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가끔 댓글을 받는다. 나는 그런 글에 무척 기뻐하면서 꼭 답글을 성의껏 쓰는데, 지난 주말에는 답글을 쓰다 누군가가 글을 읽어주는 일이 문득 소중하게 느껴져 마음이 조금 아려왔다.
언젠가 읽다가 멈추고 눈물을 뚝뚝 흘려보았던 문장들이 있다. 지금은 모두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그런 문장들을 꽤 많이 안고 여기까지 걸어왔다. 오늘은 레슨 가는 길에 시를 읽어보려고 이북리더기를 들고 왔는데 짐이 많아 제대로 꺼내 읽지 못했다. 그런 문장들은 예상치도 못한 새 툭, 툭 어디선가 떨어져 마음을 건드린다. 그렇게 심장이 반응하는 글들은 어떻게 써지는가.
아픈 몸으로 책을 읽다 나는 어느 작은 책에서 '언제나 책은 그 자리에서 우리가 읽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는 문장을 보고 위안을 받은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독서에 욕심이 큰 편이었다. 그래서 늘 책을 보다 손에 쥐고 잠자리에 든 날이 많았는데 몸이 좋지 않으니 일어나 제대로 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책과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아 서운했다. 심지어 그 문장의 다음 문장은 '이 글을 읽어주어 영광입니다' 하는 말이어서 나는 앉아서 꾹 눈을 감고 눈물을 참았다. 나는 그 작은 책을 소중하게 보관해 두고는 가끔 다시 들여다보곤 했다. 기억에 남는 문장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내가 아직 기억하는 문장을 줄줄이 언급해 두었는데, 다 써두고 나니 너무 반갑고 따뜻해 마음이 나른해졌다.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어쨌든 읽고 지나간 흔적도, 답글도 무척 반갑게 받아 글 쓰는 마음의 활력소로 쓰고 있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답글을 쓰는 일을 익숙지 않아 하는 편인데. 더 자주 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글을 읽을 때 문장의 저 건너편을 생각한다. 언제 쓰였을까, 무슨 일이 있어 쓰게 되었을까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응원을 받았듯이 누군가에게도 내 읽음이 힘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글을 쓰고 읽는 과정은 그런 시간들을 안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사람들이 글을 쓰고 읽는 것이 아닐까. 그 언젠가의 반가운 답글이, 읽은 흔적이 그런 마음을 전해준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 한 마음이 지나간다. 그 마음은 자신을 꾹꾹 눌러 흔적을 남기고 자리를 떠난다. 그러면 그 자국을 어느 누군가가 다시 눈으로 읽어보고 손끝으로 쓸어보고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하고 살아간다. 내가 살아있는 곳에서 본 글쓰기와 읽음이다. 나도 세상에 머무는 동안 누군가의 글을 읽는 경험을 점차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