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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Jul 05. 2023

코로나19 이후의 학교폭력 대응 방향

학교폭력 책임교사 이야기4

(본 글은 월간 '좋은교사' 2023년 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코로나 시기의 생활교육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춰 섰을 때 학교의 생활교육 역시 공백기를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 학생들이 없었으니까. 코로나가 대확산되던 시절 학교는 문을 닫았고 수업은 원격으로 이루어졌다. 교사들은 줌(ZOOM) 화면을 통해 학생들의 얼굴을 확인했고, 상황이 좀 나아지자 마스크 쓴 모습으로 교사와 학생들은 대면했다. 


원격 수업이 주를 이루던 기간 학교 폭력의 사례는 눈에 띄게 줄었다. 가끔 온라인 공간에서의 사이버 폭력이 보고되기는 했지만 그 횟수는 많지 않았다. 줌 수업 기간의 이슈는 학교폭력보다는 수업 결손을 어떻게 막을지,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어떻게 확인할지가 우선이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세 번째 맞는 새 학년도인 2022년에는 등교수업이 거의 회복되었다. 이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기 시작하니 학교폭력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다. 학생들이 얼굴을 맞대고 몸을 부딪히다 보면 감정이 쌓이고 갈등도 발생한다. 등교  수업이 확대되어 가는 시기의 특징은 모든 학년이 마치 신입생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서로의 얼굴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원격수업 기간은 마치 그대로 건너뛴 것 같았다. 


1,2,3학년이 동시에 신입생 같은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학교의 생활교육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일단 복장이나 출석 등 기본 생활에서 학생들은 준비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본교의 경우 2020년에 입학한 학생들은 교복은 있었지만 체육복은 공동구매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에 학교가 해왔던 그대로 진행하기는 무리였다. 그래서 등교수업이 완전히 이루어졌을 때 학생들 중에는 기본 생활 습관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집에서 편한 복장으로 원격수업을 듣고 자기주도적으로 시간을 활용했던 아이들은 다시 학교의 규율과 단체생활의 규칙 속으로 들어가는 데 적잖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힘은 대단하다. 2022학년도가 진행되면서 학교는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하나씩 복구되어 갔다. 오히려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코로나 이전의 모습을 모두 회복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의 교육청 이관이 주는 의미


코로나 기간 중에 학교폭력 이슈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교육청으로 이관된 일이다. 그렇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코로나 이전의 학교는 학교폭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줄여서 ‘폭대위’라 부르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폭력 사안에 대한 조사와 심의를 담당했었는데, 가뜩이나 학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던 사회 분위기와 합쳐져서 학교는 학교대로 업무 부담에 나가떨어지고, 학교 폭대위의 결정에 대한 불만과 소송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법률이 2019년에 통과되어 학교 현장에는 2020년부터 적용되었다. 


이제 폭대위를 교육청으로 넘긴 학교에는 ‘학교폭력 전담기구’가 운영되면서, 학교에서 접수된 학폭 사안을 ‘학교장 자체해결’로 할지, ‘교육청 폭대위’에 의뢰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사안에 대한 경위를 조사하고 교육청이 결정한 처분을 이행하도록 관리하는 일은 여전히 학교가 담당하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을 교육청이 내리기 때문에 학교의 부담은 한결 덜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청에서는 변호사와 학폭 담당 장학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불만은 줄어들었다. 물론 최근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몇몇 사안들에서는 교육청의 처분에도 재심을 청구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교육청의 처분에 학부모들은 수긍을 한다. 무엇보다 학교로서는 가해 학생 처분과 관련한 다툼에서 한 발 짝 물러서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전히 주목받는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이슈들


코로나 상황과 무관하게 학교폭력에 관한 사회적 이슈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배구, 야구 등 유명 운동선수가 학교폭력 전력으로 인해 대표팀에서 퇴출되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도 학폭 가해 사실이 밝혀지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매체에서 사라진다. 최근에는 고위직 임명을 앞둔 공직자가 자녀의 학폭 문제로 낙마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학폭 문제는 다른 어떤 주제보다 인간성과 공정성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으며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학교폭력 전력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정시에 버젓히 합격한 사례가 문제가 되면서 정부에서는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새로운 학교폭력 대응 강화책을 내놓았다. 바로 올해 4월 12일에 교육부가 발표한 ‘2023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다. 


이 대책은 스스로 밝히기를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두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기존에 있던 방법의 세기를 조금 올리거나 큰 비용 없이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해 학생에 대한 긴급분리 기간을 3일에서 7일로 늘린다거나, 중대한 처분에 대한 학생부 보존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거나 하는 내용 등이다. 그 외엔 기존에 있었던 교육청 인력에 이름만 추가로 덧댄 듯한 ‘학교폭력예방지원센터 설치’나 예술, 체육 교육을 강화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사실상 대학 입시에서 모든 전형에 학폭 전력이 영향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 정부의 의사결정권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내고 짜낸 방안이 이 정도에 머무른다는 사실이 학폭 문제에 대한 앞날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학교폭력 대응 방향, 어디로 가야 하나?


학교폭력 대응 방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에 대해 관심이 안 보인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스스로 밝혔듯이 현재 학폭 대응의 기본 방향은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인데, 물론 제대로 하겠다는 이 두 목표도 과연 제대로 될까 의문이 들지만, 동시에 가해 학생을 교육적으로 어떻게 지도하겠다는 대책이 빠져 있다.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가해 학생에 대해 적절한 처분을 내리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가해 학생이 될만한 소지를 가진 학생에 대한 교육, 그리고 가해 학생이 다시 그러한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교와 교사의 교육적 권위’에 대한 보완도 미비하다. 폭대위가 교육청으로 이관된 것도, 학폭 사안이 각종 송사에 휘말리는 것도 학교가 가진 교육적 권위에 대해 사회적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해, 학교가 내린 교육적 결정에 대해 사회적으로 그 권위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풍토가 형성된다면 학교는 학폭 문제를 교육적 접근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교육부의 대책에서도 학교의 대응력 강화에 대한 부분은,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학폭 담당 교사의 법적 책임을 면제한다든지, 교원에게 법률상담을 제공한다든지 하는 애매하고 부실한 대책들뿐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학교가 학폭 문제를 담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여 교육적 권위를 갖게 하고, 가해 학생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적 프로그램이 시행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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