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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Apr 16. 2024

백만 원정도 준다고 하면 써!

2024년 4월 둘째 주

작가


    드라이브를 하면서 나눈 대화 중에는 저의 '브런치스토리' 활동에 대한 것도 있었습니다. 대화 중에 저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아버지의 말씀에 엄마가 급발진하며 제 대신 대답을 했습니다.


 "얘는 벌써 '작가'에요...!! 지난달에는 통장으로 돈도 들어왔다던데... 몰랐어요?"


우와 엄마만 아니었으면 진짜 '입틀막'을 시전 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운전 중이었고, 아버지의 '라떼'신공을 지긋지긋해하던 차에, 아들 얘기에 신이 나서 빨라진 말을 끊을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거기는 구독하면 뭐 좋은 거 없어? 전에 가르쳐준 대로 들어갔더니 카톡 로그인하라고 하데... 어떻게 하는 건지 좀 해줘, 구독 눌러줄게... 내가 이모들한테 소문도 다 내 줄게..."


 "아! 엄마... 거기는 구독해도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구독만 하는 거예요."


 "그래? 전에 이모네 손녀가 유튜브 한다고 구독해 달라고 해서 물어봤더니, 유튜브는 구독 많이 하면 돈 준다던데... 거기는 그런 거 없어?"


    아휴~ 쥐구멍에 숨고 싶은 마음에 얼굴이 빨개져서는 식은땀까지 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른 말을 돌려야 했습니다. 전에 이모네 손녀가 유튜브를 개설했다는 말에 저도 구독하고 몇 번 봤는데... 도무지 뭐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래서 얼른 화제를 그쪽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거 뭐 하는 거래요? 난 보고 있어도 뭔지 모르겠던데... 조카 얼굴 나오나 하고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계속 봤는데 손만 나오고... 뭔지 모르겠던데요?"


 "아... 그거 아이돌 굳즈 뭐 해서는 파는 거래! 그런데 몇 번 하다가 문 닫았다더라... 그래서 나도 구독취소했어..."


 "아~ 그럼 나도 취소해도 되죠?"


 "응. 그래... 나도 처음에 뭔가 싶어서 계속 봤는데, 이상하더라. 구독취소해. 이제 안 한데..."


이렇게 겨우 말을 돌리고 다시 운전에 집중하며 강바람에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취중진담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술 취한 목소리가 아니었는데 그런 말 한 기억이 없다고 하는 것을 보니 술 마시고 제 글을 읽다가 본인 얘기 쓰지 말라고 전화한 것 같았습니다.


 "여보세요?"


 "뭐 해?"


 "네? 이제 자려고요..."


 "음... 내일 아침 먹으러 올래?"


 "아니오. 아침 사과 한 개만 먹잖아요?"


 "음... 그렇구나... 그런데... 우리 얘기가 많이 서운하니?"


 "네?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아니... 그 '철없는박영감' 들어가 봤는데... 우린 그냥 걱정돼서 한 말인데 되게 서운해하는 것 같아서... 아니지? 진짜 아니지? 거짓말이지?"


 "네? 무슨 말이에요? 뭘 보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데요? 내가 뭐가 서운하다고 써놨던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누가 돈 줬다고 해서 봤는데... 돈 많이 주니?"


 "... 전에는 너무 고마운 일이라고 하시더니..."


 "그건 맞는데... 한 백만 원 준다고 하면 써! 다 쓰지 말고..."


 "......"


 "여기 쓰여 있는 게 진짜야? 계속 쓸 거고?"


 "뭐... 거짓말을 쓰지는 않았어요. 뭘 보고 그러시는지 모르겠는데..."


 "아니다. 됐다. 알았어. 잘 자! 근데 너 엄마가 이런 말 했다는 것도 쓸 거지?"


 "네...! 거기에 엄마가 한 말 다 일러줄 거예요..."


 "됐그등...!"


겸허히 받아들여야... 강제로 신중해지다


    통화를 마치고 나니까 갑자기 걱정이 확 밀려왔습니다. '악의 없이 쓴 글에 누군가가 상처를 받는 거 아닌가? 일 년 전에 썼던 글까지는 못 봤지만 최근에 발행한 글들을 위주로 봤는데... 그럴 만한 내용이 없는데, 뭐 때문에 그럴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살짝 답답하기도 했고요. 통화를 했던 날도 다시 전화를 걸면 따지는 것 같아 보일 것 같아서 그냥 넘겼는데...


    자꾸 '작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흥분하시길래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글도 마음대로 못쓰게 해 놓고 왜 자꾸 '작가'라는 말을 해요. 창피하게... 어디 가서 그런 말 절대하지 마요. 사람들이 흉봐요. 별 것도 아닌 걸로 자랑한다고..."


 "그래? 근데 내가 언제 마음대로 못 쓰게 했어?"


 "전에 전화로 백만 원 주면 쓰라면서요?"


 "내가 그랬다고?"


 "네...!"


 "아닌데... 난 그런 적 없는데... 기억이 안 나는데..."


 "술 드셨어요? 아니면 기억 안 나는 척하는 거예요?"


 "아니야 진짜 기억에 없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진짜 걱정돼서 말에 사족을 붙였습니다.


 "그럼 술주정이네... 술 좀 그만 마셔요. 진짜 큰 일 나겠네... 치매 와요. 치매!"


 "그러게 나도 아는데... 그게 잘 안되네... 한 잔 먹고 자면 잠이 얼마나 잘 오는데..."


 "지금 당장이야 좋겠죠. 나중에 치매 걸리면 우리가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봤어요?"


 "나도 알아. 그런데 막상 마실 땐 거기까지 생각이 안 들어..."


 "내가 진짜 엄마 충격받을까 봐 말 안 했는데... 나중에 엄마가 우리 못 알아본다고 상상하면 정말 가슴이 먹먹해져서 말도 안 나와요...! 누가 백만 원 준다고 하면 그때만 마셔요!"


아마 조만간 본인 얘기 쓰지 말라고 또 전화가 오지 싶습니다. 


 "백만 원 내놔!"


술 한 병 사가면 되지요? ㅜㅠ


    엄마, 아버지의 기억에서 제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너무 끔찍하고 무너져 내립니다. 이건 정말 찐(眞) 진실입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결국 내촌 막걸리 한 박스를 사 오고 말았습니다. 드실 수 있을 때 먹고 싶은 거 많이 드시게 해야지라는 모순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집은 뻑하면 백만 원이 오가는 부잣집인가 봅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우리 집 부잣집이라고 하는 말에 기뻐했었는데... 결론은 삼부자 집이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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