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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력하는 나무늘보 Mar 06. 2023

싫어하는 사람에게 감사하는 삶

보통 우리는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성격은 천차만별이다. 각각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톱날 모양이 달라서 서로 엉키고 고장 난다. 우리는 세상 모두에게 잘 보일 수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에게 잘 맞춰주고 있는 것이다.


 나도 톱니바퀴가 맞물리지 않아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주로 선택해 온 방법은 자리회피였다. 비겁하고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지만 자리를 회피하면 감정싸움이 일어날 일이 없어 아주 효율적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 그렇게  도망쳐 다니던 나에게 큰 어려움이 닥쳤다. 바로 군대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로서 군대에서 도망칠 수 없다. 좋든 싫든 같은 자대에 배치를 받게 되면 18개월 동안 한 지붕아래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막사 내에 나와 성격이 안 맞던 친구가 있었다.  대화를 하면 서로 악의는 없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자꾸만 언성이 높아지는 게 분명 우리는 서로 맞물릴 수 없는 톱니바퀴였다. 대화하기 싫은 사람을 만나면 대충 둘러대고 자리를 회피해야 하는데 군대에서는 24시간 함께 생활하니 도망칠 곳이 없었다. 밥 먹을 때도, 훈련받을 때도, 심지어 잘 때도 함께 해야 한다. 혼자 끙끙 앓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우연히 심리학 책을 읽다 감사의 효과와 사례들을 접하게 됐다. 마침 군대에서 천감사(감사한 일 1000가지 적기)를 적으면 포상휴가를 줘서 관심 있게 읽어 보았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이다. 그는 꽃이 넓은 들판에 활짝 피듯 행복이 만개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긍정정서(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관계(Relationship), 의미(Meaning), 성취(Achievement)를 주장했다. 그는 핵심 요소들의 첫 알파벳을 따서 PERMA라고 불렀다.


PERMA는 뭔가 거창해 보이는 핵심요소들이지만 우리는 놀랍게도 감사를 통해 이것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효율을 추구하는 나로서 너무 매력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앞서 이야기했던 친구와 갈등이 반복됨에 따라 친구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쁘게 보였다. 전역까지 남은 몇 백일 동안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수 없어 나는 친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 보았다. 그 친구의 좋은 점만 바라보고 감사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식사 집합 시간을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대기 중에 잠들었을 때 깨워줘서 감사합니다.' '저 대신 청소구역을 청소해 줘서 감사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감사하려고 노력했다. 주로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한 번씩 직접 말로도 해보았다. 그렇게 감사를 하는 날이 쌓일수록 친구에 대한 나의 관심의 불균형이 점차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었다.


나는 감사의 힘을 똑똑히 체감했고, 조금 더 확장시켜 군대에서 감사일기를 적어 보았다. 감사한 일을 천 가지나 적어야 하기에 정말 작은 일도 감사일기에 적었다. '눈을 재설하지 않도록 기온을 올려준 햇님 감사합니다.' '식당에서 웃으면서 인사해준 조리병님 감사합니다.' 감사일기가 채워질수록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보였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니 웃는 날이 많아졌고, 나의 감정 주파수가 긍정에 맞춰졌다. 감사의 힘은 힘든 군생활을 버티는데 큰 무기가 됐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삶의 행복지수를 올리고 싶다면 함께 감사일기를 작성해 보는 것이 어떤가. 감사하는 행위에 시간을 적금하면 돌아오는 보상은 막대하다. 은행에 이처럼 이자가 높은 상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사일기를 쓰는 것에 정해진 형식은 없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작성해 본 결과 권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사소한 것도 좋다. 하지만 단순한 사실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짧게라도 이유와 함께 적는 것이 좋다.

▪︎감사일기를 적을 때는 '~때문에' 보다는 '~덕분에'를 사용하자. 생각과 말을 '~때문에'에서 '~덕분에'로 바꾸기만 해도 사고와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기보다 생각을 정리하여 적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감사일기를 작성하고 SNS(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해시태그를 하여 공유해 보자. 이 책의 저자와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독자들이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줄 것이다.

#나는시간을적금하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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