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 사랑
예쁜 크록스 신발 빵을 온전한 모습으로 미리 찍어 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한눈팔고 있는 사이에, 두 녀석이 한 짝씩 베어 물고 있는 것을 가지런히 놓고 겨우 한 컷 찍을 수 있었습니다.
크록스 빵은 문경새재 공원 주차장 앞을 지날 때마다 저는 동공이 흔들리곤 했습니다. 맞은 편에 5평 남짓한 상점의 진열장에 실물의 크록스 신발과 실물 크기의 크록스 빵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서너 살 아기들이 신을 수 있는 크기로 어느 것이 신발인지 빵인지 얼핏 보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그럴듯한 모양이었어요. 발등 모양에는 귀엽고 깜찍한 액세서리도 실물처럼 꽂을 수 있어요. 꽃과 하트모양의 엑세서리 장식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앙증 맞아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
손자들이 오면 빵 한 켤레씩 선물해 줘야지! 하고 미리 생각해 두었던 터라 외가에 도착하고 이튿날 점심을 마치고 한걸음에 달려갔더랍니다.
아이들도 보자마자 신기한 듯 까르륵 웃으며 무척 좋아했습니다. 크록스 빵을 담은 작은 포장 박스는 마치 신발 한 켤레 담긴 것처럼 모양새가 비슷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크록스 빵의 아이디어는 저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신선했어요. 이렇게 호기심을 한껏 끌어올릴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고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지요. 생각지 못한 물건에서 귀엽고 예쁜 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요.
특별히 맛있게 보이는 빵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나 건강을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그런 사람들조차 호기심을 부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빵을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 상품이 지나가는 발길을 멈추게 하는 반증이 된 것이지요.
귀여운 캐릭터만큼 빵 맛도 정말 좋았어요. 치즈 맛과 단팥을 품은 신발의 구조는 찹쌀의 존득함이 배어 있어서 맛을 한층 더 높여 주었어요.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함으로 크록스의 자태가 그대로 유지가 되어 있어서, 자칫 실제 크록스로 보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앗! 크록스 신발 아까워! ㅎㅎ ”
악문 입으로 뒤꿈치가 뜯겨 나간 크록스 신발 빵이 손자들 입에서 치즈 맛과 단팥 맛으로 살살 녹고, 쫀득한 맛까지 더해지니 입안은 온통 즐거운 모양입니다.
뒤꿈치부터 신발 전체가 입안에서 사라지는 크록스 빵이 아깝다고 외치는 할머니 말에, 아랑곳없다는 듯이 손자들의 표정은 천진난만 자체입니다.
크록스 빵으로 손자들과 함께 저녁 한때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며칠 후에 손주들이 다시 오면 서진이, 이랑이, 승현이, 사랑이의 크록스 빵을 장만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