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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존재’가 아닐까? 사물은 ‘!-존재’이다. 사물 밖에는 ‘?’로 가득 차 있다. ‘!’는 근원적 가능성을 없앤다. 인간의 삶은 양의적(兩意的)이다. 인간의 삶을 ‘이것’에서 보면,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흐르고, 또 ‘저것’에서 보면 느낌표에서 물음표로 흐른다. 자기(自己)에게 타자란, 느낌표이다. 하지만 자기에게 자기란, 물음표이다. 삶은 흐른다. 흐르는 존재는 탈주한다. 자기기만은 흐름을 봉쇄하려 하는 모든 노력을 일컫는다.
인간의 불안과 우울은 흐름에서 온다. 불안과 우울을 근원에서 지배하는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이를 은폐하는 감정은 ‘자부심’이다. 부끄러움은 느낌표의 시선이 낳는 물음표의 감정이다. 물음표는 물음표로 있기를 부끄러워한다. 느낌표는 느낌표로 있기를 자부한다. 물음표는 느낌표로 이행하려 하면서 흐른다. 그러나, 느낌표는 자신 속의 물음표로 인하여, 물음표로 흐른다. 물음표는 물음표대로 보고, 느낌표는 느낌표대로 보는 게 ‘?-존재’의 삶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