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나니 날이 부쩍 추워졌다. 확실히 일기예보에서 알려주는 기온은 많이 낮아져서 이렇게 가을이 오는 건가 생각이 드니, 여름 내 무더위로 힘들어했던 일들이 이내 무색해져 버렸다.
주말을 맞아서 가족끼리 한강에 물놀이를 나왔다. 생각보다 더 춥고 흐린 날씨에 아이들이 감기 걸릴 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은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그저 물이 있으니 그게 행복하고 즐거운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물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이 있는데, 친척들끼리 바닷가에 가서 나를 포함한 여러 명의 사촌들이 큰 튜브를 타고 둥둥 떠 있다가 그만 가운데 구멍으로 내가 쏙 빠져 버렸던 것이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기억이 살짝 나는데 어떻게 건져 올려지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이다. 반 친구들과 동네 수영장으로 가서 수영을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 수영 선생님이 수영장 시작 지점에서 끝 지점까지 손을 머리에 올리고 통통통 튀어 갔다 오라고 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떠들다가 선생님이 하신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맨 처음 줄에 서 있던 나와 다른 친구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몰라 허둥지둥했고, 선생님께 크게 혼나고 물속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벌을 섰었다. 근데 너무 억울하다고 느꼈던 건, 우리 다음 줄 친구들도 아무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앞에 있던 나와 옆 친구만 대표로 혼나고 선생님은 다시 한번 방법을 알려주심으로 그다음 친구들은 수월하게 출발했던 기억이 난다.
물에 대한 기억들이 별로 즐겁지 않아서 그런가 난 물이 무섭다.
물을 조금 더 자유롭게 신나고 즐거운 경험으로 만났다면 어땠을까. 난 물을 좋아하는 어른으로 자랐을까.
무언가 좋아한다는 건, 그것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가졌던 행복한 기억들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우리 반의 뒷 게시판에는 책 그래프가 있었다. 자신이 읽은 책 개수만큼 자신의 이름 위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었다. 그때 책 읽기를 좋아했던 내 스티커가 엄청 많아서 책을 안 읽는 남자아이들 중에서 내 스티커를 떼어다가 자기 칸 위에 붙이곤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물을 싫어하는 것처럼.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자신에게 특별한, 즐거운 기억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물을 좋아한다. 물을 좋아하는 아빠를 만나서일까, 물을 좋아하고 거부감이 없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으면 나는 너무나 겁이 나고 무서운데, 우리 아이들은 구명조끼와 튜브를 착용하긴 하지만 너무나 신나게 첨벙거린다. 엄마는 바다 위 부표 같이 그저 가만히 떠 있는데 말이다.
재미있게 배운다는 건, 즐겁게 잘 해내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그런 어릴 적 즐거운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 훌륭한 자산이 될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