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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Dec 21. 2020

엄마의 달콤한 잔소리

퇴원  친정에서 며칠 요양을 하기로 했다. 신경이 다쳤는지, 일시적인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리가 계속 저리고 골반 통증이 심하다. 집에 가면 밥하고 눈에 보이는 살림을 해야 해서 며칠 따뜻한 엄마 밥을 먹고 쉬다가기로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시간씩 통화하는 모녀 사이지만  엄마 집에 오래 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너무 커버려서일까. 엄마의 취향과 삶의 방식이 나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래 있으면 티격태격 작은 불만들이 오고 간다.

예를 들어 흡연자인 아빠가 담배를 많이 피우셔서 집안에 들어가면 퀴퀴한 담배냄새가 난다. 그래서 좋은 공기청정기를 사드렸는데, 전기세를 아낀다며 코드조차 빼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겨울이라 환기도  못 시키는데 공기청정기 틀자며 버튼을 눌렀더니 공기 질이 800 이상이 나왔다. 나는 이러면  생긴다고 잔소리를 했고 엄마도 똑같이 사소한 잔소리로 대답하셨다.

이런 이해할  없는 사소한 삶의 방향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합쳐지면 잔소리로 변화한다. 엄마는 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질문과 요청 세례를 퍼부었다.
배고프지,  먹어야지.” (병원에서 꼬박꼬박 밥 줘요.)
,  수술하고 화장실을 편히 갔니? 빨리 들어가   봐라.” (엄마,   일은 내가 몰래 처리할게요.)
그러면 드링킹 요거트 마셔라. 너무 차가우면 전자레인지에 데워줄까?” (아니, 어머니! 그걸 뜨겁게 데워 마시는 사람이 있나요?)
 얼굴이 누렇게 떴어. 이거  발라봐라.” (엄마, 수술했는데 그렇지 . 화장품이 문제가 아니야.)
심심하지. 이거 볼래? 미스 트롯 볼래? 영화 볼래?” (엄마,  트로트  좋아해...)
아니   이렇게 말랐니!!!” (, 아무도 나를 보며 말랐다 생각하지 않을걸... 엄마가 하도 밥을 먹여서 살이   같은데..)
호빵 먹을래?” (,라고 대답하니 입꼬리가 올라가신다)

이밖에도    없는 폭풍 잔소리가 한바탕 지나갔다. 괄호 안에 나의 말은 속으로 ‘엄마 이제 그만!’이라 생각하면서 품은 생각이지만 뭐라 크게 대꾸하지 않았다.  잔소리가 사랑임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삼일 이상 들으면 조금 힘들다. 그래서 친정에 오래 있으면 많이 먹어 배부르고 잔소리 많이 들어  배부르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여전히  방식대로만 살고 싶어 날뛰는 강아지 같아서 엄마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하루만  있다 가라는 부탁에도  쏘며 불편해서  있겠다는 소리를 하거나,  먹으라고 하면 하지 말라고 대꾸하거나  먹기도 하고 했다. 지금은 꼭두새벽부터  집안에 생선 냄새를 풍기며 생선을 구워주시면 아무 말 없이  먹는다. 그저  먹이는 것이라도 해주고 싶은  엄마의 사랑일 테니까. 
엄마는 내가 도착하고 거대한 오리를 삶고 계신다. 몸보신을 해야 한다며 분주하게 요리를 하신다.  부작용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지만   떠야겠다.  안에 녹아있는 건 그저 단순한 영양소가 아닌 엄마의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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