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긍정이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

by 행복반 홍교사

오늘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아이들 아빠가 쉬는 날이라,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잠실에 있는 놀이공원을 가기로 했다. 아빠, 엄마는 저질 체력이지만(특히 엄마가 그렇다.), 아이들의 위시 리스트에 놀이공원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 까짓 껏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첫째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가게 되었다.


첫째 아이는 설레어서 아침잠까지 설치고 새벽에 일어나 뒹굴뒹굴, 되돌아보면 나도 그 나이 때는 놀이공원 가는 것이 정말 설레고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 얼핏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도 같다.

그렇게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싣고 거의 1시간 되는 거리를 달려갔다. 그리고 가자마자 둘째의 찡얼거림이 시작되었다.



"엄마, 힘들어.. 안아줘~~"

"엄마도 힘들어. 조금만 걷자. 응?"


도착하자마자, 들어가는 입장 줄이 저만~치 길게 늘어서 있는데 아이가 입구에 들어가기 전부터 안아달라고 한다. 나도 아침부터 출발하느라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달래고만 있는데, 어째 우리 둘째의 찡얼거림이 조금 예사롭지 않은 엄마의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어디 안 좋아? 불편한 곳이 있어?" 가만 보니, 입술이 하얗다. 그리고 얼굴과 목덜미를 만져보니 살짝 식은땀도 나는 것 같다. 오는 동안 차 안에서 멀미가 났거나 아니면 먹은 게 체했거나 그런 듯 보였다.

남편과 의무실로 급히 갔다. 지금 당장 딱히 아픈 곳은 없으니 일단 침대에 누워서 조금 지켜보자신다.

그곳에서 다 같이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첫째와 남편은 놀이기구를 타러 가고 내가 둘째와 함께 있기로 했다.


기운이 없는 둘째, 그래도 누워 있으니 조금 편안해 보인다.

자라고 머리를 만져 주었다.

"엄마는 옆에 있을게. 걱정 말고 좀 자. 어디가 아픈 건 아니지? 조금 쉬고 일어나자."


어제 유치원 추석 행사를 해서 많이 피곤했나, 아니면 추석 행사 때 만들어 온 떡을 많이 먹어서 체했나, 아니면 차 타고 오는 길이 멀어서 멀미를 했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든다.


한 순간, 돈 내고 들어 왔는데 침대에만 누워 있다 가는 건 아닐까.. 조금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아픈 것이 어디 아이의 탓일까.. 세상 살다 보면 내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은 지 알기에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아이가 편안해질 수 있도록 돕기. 이만하기 다행이다. 응급으로 아픈 건 아닌 듯 하니, 조금만 더 쉬어 보자 싶다. 잠들었던 아이가 이내 깨어난다. 나갈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갈 수 있단다. 그렇게 의무실을 나와서 아이가 타고 싶은 것, 아니 탈 수 있는 것을 찾아 돌아다녔다. 한두 가지를 탔을까.. 다시 힘들다면 얼굴색이 안 좋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의무실에서 알려주신 근처 병원 약도를 챙기고, 남편과 첫째가 먹을 점심을 챙긴 가방을 남편에게 전달하고는 둘째와 병원으로 향했다.


의무실 선생님 말씀으론 걸어서 10분 정도라는데, 기운 없는 아이를 데리고 걸어가는 처음 가는 길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큰 아파트 안에 있는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장에 세균이 있거나 해서 미열도 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 걸 알려면 초음파를 해야 하고 초음파 비가 4만 5천 원이 든단다.


"죄송한데요. 그냥 배탈 약 주시고 제가 동네 병원에 가보겠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초음파 비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일단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처방전을 들고 온 약국 약사님은 시중에 나와 있는 소화제를 먹여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신다.


아이와 다시 놀이 공원으로 들어갈까 하는데, 힘들다는 아이.

하루종일 놀이 공원에 있는 것은 아이에게 즐거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서 쉬는 것이 둘째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인 것 같았다.


"우리 집에 가자. 집에 가서 좀 쉴까?"

"응."

"그러자, 그럼."


힘들다는 아이를 안고 병원에서 지하철 역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쉬면서, 싸갔던 김밥 한 알 물고 택시를 타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집까지 택시비가 너무 많이 나오는데.. 싶어 조금만 지하철을 타고 너무 힘들면 택시를 갈아타자 싶었다.

그런데 너무나 힘들어하는 둘째. 급기야 주저앉는다.


"우리 택시 타고 가자!"

택시를 잡고 둘째를 태웠다. 이내 잠든 둘째에게 어깨를 내어 주면서 집에 가는 길.


하루 종일 에너지 넘치는 첫째와 놀이 기구를 타며 피곤하기도 할 남편이나, 놀이 공원 와서 발도장만 찍고 병원 돌아다니다가 집에 들어가는 나나 우리의 오늘 육아는 어떤 모습일까.



육아는 무엇일까.

그저 나를 위한 것이라면 휴일을 편안하게 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 테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있다는 건,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하면서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설령, 그 안에서 찾는 즐거움이 내 계획과 다를지라도, 또 내가 조금은 희생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아이들이 웃는 모습과 '오늘 너무 즐거웠어.'라고 말해주는 그날 밤의 한마디가 또 부모인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육아는 특히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정말 무모하고 낭비스럽고 손해도 그런 손해가 없는 것일 텐데 말이다. 그런 일을 왜 하냐고 하면 세상에는 내가 세워놓은 계획보다 더 큰 과정의 신비라는 것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과정의 신비


세상에는 손해를 보고도 즐거운 일들이 있다.

그게 육아이다. 내 아이가 먹는 것, 입는 것, 하는 것 모든 것들이 그저 기쁨이 된다.

나는 못 먹고, 못 쉬고, 못 한다고 해도 내 아이가 "엄마,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 "엄마 이거 너무 맛있었어! 최고!"라고 얘기해 주면 그 힘들고 어려운 마음들이 다 눈 녹듯 사라지고 '음.. 다음에는 어디를 가 볼까?', '다음에는 어떤 걸 만들어 볼까?' 다시 새 힘을 얻어 계획하게 되니까 말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우리에게 해 주는 게 없는데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언 갈 해주어야 하나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냥 그 아이 자체가 선물이에요."


라고 말이다.



오늘 나의 하루는 희생, 봉사였다면, 나에게 오롯이 기대어 잠이 든 아이는 엄마라는 안전지대 가운데 힘듦을 이겨낸 역사적인 날이다.

그거면 되었다. 그냥 그거면 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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