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안무 : 마리우스 프티파, 레프 이바노프
개정 안무 : 루돌프 누레예프
출연 : 도로테 질베르(클라라, 사탕 요정), 기욤 디옵(드로셀마이어 대부, 호두까기 왕자님)
* 특이하게 드로셀마이어가 호두 왕자님이 되어 클라라와 춤을 춘다.
누레예프 안무를 몇 번 봤더니 취향을 알겠다.
자주 나오는 상체 포지션과 하체의 잔스텝만 봐도 "누레예프네."라는 반응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완벽한 턴아웃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하체
테크닉들이 몇 번이나 나왔는데, 누레예프 자신이 춤을 매우 잘 췄던 사람이었기에 그런 안무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발레리나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다른 호두까기 왕자님들과는 달리 누레예프의 호두까기 인형은 호두왕자님을 비롯한 발레리노들의 기량이 상당히 돋보이는 안무이다.
* 부르농빌 메소드는 회전 동작이 별로 없다. 부르농빌 자체가 회전에 약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의 주특기인 잔스텝, 도약 등을 안무에 많이 넣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원들의 피지컬과 기량은 역시 세계적이다. 발레 비주얼도 매우 훌륭하고 춤실력도 와우!최고였다. 화면으로 보는 건데도 무용수들의 기량이 뚫고 나올 정도였다.
평소에 얼마나 연습을 시켰길래 점프력도 다들 가볍고 군무도 칼군무. 심지어 1막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나오는 아역들도 정말 질서정연하게 칼군무를 추던데...(그래서 동심은 안 느껴졌다)
프랑스 춤이 어려운 춤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폴드브라가 아름답고 스퀘어박스를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하체 테크닉은 바쁘니 비록 상체 표현(스퀘어박스)을 절제하는 춤이어도 전체적으로 화려하게 발현된다. 매우 아름다운 춤!
그럼에도 내가 이 아름다운 춤이 왜 이렇게 적응이 안되나 했는데, "의상" 때문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의상이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런데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발레 덕후들 사이에서도 종종 나오는 이야기이다.
특히 2막은 전체적으로 노란 컬러를 사용한데다,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인 무대배경과 조명 때문에 역시 황금빛 의상을 입은 사탕요정과 호두왕자님의 파드 되, 꽃의 왈츠 군무 등이 묻혀버렸다. 마치 자금성(?) 보는 줄 알았다...
전반적으로 발레리나들의 클래식 튜튜가 답답하게 보였고, 사탕 요정의 춤을 보면서 목걸이만이라도 빼주고 싶었다. 더하기만 한 발레 패션에서 중국의 느낌이 났다. 무대배경과 의상을 바꾸면 훨씬 춤이 돋보일 듯 하다.
누레예프가 동방의 문화에 경도되었던 분이었던 것 같다. 이디까지나 지레짐작이지만. 발레 소품으로 오리엔탈리즘이 강한 앵그르의 작품도 나오고(그랑 오달리스크).
발란신 발레가 러시아에 뿌리를 두었듯이, 누레예프 역시 러시아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사탕요정이 머리에 쓴 장식이 러시아 전통 모자 코코쉬닉을 연상케 했고, 전반적으로 발레 의상에서도 러시아 민속 의상 스타일이 보였다. 누레예프의 마음 속에 언제나 고국이 있었네.
동심은 영국 발레가 더 잘 표현한다. 아동문학에서도 영국이 선진국인 이유가 있다.
1986년 영상물
https://youtu.be/cpnX8mJgE1w?si=-G91DkeiZfzygNv1
그림출처 : 네이버
사진출처 :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