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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P디자인스토어 Jun 20. 2023

원하는 대로, 동시에 정해진 대로

레어로우 이인규 디자인팀장


레어로우가 하면 다르다. 주로 산업용으로 쓰이던 철재를 가정용 가구의 소재로 활용하는 브랜드 레어로우는 철재의 매력을 살리면서 다양한 색상을 적용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배려심 깊은 가구를 만든다.




디자이너로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레어로우에서 디자인 팀장으로 제품 개발과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이인규라고 합니다. 내부 구조를 잘 모르는 전자기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고 만들 수 있는 물건을 디자인하고 싶어서 가구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레어로우 입사 이전엔 어떤 일을 했나요?


주로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다가 을지로에 위치한 키네틱(kinetic) 아티스트의 스튜디오에서 2년 정도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근처 상가에 있는 기술자, 장인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다양한 자재를 파악한 경험이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 후 레어로우에 2020년 입사해서 4년째 일하고 있지요.





        

레어로우는 어떤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입사했나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학생 시절 리빙디자인페어를 통해 레어로우를 처음 접했습니다. 자체적으로 제작한 모듈형 프레임으로 페어 부스를 세웠는데, 굉장히 신선했죠. 철재(鐵材)를 주로 사용한 가구도 겉보기엔 단순했지만, 그 안에 흥미로운 디테일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런 회사에 취직하면 재미있게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일해보니 어떤가요?


레어로우에는 자체 공장이 있습니다. 다양한 샘플을 제작해보며 시행착오를 거쳐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손으로 그린 디자인이 의도한 대로 완성되었을 때 정말 기분 좋습니다.(웃음)         

 






국내 가구 브랜드 중에 자체 공장을 가진 곳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대형 가구 브랜드도 생산은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체 공장이 있는 것이 디자이너로서는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다양한 샘플을 제작하는 부담이 적고, 개선 사항을 반영하는 속도도 빠르니까요.



레어로우는 산업용, 사무용 가구의 재료로만 생각되던 철재를 가정용 가구 소재로 사용하는 가능성을 연 브랜드로 평가받습니다. 가구 디자이너로서 철은 어떤 소재인가요?


가구에 쓰이는 많은 소재가 그렇지만, 철재는 특히 공부가 많이 필요한 소재입니다. 레어로우는 주로 얇게 편 금속판을 사용하는데, 그 두께와 접는 정도에 따라 가구의 강도와 형태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가공 방식이 그대로 노출되어 그 자체로 디자인이 되기도 하죠. 그만큼 잘 알아야 잘 활용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그 밖에 레어로우가 철재를 다루는 방식엔 어떤 특징이 있나요?


기존 철제(鐵製) 가구에 쓰이지 않던 다양한 색상을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일 겁니다. 철제 가구는 대부분 무채색이었잖아요? 가정용 가구로 쓰기에는 밋밋하거나 거친 느낌이 있었습니다. 레어로우는 파스텔톤과 원색 등의 다양한 색상을 철재에 도입하고, 몸에 닿을 수 있는 모서리 부분을 부드럽게 마감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용접을 지양하는 겁니다. 레어로우는 공간에 따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모듈식, 조립식 가구를 지향하는데, 용접하면 형태가 고정되어 버리니까요. 대신 판금을 접고 끼우는 등 용접 없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가정용 가구의 소재로서 철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오래 쓸 수 있다는 게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점입니다. 목재는 계절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형이 크거든요. 그리고 목재를 코팅할 때 사용하는 수성 유기용제가 환경에 좋지 않은데, 철재는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레어로우는 금속에 분채 도료로 색상을 입힙니다. 정전기를 이용해서 색상이 있는 가루를 금속에 입히는 방식이죠. 환경에 큰 영향이 없고, 작업 후에 바닥에 떨어진 가루를 모아 재활용을 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철재 외에도 다양한 소재를 믹스앤매치합니다. 레어로우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가정용 가구를 만드는 데 철재만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소재를 혼합 사용할 때 금속을 돋보이게 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하려 합니다. 포인트가 되는 부분에 철재를 사용하는 거죠. 소재의 질감 차이에서 오는 차이가 재미있는데, 거기서 가급적 철재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오늘 촬영하는 성수동 레어로우 하우스의 인테리어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특히 2층은 누군가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 같은 생동감이 있는데요.


‘페르소나’라고, 디자인 방법론 중 하나입니다. 가상의 인물을 정해서 그가 여기서 생활한다고 생각하고 구체적인 프로파일을 정한 후, 디테일하게 작업했죠. 지금 레어로우 하우스 2층은 뮤지션 선우정아와 협업한 결과물입니다. 여러 번의 미팅을 거쳐 ‘더 필요한 것이 없는 세계’라는 콘셉트를 정하고, 선우정아 님이 생활하는 곳이라는 가정 하에 각각의 공간을 꾸몄습니다. 앞으로 3~4개월마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새롭게 꾸밀 계획입니다.



레어로우의 대표 제품은 어떤 것일까요?


2020년 출시한 모듈 가구 ‘시스템 000’이 레어로우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입니다. 원하는 위치, 원하는 용도에 맞춰 구성할 수 있는 철제 가구입니다.         


         





팀장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구는 어떤 제품인가요?


작년에 출시한 ‘레어로우 랙’이라는 제품입니다. 랙(rack)이라는 이름 그대로 선반이에요. 선반은 창고 같은 데 많이 들어가는데, 가정의 생활 공간에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랙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선반으로도, 책상으로도, 테이블로도 쓸 수 있는 제품이죠. 기존 선반보다 얇고 간소한 스타일로 만들었고, 색상도 다양하게 했죠. 사용자 후기를 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 공간에서 활용하시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의미가 큰 제품입니다.



레어로우는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의 흥미로운 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문구 브랜드 오롤리데이와의 협업이 떠오릅니다. 레어로우 제품에 오롤리데이의 시그니처 컬러를 입히는 식으로 작업했는데, 그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든 일이 기억에 남아요. 오롤리데이의 자체 캐릭터인 못난이 사형제가 레어로우에서 일하는 과정을 그린 에피소드였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라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올해 레어로우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사무용 가구를 개발하고 있어요. 가정용 가구와 다른 분야라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철재를 더 공부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재를 활용해보려 합니다.



앞으로 레어로우가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기를 바라나요?


내년은 레어로우가 10년 되는 해입니다. 저는 입사한 지 이제 4년째지만, 처음과 비교했을 때 알아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다양한 흥미로운 시도를 하는, 꾸준히 성장하는 브랜드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정규영
사진 | 김재형


※ 본 글은 DDP디자인스토어 D-Magazine에서 발행된 인터뷰 입니다.

https://www.ddpdesignstore.org/board/view.php?&bdId=magazine&sno=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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