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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at on the boat May 08. 2023

그대를 우주적으로 사랑하는 법_2 (cf. 파란 사색)

<나는 하늘에서 파도를 본다_수필>

"인식의 과정을 거쳐버린 사물에겐 그 본질을 알아낼 방법이 결코 없다."


위의 개념을 처음 학습-혹 인간 내면의 선험적인 것을 발견한 행위이든-했을 때에, 적잖은 것들로부터 괴로움과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 홀로 동굴 속에 갇힌 채 그림자 놀이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보장을 그 누구도 해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으레 삶이 그러하다는 것을, 본디 고통으로부터의 도피적 행위를 반복해야 할 뿐임을 이해했을 때(cf. 무지한 자의 변명), 이는 또한 일종의 역설적인 위로자가 되었다. 아니, 사실은 꽤나 큰 즐거움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으니, 설명하자면 이는 그대 덕분이라. 


그대는, 그대는 참새가 흘리고 간 작은 그림자 속에도, 햇빛에 부드러이 녹아 빛바랜 간판 속에도, 밤잠을 설치게 하는 무형의 파도 속에도, 빗방울이 연주하던 창가의 현상 속에도, 뜨겁도록 검은 눈꺼풀의 그림자에도, 그 어느 곳에서도 그대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으니, 이는 사물의 객관성이 결여되며 떠안겨준 몽상이라. 


나의 우주 속 그대는, 때때로 나의 우주 그 자신이 되곤 한다. 


그대는 바람, 그대는 향기이다.

그대는 노을, 그대는 하늘이다.

그대는 달빛, 그대는 새벽이다.

그대는 별빛이다, 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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