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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미남 Oct 18. 2023

어느 평범한 직장인의 상념

  왠지 마음이 어지러워 글을 끄적거려 본다. 지난달부터 일을 시작했다. 약 6개월 만에 ‘월급’이라는 개념이 내 인생에 돌아왔고, 난 더 풍족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녹녹지 않았다. 바로 어제가 월급 날이었는데, 통장 잔고를 보니 벌었던 돈의 절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정말 버는 만큼 쓰게 된다는 말이 사실일까. 난 나의 소비 패턴을 돌아보기로 했다.


  먼저 식비. 아침과 저녁은 닭가슴살 두 조각과 현미 햇반 130g으로 해결하고 있다. 직업적 특성 상 점심은 감사하게도 급식이 주어진다. 계산상으로는 식비로 새 나갈 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좀 더 심층적으로 살펴보면 과연 그럴까. 친구들을 만나서 밥이나 술을 먹을 때 몇 만원은 우습게 나간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데이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동생을 만났을 때에도 배달 음식 한 번의 주문으로 몇 만원은 쉽사리 태울 수 있다. 그나마 평소에 절약하는 습관으로 낭비를 최소화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뿐이었다.


  다음으로 교통비. 과거 꽤 가까운 거리의 직장을 다녔음에도, 툭하면 택시를 타는 버릇을 고쳤다. 지금은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하고 있다. 놀라운 변화다.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도 있지만, 티끌이 계속 모이면 꽤 큰 티끌이 되리라 믿는다. 그렇게 믿어본다.


  이어서 생활비. 생활비는 사실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라 절약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월세비 350,000원, 관리비 35,000원, 통신비, 전기세, 수도세, 보험비, 스터디 카페 이용비, 고양이 유지비, 그리고 각종 경조사비. 지난달부터 참석하지도 못할 결혼식을 포함하여 축의금도 꽤 나갔다. 이번달에는 절친한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행 열차표도 두 장이나 끊었다. 여자친구와 동행하니 축의금이 2배가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관계유지비’에도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인싸’라는 평가를 받기에 치러야 할 대가인지도 모르겠다.


  가계부를 작성해 볼까 생각해봤지만, 내가 무엇을 줄여야 하는 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그만두기로 했다. 배달 음식을 먹는 대신 닭가슴살이나 부모님 또는 할머니가 주신 반찬을 먹고, 3,000원 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까워 편의점 커피로 대체했다. 택시를 타며 돈으로 시간을 사는 대신 시간을 들여 버스를 이용하고, 사고 싶은 옷들은 조용히 ‘좋아요’만 꾹 누르고 자린고비의 자세로 절제하고 있다. 아마도 11월에 예정된 시험이 끝나면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면서 지출되던 15만 원 정도는 절약할 수 있게 되겠지.


  나의 소비를 되돌아보니 멸망으로 향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다만 열심히 일하는 것과 월급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과, 이렇게 돈을 모아서는 결코 경제적으로 풍족해질 수 없다는 차가운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통장 잔고를 늘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쉽게 생각하면 정말 심플하다. 적게 쓰고 많이 벌면 된다. 그러기 위해 난 무엇을 더 바꿀 수 있을까. 우선 내가 뇌를 쥐어 짜며 100화까지 썼던 소설이 대박이 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나의 욕심과는 달리, 독자들이 평가해 줄 일이다. 이미 내 손을 떠났다.


  차기작. 월급이 일정한 직업적 특성 상, 차기작을 쓰는 것 외에 다른 돌파구는 없다. 시험을 잘 마치고, 평소에 내가 머릿속으로 공상하던 것들을 또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일. 나름 숭고한 작업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일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체력을 비축하는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넘어질 일도 없지만,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와 같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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