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주말]2025-02-08/판다들이 가르쳐주는 '나다움'
일반인의 눈에 비친 판다는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흑백의 동글동글 비슷한 체구와 무늬를 가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지문처럼 모두가 미묘하게 다른 무늬와 외형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오랜 시간 개체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든다면 각자의 독자적인 성격도 알게 된다. 지난 회차에서 소개한 판다월드의 유일한 수컷 판다 ‘러바오’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바오’ 가족 중에서도 특별함을 소유한 판다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매력으로 ‘러바오’는 나무 위에서 낭만을 즐기듯 여유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하고 대나무를 고르는 식성이 까다로우며, 특히 대나무만으로는 부족한 영양을 채워주는 영양식 빵을 먹는 것을 매우 불편해한다. ‘러바오’는 인절미 같은 질감의 영양식 빵이 입안에 들어와 부서지고 가루가 되면서 침과 섞여 치아에 붙어 나게 되는 것이 무척 싫은 듯하다. 그래서 빵을 다 먹고 나면 어김없이 15분 정도 정성을 쏟으며 혀를 사용해 입안을 열심히 정리한다.
그렇다고 이번에도 ‘러바오’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와 유전적 관계에 있는 유니크한 판다 ‘후이바오’를 말하려면 父 개체인 ‘러바오’를 먼저 말해야 했다. 왜냐하면 ‘후이바오’의 유니크함은 ‘러바오’로부터 온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누군가 필자에게 말했다. 살아가면서 운동으로든 약으로든, 그게 무엇이 되든 절대 이길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나이를 먹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전자의 힘이라고. 그런 ‘러바오’의 유전자를 쏙 빼닮은 판다가 태어난 것이다. 2023년에 쌍둥이로 태어난 ‘후이바오’는 귀와 코, 두상의 모양 등 외모뿐만 아니라 야외의 나무 위를 좋아하는 행동까지도 닮아 마치 어린 ‘러바오’를 연상시킨다. 태어난 지 20개월 차에 접어들며 맛있게 먹어야 할 영양식 빵마저도 불편해하는 모습에 역시 유전자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입안에 들어온 빵의 질감이 어찌나 싫은지 어금니를 딱딱! 부딪혀 소리를 내는가 하면 삼키기 싫어 분비되는 침과 함께 흘려서 밖으로 내보내기에 바쁘다. 이런 ‘후이바오’의 엉뚱한 매력은 이제 ‘러바오’를 넘어서는 유니크함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성장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후이바오’의 이런 무해한 존재는 그걸 지켜보는 관람객이 기쁨과 행복을 크게 실현하는 데에도 충분한 듯하다.
어쩌면 판다들이 인간을 바라보는 느낌도 비슷할지 모르겠다. 비슷한 눈, 코, 입과 표정, 비슷한 체구에 옷이라고 하는 것을 걸친 모습이 비슷해 보이지 않을까. 특히 같은 유니폼을 입고 매일 가까이 등장하는 주키퍼라고 하는 존재들은, 주키퍼들이 그러듯이 개인별 특성을 파악하고 구별할지도. 그중 ‘후이바오’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필자도 부모 세대에게 물려받은 특성이 있다. 바로 지금처럼 글을 쓴다는 것인데, 본업에서 확장하여 부족하게나마 하는 일을 글로써 대중들과 연결해 줄 수 있다는데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 그래서 더욱 동물들에게 배울 점을 찾아 전달하고자 늘 노력한다. 지금의 판다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의 ‘후이바오’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자신을 보는 우리가 어떤 보물을 얻기를 바랄까? 아마도 유니크한 이 판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 모두 자신의 독자적인 능력으로 덕을 사회에 실현하는 ‘빛나는 보물’이 되길 바란다고. 그리고 나는 그런 유니크한 유전자를 물려준 ‘러바오’가 영양식 빵을 먹지 않는 ‘후이바오’에게 어느 영화의 명대사처럼 이렇게 한마디 해주길 바란다. “돌이킬 수 없다. 받아들여라.” 그래야 건강하면서 더욱 빛나는 보물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