걷는데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봅니다. 쳐다보든 말든 신경도 쓰이지 않아요.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으니까요

오래전 그날이지만 그리워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상황이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문득 '그리움'만큼은 설렘으로 간직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는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인생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길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시간들이 늘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느껴질 수만은 없겠죠. 매운맛도 있을 거고 텁텁하기도 할 거예요. 심한 경우는 탈이 날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그리움'은 놓치고 싶지 않은 감정이에요. 그만큼 제게는 소중하니까요


'그리움' 덕분에 힘들고 지칠 때 기력을 되찾을 수 있었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었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고요. 그 사람을 그 시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이러니 제가 포기할 수 있겠어요


좋은 날은 행복이 떠오르는 '그리움'을 즐길 거예요. 날이 좋지 않은 날엔 몸과 마음을 위로해 줄 '그리움'과 함께 할 거고요.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날엔 잔잔한 미소를 떠올릴 따뜻한 '그리움'을 느낄 거예요

그렇게 하루하루 감사와 행복이 가득한 날을 살 겁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군요




그리워할 사람이 있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하는 제 얘기가 이제 이해되시죠. 그런 사람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함께 한 장소와 시간마저도 소중해지고 그로 인해 '지금 여기'까지 행복해진다는 걸요

다시 생각해 봐도 그리운 사람은 그 자체로 감사입니다


지금까지 처럼 잘들 살아요. 저도 기도할게요



*표제의 그림 "이 이미지는 챗GPT를 이용해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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