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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Oct 08. 2024

간식을 통해 알게 된 나눔의 의미



간식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딱히 본 적이 없다.

라라(아들)도 그렇다. 간식을 엄청 좋아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과자도 달라고 하면 망설이면서도 아빠 입에 넣어준다. 이런 사랑스러운 행동에 나와 라라 둘만 외출하면 아빠 찬스를 써서 간식을 사주었다. 

이렇게 양보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어릴 적 내 모습이 생각이 난다.


나와 동생은 간식을 먹는 방식이 달랐다. 나는 과자를 한 봉지 뜯어도 엄청 아껴먹었던 반면, 동생은 맛있다며 금세 다 먹어버리곤 했다.



맛있으면 좀 아껴 먹을 법도 하건만 동생은 딱히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다 먹고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울어버리는 것으로 손쉽에 부모님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착하지~! 네가 오빠니까
동생한테 좀 나눠줘.



늘 참았던 나는 늘 참지 않았던 동생에게 남은 간식의 절반을 줘야 했고, 나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간식을 숨겨두고 몰래 하나씩 먹기도 해봤지만 간식을 먹으러 몰래 갈 때면 이상하리만치 동생은 눈치가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님께서 포도맛 마이구미 젤리를 한 봉지씩 사주셨던 날이었다. 여전히 동생은 젤리를 맛있게 먹었고, 나는 그런 동생의 먹는 속도를 힐끗거렸다. 



역시나 봉지를 열면 멈추지 않는다. 내 마음은 급해졌다. 이대로 간다면 또 아껴먹으려던 내 간식은 반토막이 날 것이 뻔했다. 결국 동생이 마지막 젤리를 먹는 순간 나는 아껴둔 젤리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많은 젤리를 한번에 씹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태연하게 나를 향해 손을 내미는 동생의 눈앞에서 빈 봉지를 탈탈 털어 보이는 것에서 묘한 고소함과 후련함마저 느껴졌다.



우물우물~



동생은 빈 봉지를 보고는 너무도 깔끔하게 포기했다. 반대로 나는 우물우물 젤리를 씹을수록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조금씩 꺼내 먹던 달콤한 맛이 아니다. 맛도 잘 모르겠고 턱도 아팠다.

그냥 내 속도에 맞춰서 행복하게 먹었으면 좋으련만… 이것은 오로지 동생에게 나눠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간식을 내 입에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날의 충격 이후로 나는 간식을 빨리 먹지 않았다. 그리고 또 나눠주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그냥 울어버리는 것을 택했다.



이럴 거면 나 오빠 안 할거야!
나도 먹고 싶어도
아껴먹으려고 참았단 말이야!



매번 마지못해 징징거리면서도 나눠주던 내가 통곡을 한 탓일지 그 후로 동생이 간식을 다 먹고 내 간식을 빼앗아가는 것은 멈출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내 간식을 보장받게 되니까 간식을 다 먹고 부럽게 쳐다보는 동생에게도 나눠줄 마음이 생겼다. 



타의에 의한 분배가 아닌,

자의에 의한 나눔.



며칠전에 내 여동생이 라라에게 선물로 받은 치즈를 고모에게 좀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다 알아들었으면서도 '응?? 응??' 되묻는 라라와 '고모 이거 먹고싶어. 라라야 고모 좀 줘'라고 하는 여동생.



션뮬~!



치즈를 몇초간 만지작 거리던 라라는 고모에게 선물이라며 치즈를 준다. 치즈를 받고서는 어쩔줄 몰라하며 다시 라라에게 돌려주고는 행복하게 말하는 여동생.



오빠, 얘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이러니 고모가 해달라는거 다해주고 싶지!



예전에 너는 정말 꿀밤을 한 다섯대는 쥐어박고 싶었다는 말이 목구멍을 간질거렸지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우리 라라 참 사랑스럽지…



라라는 내 어릴적 모습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리리(딸)가 자라면서 라라의 반응이 달라질지 어쩔지 아직은 모르지만

갖고싶고, 먹고싶은 것이 있음에도 그것을 내려놓고 나눌 수 있는 것. 


나누는 것은 강요가 아닌 선택이라는 것.


그 마음을 라라가 오래도록 가져갈 수 있도록

나는 라라의 몫을 보장해줄 것이다.

그렇게 나눔을 선택하면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음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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