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쓱 Oct 13. 2023

늘 그렇듯 찾아온 불안과 무기력에 무너진 30대 백수

10화. 시작은 좋았다. 아니 시작만 좋았다.

- 이 이야기는 실패로 버무려진 30대 백수의 밑바닥을 탈출하기 위한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 인스타그램 : @develop_hada


 디지털노마드. N잡. 부업. 무자본창업. 시작은 좋았다. 아주 작은 단위의 액수이지만 수익화가 실현된다고 있다는 것에 나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아! 나도 온라인 비즈니스란 걸 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이런 쪽에 소질이 있었나?" 등등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은둔형 외톨이 즉,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지만, 무언가 그래도 해내고 있다는 느낌에 조금이나마 하루하루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수익화가 나오기 시작하고 약 2달이란 시간이 지났을 때 이제 출금할 수 있는 수준까지 수익이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수익화블로그, 제휴마케팅으로 총 출금한 액수는 60만 원이었다. 전혀 해보지 못한 분야에서 새롭게 배우고 도전해서 얻은 첫 정산금이었다. 솔직히 월 100 이상은 바랬지만, 실제로 나 스스로 하면서 이 분야도 결코 쉬운 부분은 아니라고 몸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그렇게 본 너튜브에서 월 300, 월 500, 월 1000이 얼마나 더 어려운 부분인지도 실감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아직 시작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점도 있었고, 내 역량이 부족했던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속으로 "이제 시작이다. 시작은 좋다."라며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첫 출금을 하고 나서 나는 호기롭게 더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고 글을 쓰고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수익화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성과는 전보다 줄어들고 있으니 내 의욕도 수익처럼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렇다. 시작은 좋았다. 아니 시작만 좋았다는 게 맞지 싶다. 첫 출금 후 더 열의를 쏟아부으며 노력했는데 성과는 점점 미비해졌기에 난 여기서 "또 실패하는 건가. 아 나는 역시 안되나. 왜 나는 안되지? 뭐가 문제지? 내가 무얼 잘못했길래 나한테만 이러지?" 등등 58000가지의 잡생각이 나면서 불안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불안은 무기력과 같이 왔다.


 그때부터 나는 부업에 쏟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너튜브 시청시간도 늘어났다. 처음에는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 궁금해서 너튜브에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잘못한 부분은 없었다. 하라는 대로 했는데 내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엔 방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몇 년 동안 공부할 때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독서실에 있는 끈기를 보였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끈기가 없는지 나조차도 의문인 상황이다. 생각을 아무리 이렇게 해도 몸은 침대에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디지털노마드, 부업, 무자본창업은 점점 내 손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부모님께서는 매일 "ㅇㅇ아 취업은 언제 할 거니? 원서는 냈니? 사지멀쩡한 청년이 도대체 방구석에서 뭐 하는 거고?" 등등의 말로 나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차마 부모님께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번아웃 온 것 같아요. 무기력해요. 우울해요. 불안해요."등의 말씀을 드리기는 싫었다. 그래서 그냥 자동응답메시지처럼 "공고 보고 있어요. 원서 쓰고 있어요. 알아서 할게요."등의 말을 했다. 


 솔직히 나도 남들처럼 얼른 직장을 잡든 사업을 하든 뭘 해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그리고 갈망한다. 왜냐하면 공부를 오랫동안 하면서 내 시간은 다른 사람보다 뒤처져있다는 걸 항상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얼른 그 거리를 메꾸고 싶었다. 하지만 머리로는 막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정작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나 스스로가 한심하고 스트레스가 되었다. 누구보다 변하고 싶은 게 나 자신인데.


 좀 당분간이라도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병원을 찾아갔고 상담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요즘 젊은 20, 30대층에서 번아웃, 무기력 등으로 내원하는 내담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셨다. 물론, 나도 그들 중 하나이고 그렇게 내 상황을 말씀드리니 아직까지 너무 심각한 단계는 아니시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원체 성격이나 성향이 "완벽주의" "강박"이 기본 베이스로 있고, 또 오랫동안 수험생활하면서 거듭되는 실패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고 실패로 인해 유독 걱정과 불안이 심한 상태라고 말씀하셨다. "또 실패를 겪게 될까 봐. 그럴 바엔 아무것도 하지 말자. 아니면 도망치자."이런 이유로 말이다. 그래서 일단 "범불안장애"판정을 받고 약을 10일 치 타왔다. 정말 힘들 때 하나씩 먹으라고 하시고 난 길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면서 터덜터덜 집으로 갔다.


   

작가의 이전글 무자본창업 나도 할 수 있는 거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