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워크인센터 Walk-in Centre 첫 방문후기/그녀의 따듯한 말
화요일 아침 8시:
GP에 전화를 했다.
내가 블랙리스트에 되어 있나? 전화멘트가 다음에 전화하라는 멘트만 나오고 끊어버린다.
제기랄, AI기술을 이런 것에 이용하는군. 나 차단당한 것인가?
결국, 나는 피켓팅처럼 전화를 통한 당일 의사진료권은 날아갔다.
9시가 넘어서 전화를 다시 했다.
그때는 당신은 6번째라면서 정상적인 안내멘트가 나왔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나의 몸상태를 알려주며, 당장 의사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탁했다.
제기랄! 태어나서 이런 짓을 할 줄을 정말 몰랐다.
그랬더니, 전화를 받은 그녀는 그렇게 몸이 안 좋으면, 워크인센터(Walk-in Centre)를 가던지 아니면 6주 후에 의사를 볼 수 있는 사전예약을 하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그녀에게 애걸했다.
너네가 나에게 6개월 전에 알려주었어야 할 당뇨전단계라는 검사결과를 지금에서야 알려줬잖아.
그래서 나는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평생동안 먹을양의 설탕과 과일 그리고 음식을 마구마구 먹었잖아. 그것도 6개월 이상을!!!
그렇다면, 나의 지금 몸상태는 당뇨전단계가 아니라 당뇨일 가능성이 높잖아ㅠㅠ 그러니까 급히 의사를 만나게 해줘.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나는 포기하고 사전예약이라도 해달라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죽을 것만 같았다.
나는 급히 당뇨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수요일: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관리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통이 시작되고, 조금 어지러웠으며, 혀는 노랗고, 불타듯이 아팠다.
그래서 물을 수시로 마시며 식혔다. 그런데, 물을 수시로 마시면, 즉시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마치 몸속의 물이 다 빠져나간다고나 할까?
그리고 졸렸다.
잠들기 전, 나는 결심했다.
내일 워크인센터를 가야겠다.
목요일 새벽 1시
잠든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일어났다.
심장은 두 방망이 치고, 두통과 어지러움증 그리고 목과 입, 그리고 혀가 불타기 시작했다. 당연히 혀는 더욱 노래졌다. 그리고 몸은 완전히 침대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이러다가 의식이라도 잃으면 어쩌지, 무서워졌다.
그래서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목요일 오후 1시:
아침에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어서, 결국 오후 1시에 집을 나섰다.
안 그래도 이번주는 마지막 꽃샘추위가 있을 거라고도 하더니, 바람이 아주 매서웠으며, 처음 가보는 길이여서인지, 중간에 몇 번을 헤맸다.
역시 모르면 물으라고 했듯이 친절하신 카페직원분의 도움으로 찾을 수 있었다.
tmi: 구글맵이 뒷길로 알려주어서 헤맨 것임.
워크인센터는 내가 기대했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워크인센터(Walk-in-centreNHS) 입구에서는 이미 진료를 끝내고 돌아가는 초등학생 남자아이들 둔 부부가 ABC택시에 올랐다. 언뜻 보기에 나와 같은 이민자가정으로 자차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영국에서 자동차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는데??? 차가 고장 났을 수도 있다.
그들이 떠난 후, 나는 생애 처음으로 영국 워크인(Walk-in Centre NHS) 센터로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젊은 간호사가 와서 묻는다.
(문 앞에는 기다리라는 큰 표지판이 턱 막고 있음)
무슨 일로 왔으며, 어디가 아픈지 물었다.
그녀는 작은 종이에 나에 대한 것을 체크하면서 이것을 가지고 안에 있는 리셉션에 가져다주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너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니까, 소변검사하는 통을 가져다가 소변을 받은 후, 진료받을 때 주라고 했다. 그래야만 적어도 간단한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나이는 어려 보였지만, 친절했고, 전문적으로 보였다.
워크인센터의 리셉션은 조금 특이했다. 온통 플라스틱패널로 되어 있는데, 천정부터 바닥까지 전부 차단된 곳이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사람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틈만 되어 있었으며, 대화를 위한 구멍이 몇 개 정도 뚫려 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런 것을 어디에서 본 것 같은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죄수와 죄수를 면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하는 뭐 그런 창구 같다고나 할까?
삭막하다.
그곳에는 약 40명 정도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노소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흠, 아무래도 2시간은 걸리겠구나.
한국 같으면 번호표를 뽑는 기게라도 있으련만, 당연히 없고, 그냥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이름이 불려질 때까지. 1시간 후, 연륜이 느껴지는 푸른색 간호복을 입은 그녀가 나의 이름을 불렀고,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그녀의 진료실로 따라 들어갔다.
가장 먼저, 그녀는 나에게 무슨 일로 이곳을 방문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너무 서러웠다.
내가 왜 이곳에서 이런 말을 이렇게 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마음으로는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식의 뭐 그런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검사결과를 6개월 만에 듣게 되다는 것은 나의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어서 더욱 난감했다.
이런 상황을 이해는 되지 않지만, 이해는 해야겠고, 현실은 내 마음처럼 안 되고, 숨도 안 쉬어지고, 결국 몸이 살아야겠다고 느꼈는지,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왜, 사람은 기가 막히는 일을 당하면 울음이 터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사람에게 울음은 좋은 것이다. 울면 막혔던 기가 터진다.
물론 나는 영국으로 역이민오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서 나는 죽을 것만 같다.
나의 말이 다 끝난 후, 나는 그녀에게 미리 받아둔 소변통(이곳은 종이컵을 주지 않고, 작은 좁은 플라스틱통을 주면 그곳에 받아서 뚜껑을 닫는 형태임. 흠. 이런 경험은 살다가 처음. 소변 받기 아주 힘듦 ㅠㅠ)을 건넸고, 그녀는 빠르게 시약검사 같은 것을 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았서 6개월 전에 나왔던 검사결과를 확인했다.
그녀는 6개월 전에 검사결과가 4.2로 나왔다. 4.6이면 당뇨인데, 너는 4.2다.
그래서 나는 그거야 6개월 전이잖아.
나는 그동안 이곳의 삶이 힘들어서 평생 먹지 않았던 슈거를 다 먹어치웠고,
지금 이 문제까지 발생했어. 지금 몸상태를 보면, 당연히 나는 지금 당뇨단계다. 절대로 당뇨 전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검사를 하려고 GP에게 물었더니, 안 해준다고 한다.
그녀는 다시 나에게 말했다.
간단한 소변검사를 한 결과 두 가지가 검출되지 않았다.(키토산과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남)
그 대신 이곳에서는 자세한 검사를 할 수 없으므로, 그것은 GP에 가서 하라고 했다.
제기랄, 안 해준다고 애걸하자,
다시 GP에 가서 자신과의 대화를 이야기하면, 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야기를 했다.
혀가 불타고, 노랗고, 계속 물을 먹어도 목마르다.
그랬더니, 그녀는 입안을 간단하게 본 후, 혹시 소화가 잘 되지 않느냐면서 역류성식도염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것을 완화할 수 있는 약을 1달 정도 처방해 줄 것이므로 복용해 보라고 했다. 추후 더 필요하면 GP에게 처방받아서 계속 복용해도 된다고 하였다.
그녀는 NHS에서 시행하는 당뇨프로그램에 지원한 후, 식습관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권장했으며, 2~3일 정도 평소에 먹던 슈거량을 전부 줄여서 식사를 하고, 먹은 음식들을 전부 기록하라고 했다.
그리고 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가만히 듣고 있던 내가 불쌍했는지, 그녀는 나를 위로한다.
너는 과체중도 아니고, 술담배도 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쉽게 식습관 조절이 가능할 것이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위로한다.
그녀의 따듯한 말은 나의 널뛰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결코 서두리지 않았으며, 온화한 얼굴과 따듯한 말로 나를 대했다.
진료실을 처음 들어갈 때의 나의 모습과 처방전을 받아 들고 나온 나는 많이 달랐다.
워크인센터의 문을 나서자마자, 우중충했었던 날씨는 사라지고 햇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길가에 작은 봄꽃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은 모르지만, 눈꽃송이처럼 예뻤다.
tmi: 영국의 날씨는 3시 이후에 잠시 날씨가 좋아졌다가 저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뒷길로 찾아서 들어갔던 영국 워크인센터를 나와서 큰길로 걸어 나왔다.
원래는 이길로 들어가야 했는데, 구글맵이 잘못(?) 알려준 것이다.
역시 AI가 생각하는 것과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근처에 있는 큰 쇼핑센터 안에 있는 부츠(Boots) 약국에 들러서 약을 처방받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약을 먹고, 마음을 추스른 후, 생각에 잠겼다.
나는 영국 워크인센터(Walk-in Centre)를 너무 하찮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왜 그랬을까?
첫째, 구글에서 찾은 정보에 의한 지식이 문제였다. 자료에 의하면,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곳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둘째, 지인의 영국 워크인센터의 방문에 대한 후기를 들은 후, 부정적인 편견이 생겼다.
셋째, 영국역이민 온후, 내가 겪었던 수많은 부정적인 경험 때문이다. 이곳은 영국이다. 한국에서처럼 기대를 하면 안 된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실망이 크다. 그래서 절대로 기대를 하지 말아라 등의 인식이 자리 잡았다.
나는 오늘 그녀들(입구의 젊은 간호사와 의사급의 간호사)로 인하여, 나의 첫 워크인센터 방문후기는 아름답게 기억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최악인 영국의 역이민생활에서도 잘 들여다보면, 그녀들처럼 따듯한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있으므로 희망을 버리지 말고 다시 힘을 내서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얼마 정도 지속될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