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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Apr 22. 2024

나에게 보수와 진보란?

결국 세금 내라는 소리 아닌가요?

저는(국민은) 멍들었습니다


    한동안 괜찮다가 다시 몸이 안 좋습니다. 환절기라서 그럴까요? 시국의 전환 때문일까요? 좋은 것만 생각하려고 애쓰다가도 몸이 아프니 짜증이 납니다. 언제부턴가 '내부총질'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걸까요? 20년 전 군대 동기는 신병훈련소에서 사격훈련을 하다가 난청이 되었습니다. 자대배치를 받고도 낫지 않자 의무장교가 밖에서 진료받아보라고 권유했답니다. 그렇게 휴가를 다녀오더니 총탄 소음에 고막에 멍이 들었답니다.


    제대할 때까지 가는 귀가 먹은 상태였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연일 시끄러운 SNS와 뉴스보도는 소음에 가깝습니다. 듣고 있자니 가슴에 멍이 들 것 같습니다.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음... 몸이 아프니 좋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삐딱해질 것 같습니다. 날도 우중충한데, 어지럽고 기운이 없으니 귀에 이명소리도 더 크게 들립니다.


    그동안 위층의 만행인 줄 알았던 층간소음은, 윗위층이 주말에 이사 가면서 윗집뿐만 아니라 윗윗집의 소리까지 더해졌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시도 때도 없이, 밤낮없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수 있었나 봅니다. 이런 저에게 지인들은 예민하다고 합니다. 지인뿐만 아니라 저를 낳아준 엄마도 제가 너무 예민해서 그렇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민하게 태어난 걸 어떡합니까? 저도 살아야겠습니다. 불행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衣食住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빚내서 집 장만을 하라고 부추겼는데, 큰 사건이 터지자 여러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고 장담했습니다. 빚내는 것은 무서웠고,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고 선언하니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출생률도 나날이 떨어지고, 매일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난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집이 넘쳐날 수 있다는 전망과 먼저 고령화에 접어든 일본의 선례를 보고 있으니 집값은 떨어질 일만 남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벼락거지'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내며 빚내서 집 장만 못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상대적 박탈감... 저는(국민은)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가정에 불화가 생기고, 안 그래도 결혼하지 않는 나라에서 이혼율이 급증했다는 뉴스가 연신 터져 나왔습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나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집값이 막 오르는 시기에 회사에서 갑자기 기숙사를 정리한다고 했습니다. 나가야 했죠. 그래서 급하게 집을 장만했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중간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 들어간다고 하니 기숙사를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만 쫓겨난 꼴이 되었죠. 뭐 그래도 난생처음 제 집을 가져본다는 기쁨에 그런 기분 나쁨은 덮였습니다. 생애최초주택구입이라며 취득세도 면제해 준다고 했습니다. 좋았죠.


운이 없든, 재수가 없든, 뭐가 됐든... 결국은 세금이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집을 사고 1년 있다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댁으로 와야겠는데... 실거주 2년이 돼야 양도세가 면제돼서, 아픈 몸으로 혼자서 1년을 더 살았습니다. 취득세 면제는 3년을 채워야 된다고 했지만, 여기서 혼자 지내는 것도 무리였고, 관리비 내는 돈이면 그냥 이사 가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집 계약을 하면서도 세무사가 취득세 관련해서 이사 가서 세무서에 꼭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부모님과 살림을 합치려던 계획이 어이없는 이유로 수포로 돌아가며, 이사비용을 두배로 들여 보관이사를 했습니다. 거기에 중계수수료다 뭐다 이것저것 잡비 다 해서 돈 엄청 깨졌습니다. 다행히 집값을 좋게 받았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큰 손해 볼 뻔했습니다. 취득세 때문에 이사 간 곳의 세무서를 찾았는데, 취득세는 지방세라서 시청을 가라고 합니다.


    간 김에 양도세는 2년 살면 면제냐고 물어보니, 뭐가 됐는 신고를 해야 한답니다. 그럼 온 김에 신고 좀 하자고 했더니... 스마트폰으로 하라고 합니다. 기왕 여기 와서 번호표 뽑아서 왔는데, 그냥 여기서 해주면 안 되냐고 했더니 안된답니다. 아휴 어쩝니까... 나랏일 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이해해야죠... 세무서를 나와 시청으로 갔더니 여기가 아니고, 이산 온 곳 지자체에서 처리해야 된답니다. 세무사가 잘못 알려줬습니다.


    아휴 그래서 다시 그쪽 군청에 전화를 했더니 3년을 못 채웠기 때문에 원래 취득세에 가산세까지 붙여서 납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좀 억울하기는 하더군요. 뭐 그래도 냈습니다. 세금이니까... 대한민국의 국민이니까 세금은 잘 내야죠. 다음 달에 지로를 발행한다고 합니다. 그러자고 했죠. 집으로 돌아와 양도세 신고를 시작합니다. 스마트폰으로 하는데... 일반 국민이 세금 신고를 얼마나 해봤겠습니까? 어렵더군요.


보수 :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


    앱이 있다는데, 용어도 어렵고, 상세설명을 눌러도 도통 알 수 없는 내용뿐이더군요. 얼추 빈칸을 채웠다 생각하고 다음버튼을 눌러도 알 수 없는 어딘가를 필수로 채워야 한다는 에러창만 떴습니다. 나름 IT에 친숙하다면 친숙한 세대인데, 나라에서 만든 앱들은 하나같이 뭐가 뭔지 모르겠더군요. 사용자 편의성은 1도 고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앱이었습니다. 짜증이 나더군요. 안정성도 떨어져서 새로 쓰기를 몇 번 했는지 모릅니다.


    세무서에 그래도 애써서 더운 날에 방문했는데... 사정 좀 들어가면서 처리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대기인도 없었거든요... 에러창에 뜨는 빈칸을 채워가며 뭔지 모르는 용어를 인터넷을 찾아가며 겨우겨우 채웠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2년 실거주하면 세무서에서 전화가 오기 전에 따로 신고를 안 해도 된다는 말도 있고, 잘못신고해서 가산세를 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IT강국인데, 제가 좀 실수해도 나랏일 하시는 분들이 알아서 잘 신고되게 점검해서 처리해 주시겠지라고 믿었지요. 세금을 절약하려는 마음이지 떼먹으려는 마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거기다 잘못신고하면 가산세가 붙는다고 하니 공무원들을 믿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양도세를 신고했습니다. 신고를 마치고 잊고 있었죠. 그런데 몇 달 있다가 등기우편을 받았습니다. 양도소득 지방세를 내야 한다는...


진보 :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함


    어라! 이건 뭐지? 이건 시청에서 발행한 지로고요. 조금 있다가 세무서에서 양도소득세... 게다가 늦게 내서 연체금까지 내라는 지로가 날아오더군요... 辱! 잘 안 하는데... 정말 욕할 뻔했습니다. 처음 보는 지로에 연체금까지 붙었더군요... 아마 신고하고 바로 내야 했었나 봅니다. 그럼 앱도 있는데 알림이라도 좀 주던가... 대한민국, IT 강국 맞죠?


    세무서에 전화를 했는데... 이게 또 엄청 연결이 안 됩니다. 11시에 전화하면 안내멘트만 나오고 안 받다가 11시 30분이 넘어가면 점심 먹으러 갔다고 다시 하라고 뜹니다. 점심시간 지나고 하면 또 안 받고요... 이것도 화딱지가 나더군요. 그래도 참았습니다. 저는 성실 납세자니까요. 범법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니까요... 3일 만에 연결이 됐는데... 이것도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서 다른 분이 받았답니다.


    제 얘기를 듣더니 자기가 한번 알아봐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알려줍니다. 신고가 잘못됐답니다. 제가 잘못 신고했지만, 직접 찾아가는 것은 안 받아주고, 알려준 앱은 어렵고, 납세자가 신고한 대로 검증 없이 그냥 세금 납부를 받는답니다. 그래도 참았습니다. 다른 나랏일 하느라 바쁘시겠지... 이해했습니다. 사실 3일간 연락이 안 닿아서 또 가산세 더 내라고 할까 봐 일단 납부를 한 상태였습니다. 조금 쫄보거든요...


    전화를 받은 세무공무원이 신고를 다시 하고 경정청구를 하라고 하더군요. 경정청구를 하면 한 달 안에 되돌려 준답니다. 그럼 지방세는 어떻게 되냐고 했더니... 세무서 자료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되돌려 줄 거라고 하더군요. 알았다고 하고, 감사하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경정청구를 하는데... 아휴 이것도 무척 어렵더군요. 정말 노인분들은 행정업무 할 때, 고성 지르며 공무원 욕하고 진상 필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권리는 찾아야 하더군요. 아무도 찾아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경정청구를 마치고 기다리는데 '아휴~ 전화연결 진짜 안되는데...'라며 다소곳이 기다리니 몇 달이 지나있었습니다. 아무 소식도 없어서 결국 다시 전화했습니다. 이번에는 웬일로 한 번에 연결이 됐습니다. 물론 담당자가 아닌 다른 분으로... 경정청구를 했는데 소식이 없다. 혹시 이것도 잘못 신고된 것 아닌가 하고 확인하려고 전화했다고 하자... 개인정보부터 이것저것 묻더니 다음 주 중에 넣어 준다고 하더군요.


    피식 그런데 전화 끊고 나서 10분 후에 입금이 됐습니다. 통화할 때, 지방세는 어떻게 되냐 했더니 자동으로 자료가 넘어간다고 하더군요. 바보같이 또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한 달 정도 지나서 시청으로 전화했더니... 피식 여기도 전화 끊고 10분 후에 입금되더군요. 대한민국 IT 강국 맞죠? 저에게 보수나 진보는 다른 게 없습니다. 하나같이 세금 내라는 소리뿐이더군요.


    보수적으로 나랏일 하는 분들을 믿고 맡겨두면 잘못돼도 그냥 넘어가더라고요. 진보적으로 권리를 찾겠다고 나설 땐, 1대 1로 직접 연결되지 않으면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게 만들더라고요. 그 사이 벙어리 냉가슴 앓는 저만 피가 마르더군요. 그래서 대한민국은 '빽'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쌍팔년도를 아직도 못 벗어납니다. 그런데 서로 잘못했다며, 진영 논리 펴는 것 보고 있으면... 음... 고막이 멍들었던 그 군대 동기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투표나 열심히 하고,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물고 있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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