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은 참 따듯하네요/HotWaterBottle

나의 90년 된 삭정이 집은 누군가에게는 꼭 갖고 싶은 집이다.

by 해피걸

Easter saturday 저녁 7시 30분:

아이샤와 아들이 현관문을 두드렸다.

자신과 아들이 우리 집의 화장실을 사용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와 그녀의 친정어머니께서는 이미 이틀 전부터 우리 집 화장실을 이용하고 계시다.

tmi: 화장실 누수로 배관공을 불렀는데, 이스터홀리데이기간이기 때문에 5일 후에 온다고 했다고 함. 하아ㅠㅠ어떻게ㅠㅠ. 영국인들에게 이스터홀리데이기간은 크리스마스홀리데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기간임.


내가 편하게 언제라도 문을 두드리라고 해도 남을 도우면 도왔지, 자신이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샤는 여전히 미안한지, 매번 올 때마다, 미안한 표정으로 묻는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녀의 12살 막내아들과 밖에 서 있었다.

막내아들은 처음에는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짓다가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밝은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아들:"Your House really worm~"

그의 집은 늘 추운데, 우리 집은 너무나 따듯해서 놀라는 모습이었다.

thumbnail.jpg TV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TV앞에는 17년 전에 췌장암으로 3개월 만에 돌아가셨던 시아버님이 남편에게 준 선물(야마하전자피아노가 턱 버티고 있음^^)을 두고 있다^^.

그 후 무사가 한 말은

무사: "Your living room is really nice~"

나:"엥? 무슨 소리?""수납장이 없어서 죽 늘어놓고 살다 보니, 엄청 짜증이 나 있는데???"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말을 남긴 채, 무사는 이층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아이가 한 말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는 형편없는 거실이 왜 그에게 그렇게 느껴졌을까?

그것은 아마도 아이의 눈에 띈 것은 하얀색과 크림색으로 말끔하게 칠해져 있는(일부분은 아직 정리안 됨) 거실벽과 네모반듯하며 큰 거실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 집은 무사의 집처럼, 아래층에 키친과 화장실 그리고 이층에 방이 3개인 구조였다.

그러나 전주인이 집을 구매한 후, 위에 있었던 방 1개를 목욕탕으로 개조했기 때문에 위에는 방이 2개가 되고, 아래층의 거실은 크게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밖으로 보이는 우리 집은 그의 집과 그리 틀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틀려서 조금은 생소했을 것이다.


tmi: 우리 집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함. 보통 사람들은 밖으로 보이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정작 나는, 수납장이 부족해서 불편한데. 제주도에서 브랜드명의 아파트에 살 때가 참 편안했음. 물론 평수가 40평에 가까웠던 제주영어교육도시 논스빌리지1단지의 경우에만 해당됨. 일단 평수가 작아지면 브랜드명의 아파트라도 수납장이 턱없이 부족함. 아니 거의 없음^^.


8개월 전에 무사의 엄마인 아이샤와 그녀의 친정어머님께서 우리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가 기억났다.

그녀의 친정엄마께서는 처음 나의 키친을 보신 후, 처음 하신 말씀은 "Your kitchen is really nice"였고, 이틀 전에 또다시 하신 말씀은 "Your bathroom is so clean"이었다.


그리고 아이샤가 한 말은 "Your bathroom isn't organized, but it's clean"이었다.

역시, 애니어그램 5번처럼, 그녀는 정리정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말을 들은 나는 굳이 아이샤에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니 또다시 잘난 척을 했고, 가르치려 했다.


"If I had to choose between organization and hygiene. I'd prioritize hygien. Of cource , organization is important too, but I don't have a cupbord for storage"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화장실bathroom.jpg 화장실 bathroom

나의 성격상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잣대와 편견으로 나를 보는 것에 그리 개의치 않지만, 가끔씩 내가 인간관계를 가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들은 설명과 이유들로 나를 변론하곤 한다.


6개월 전에 그녀와 그녀의 친정엄마께서 우리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

그녀의 친정엄마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이샤가 우리 집을 처음 방문한 후, 그녀의 친정엄마께 우리 집 키친이 참 좋다는 소리를 했고, 특별히 구경을 오고 싶어 하셔서 오신 적이 있었다.


아이샤의 친정엄마: "Your kitchen is really nice."였고,

이틀 전, 우리 집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하여 오셨을 때에는 "Your bathroom is so clean"이었다.

물론 아이샤의 친청어머님께서는 영어를 못하신다.

그래서 아이샤가 통역을 해주었다(그녀의 친정엄마는 영국의 이민 1세대로 영어를 못하심)

그녀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대가족을 거느린 이슬람교도의 여인으로써, 어쩌면 넓은 키친은 그녀에게 늘 갖고 싶으셨던 것 중의 하나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렇듯, 나에게는 골칫덩어리인 90년 된 삭정이집은 누군가에게는 꼭 갖고 싶은 집임을 알게 되었다.


Easter Saturday:

낮 12시 30분, 정확한 시간에 존루이스온라인백화점에서 구입한 존루이스핫워터보틀(JOHNLEWIS HotWaterBottle)이 배달되었다.

JOHNLEWISHOTWATERBOTTLE존루이스핫워터보틀.jpg JOHNLEWISHOTWATERBOTTLE존루이스핫워터보틀


나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28파운드를 주고 이미 구입해서 잘 쓰고 있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살 수 없지만, 영국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HotWaterBottle은 제대로 된 것으로 구입하고 싶었다. 그 대신 식비는 줄여야 한다^^.

존루이스워터보틀옆모습JOHNLEWISHOTWATERBOTTLE.jpg 존루이스워터보틀옆모습 JOHNLEWISHOTWATERBOTTLE사진과 실제색깔이 조금 다르다. 사진은 별로인데, 실제는 괜찮다.

좋은 접시는 뒤집어 보면 알 수 있고, 가방은 속을 뒤집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존루이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JOHN LEWIS FAUX FUR HotWaterBottle은 옆에 튼튼한 지퍼가 달려있어서 보틀을 옆으로도 꺼낼 수 있다. 또한 커버가 두껍고 고무재질이 좋아서 따듯한 물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특히 부드럽고 두툼한 촉감은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준다. 가장 중요한 속에 있는 보틀 역시, 출처가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다.

합격! 써본 결과 100점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세일해라 세일해라 하면서.

그러면 한 개 구입해서 추운 집에 사는 아이샤에게 선물해 주려고.


나의 선물을 받아 든 아이샤는 또다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저번에도 자신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왜 이번에도 주느냐고?

나는 말했다.

너는 나에게 참 좋은 친구라고, 그리고 너는 충분히 받을만한 자격이 된다고. 그래서 반드시 너만 사용하라고, 절대로 친정엄마와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말라고. 집안의 장녀인 아이샤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삶을 살았왔었다.

그녀와 나는 참 많이 닮아있다. 아니 조금 닮았다^^.


나는 연신 그녀에게 가격이 너무 싸므로 절대로 부담 갖지 말라고 여러 번 말해야만 했고,

그런 나를 보며,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에는 살짝 물기가 차올랐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내가 건넨 핫워터보틀을 살포시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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