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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Oct 03. 2023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

과연 그녀들의 선택은?

로맨틱한 희극 발레 <고집쟁이 딸>과 스페인의 강렬함이 매혹적인 고전 발레 <돈키호테> 비교하며 보는 재미

영국 로열 발레단, <고집쟁이 딸>에서 리즈(마리아넬라 누네즈)와 콜라스(카를로스 아코스타)


발레 <돈키호테>에서 키트리와 바질


줄거리

두 작품의 줄거리는 대략 비슷하다. <고집쟁이 딸>의 주인공 리즈는 가난하면서 매력있는 남자 콜라스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자 어머니가 부유하면서 조금 모자란 알랭한테 시집 보내려고 한다. <돈키호테> 역시 딸 키트리가 가난하면서 잘생긴 바질과 사랑에 빠지자 키르티의 아버지가 부유하고 나이 많은 남자한테 시집보내려고 한다. 두 작품 모두 결론도 비슷하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딸들의 승리이다.     


러블리한 희극 발레 <고집쟁이 딸>

낭만 발레보다 역사가 더 오래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막 발레이다. 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우연히 본 그림 한 점이었다. 안무가 장 베르세 도베르발은 작은 시골 창고에서 엄마에게 혼나고 있는 딸과 계단으로 도망치는 젊은 남자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전막 발레를 만들었다. 서민의 일상과 사랑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로 초연 당시 왕의 칭송이나 신화, 영웅 이야기에 익숙해 있던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초연에 성공한 <고집쟁이 딸>은 19세기까지 사랑을 받다가 서서히 극장에서 사라졌다.

사진 출처 : 위키디아, <훈계>


<고집쟁이 딸>이 부활한 것은 영국의 안무가 프레데릭 애쉬튼에 의해서였다. 애쉬튼은 이 작품을 재안무하면서 로열 발레단 스타일을 가미했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력과 이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인 리본 테이프 춤, 그리고 리얼한 동물춤과 알랭의 유머러스한 캐릭터 댄스가 볼거리이다.


특히 로열 발레단의 <고집쟁이 딸>의 발레 마임은 거의 연극 수준이다. 역시 연극의 나라답게 발레 작품도 연극인가? 발레인가? 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으로 무장한 발레 마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티키타가하면서 주인공 리즈와 콜라스 꽁냥꽁냥하는 모습들이다. 리즈와 콜라스가 꽁냥꽁냥 커플답게 리본 테이프로 사랑스러운 춤을 추는 모습은 이 작품의 백미이다.


화끈한 스페인 감성의 희극 발레 <돈키호테>

강렬한 스페인 감성을 화끈하게 보여주는 발레 <돈키호테>. 스페인의 화려한 감성과 낭만을 가득 담은 작품이지만 장르는 고전 발레이다.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가 루드비히 밍쿠스의 음악을 사용해 만든 작품으로 초연 당시부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스페인 감성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발레 작품 <돈키호테>는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정말 많다. 끼와 흥이 넘치고 화끈함과 화려함이 있으며 위트 넘치는 발레 마임과 고난이도의 발레 테크닉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1막에서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베리에이션과 3막에서 ‘결혼식 그랑 파드 되’ 중 키트리의 ‘부채 베리에이션’은 발레리나로서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구사하는 부분으로 관객들의 호응과 박수를 정말 많이 받는 장면이다.

라 스칼라 발레단의 <돈키호테>


이처럼 흥이 넘치는 화려한 발레 테크닉과 화끈한 감성이 가득 차 있는 발레 작품이지만 다른 고전 발레와는 달리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와 좌충우돌 결혼 스토리를 담았기 때문에 고전 발레이면서도 ‘서민 발레’라고도 불리운다. 그래서 발레 <돈키호테>의 군무들의 손의 포지션이 왕자와 공주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귀족 발레 <백조의 호수>와는 다르다.  

서민 발레 <돈키호테>에서 발레리나들의 손 포지션
로열 발레단의 <돈키호테>에서 키트리(마리아넬라 누네즈), 바질(바딤 문타기로프)
대표적인 귀족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들의 손의 포지션


<돈키호테>에서는 키트리가 부채로 마음을 표현하는 발레 마임이 일품이다. 부채로 표현하는 여자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분이 좋을 때는 부채를 살랑거리고, 밀당을 할 때에는 튕기듯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나를 봐주세요’라고 표현할 때에는 부채로 상대방의 어깨를 툭툭 친다.     


<돈키호테>에서 발레 마임을 가장 많이 하는 캐릭터는 역시 돈키호테이다. 작품 이름만 돈키호테일 뿐 실제 주인공은 키트리와 바질이어서 돈키호테는 거의 엑스트라와 같은 존재이다. 존재감이 거의 없는 돈키호테는 작품 속에서 춤은 전혀 추지 않고 오직 발레 마임으로만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이어주고 있다.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들

영국에서는 꾸준히 사랑받았던 발레 작품 <고집쟁이 딸>은 그 동안에는 한국에서는 거의 안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년 전에 국립 발레단에서 초연을 한 뒤로 이 작품의 낭만적인 요소와 재미가 알려지면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금도 사랑받는 작품 <돈키호테>는 고전 발레이면서도 절묘하게 스페인 감성과 민속 춤이 융화가 되면서 관객들의 흥을 돋구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발레 <돈키호테> 홍보용 사진으로도 많이 나오는 발레리나의 ‘플리세츠카야 점프’를 비롯해 캐스터네츠 베리에이션, 투우사들의 춤, 강렬하고 매혹적인 집시들의 춤과 2막에서 꿈속에 등장한 숲 속 요정들의 춤과 큐피드의 베리에이션, 3막에서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 그랑 파드 되’가 유명하다. 특히 키트리와 바질의 그랑 파드 되에서 고난이도의 리프트, 바질의 공중회전과 박력 넘치는 점프, 그리고 키트리의 현란한 푸에테와 피케턴은 관객들을 단숨에 매료시키는 명장면이다.    

 

볼쇼이 발레단의 <돈키호테>에서 키트리(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바질(안드레이 우바로프)

    

<돈키호테> 2막 ‘꿈속 장면’ 중 둘시네아의 춤



https://naver.me/GqNHAQNb

<고집쟁이 딸>에서 리즈와 콜라스의 리본 테이프 춤

리즈 역을 맡은 마리아넬라 누네즈의 연기가 정말 사랑스럽다.



https://naver.me/xkIjzNEQ

자하로바가 전성기였던 시절 키리 역을 맡은 자하로바의 완벽한 발레 테크닉을 감상할 수 있는 명장면이다. 사실 자하로바는 지금도 전성기이다. 자하로바가 키가 워낙에 커서 자하로바의 큰 키를 감당할 수 있는 발레리노들이 적었다고 한다. 볼쇼이 발레단의 안드레이 우바로프와 라 스칼라 발레단의 로베르토 볼레가 자하로바의 큰 키를 감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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