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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수 Sep 29. 2024

추석 당일의 성묘

9월 17일. 추석 당일의 성묘는 아예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하루 전날 금년도에 성묘를 가자는 이야기를 꺼낸다. 손자를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인다. 추석 전날 인도 유학 중인 늦둥이 중학교 2학년인 손녀를 제외한 아들과 며느리 둘 다 대학생인 손녀와 손자 넷이서 우리 집으로 왔다. 


4시 50분 눈을 뜨고 새벽을 열었다. 잠시 후 거실에서 자고 있는 아들과 손자를 깨웠다. 며느리도 일어나 시어니와 같이 음료수와 과일 등 간식을 준비하여 작은 아이스 박스에 담는다. 5시 30분 나는 손자 <승언> 이와 같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우리가 기다리는 층을 지나 바로 윗 층인 11층에서 멎는다. 아주머니가 외출 준비를 한 모습으로 혼자 내려온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주고받는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마자  <승언>이가  단거리 선수와도 같이 내린다. 내가 속으로 'After you!'("먼저 하세요. 가세요")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그냥 내린다. 가르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위층 여자에게 '먼저 나가시죠' 말하니 '감사합니다'하고 내린다. <승언>이는 먼저 내려와 자동차 시동을 걸고 기다리는 아빠 곁으로 가서 차에 올라 운전하는 아빠 뒷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의 자리는 운전석 옆 조수석 자리이다. 혹시 운전 중에 졸릴 때는 조수석에 앉은 내가 반드시 깨워야 할 책임이 있다. 기도를 한 후 출발했다. 5시 35분이었다.


빠른 길을 선택하여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간다. 인천 부평 승회원 가족공원을 왼쪽으로 바라보면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지나 국도, 일반도로를 쉬지 않고 달린다. 계절을 잊은 더위가 계속되지만 그래도 하늘은 가을빛을 띄운다. 논에 고개 숙인 벼이삭들은 노랗게 물들며 살찌우고 있다. 목적지인 대전광역시 서구 평촌동(최근에 광역시로 편입이 되다)에 도착하니 2시간 30분이 소요된 오전 8시 10분이다. 산소에서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집에서 준비해 온 연잎 밥으로 늦은 아침 식사를 간단히 했다. <승언>이는 그냥 지나치다. 잠시 휴식을 갖다.


나의 할아버지께서는(1884.5.9-1914.5.4) 30년을 사셨다. 당연히 나의 형제들은 할아버지를 뵌 일이 없다. 사진을 남기지도 않으셨기에 얼굴도 모른다. 할머니(1880.2.17-1961.3.1) 나이 서른 넷이었고 아버지(1906.8.1-1979.10.6)가 여덟 살 때이다. 고모 한 분 출가했고 아버지는 스무 살에 어머니(1914.1.12-2005.3.27)와 결혼을 했다. 아들 다섯, 딸 다섯을 낳으시고 기르시기에 고생이 너무 많으셨다. 흐르는 세월은 

세 분 형들과 형수들도 우리 곁을 떠났고 누나와 여동생 하나도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아쉬움이다. 지금은 두 누나와 금년 칠순을 맞이하는 막내 여동생, 아들로 넷째인 나와 다섯째 아들인 남동생 다섯이 연락을 하며 부모님 기일에는 서로 연락을 하고 한 자리에 모인다.


함께 모여 머리를 숙였다. 내려 쪼이는 태양이 머리 위를 뜨겁게 한다. 부모님 좋아하시던 찬송을 부르고 성경을 읽었다. '서 있는 나무들이 뿌리가 없이 존재할 수 없듯 할아버지 할머니로 인해 펼쳐진 자손들이 되었음을 감사하자. 좋은 자손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는 삶을 살아가자'라고 다짐을 했다. 막내 동생 내외, 세 조카들 부부와 한 조카는 두 아들과 함께, 모두 네 가족이 첨석 했다. 우리 집은 세 가족이 먼 길을 달려왔다.  모두 13명. 그늘을 찾아 각 집에서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전 주변에 살고 있어 귀가 시간을 염려할 게 없다. 나는 먼저 일어나며 "멀리 가는 사람 먼저 일어나니 더 앉았다가 일어나"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0시 35분. 올 때와 마찬가지로 지름길로 안내를 맞추고 달리다. 고속도로는 사양하고 일반도로와 국도로만 달렸다. 그러다 보니 휴게소가 기다려주지 않고 처음 밟는 낯선 도로를 주행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막힘은 아산 방조제를 바라보면서 1Km 움직이는 데 20-30분이 걸린 듯싶다. 운전하는 아들도 손자 <승언> 이도 지친 모습이다 아침에 하려다 참았던 엘리베이터 예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먼저 내리시죠'를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 <승언>이는 대답이 없다. 기다리던 아들이 닫을 말한다. "After you!" (먼저 하세요. 가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승언>이 알았지. 새벽에 및 모르는 여자라도 엘리베이터를  깊이 타고 내릴 때는 '먼저 내리시죠'하면 좋을 듯싶어 참고했으면 해서 얘기하는 거야. 


오후 6시 5분 전에 지루한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같은 거리지만 가는 시간 2시간 30분, 오는 시간은 7시간 20분이 걸렸으니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추석 당일의 성묘를 하려면 장거리에 있는 자녀라면 전 날 산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에서 민박을 하는 방법이 있겠다. 아니면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성묘를 하면 되겠다. 성묘 후에 미리 예약한 열차를 이용하여 귀가하면 길에서 하는 고생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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