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지, 막다른 길에 닿았을 때

에필로그 : 되돌아가는 길의 풍경은 조금이라도 어딘가 달라져 있다.

by 철없는박영감
관공서를 찾는 사람들


공무원을 찾아야만 하는 일이 생긴 사람들은 대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다. 혼자서, 혹은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오죽하면 관공서까지 찾아와 하소연을 하며 도움을 요청할까? 물론 억지가 대부분이다. 자존심을 세우고, 각을 세우다가 자기 손에 더러운 것 묻히기 싫어서 공권력을 이용해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사람들이 '사정'이라고 이름 붙인 자기 억지, '관리'라고 주장하는 자기 욕망, '공무원 몫'이라고 떠넘긴 자기 책임을 매일 마주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이기심과 간절함도 살아온 세월 속에 타서 희석해 버리니까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더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그냥 지나칠 수 있더라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의 억지 속에서 내가 했던 말, 내가 했던 행동, 내가 외면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들도 나처럼 종착지를 모르고 속도에 쫓기고, 방향을 잃고, 막다른 길에 닿았던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억지 속에서 나는 어쩌면 예전의 나를 보았는지도 모른다. 막다른 길에 닿았을 때, 누구나 조금은 이기적이고, 조금은 간절하다.


이제 나는 그 길에서 벗어났다.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되묻고, 잠시 쉬다가 다시 길 위에 섰다. 안성이라는 휴게소에서 잠시 멈춰 섰던 시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나는 낯선 사람에게서 익숙한 나를 발견했고, 익숙했던 나에게서 낯선 질문을 받았다.


“너는 어디로 가고 있니?”

“그 길은 너의 길이 맞니?”


종착지에 닿았을 때, 막다른 길이라 생각했던 그곳은 되돌아가는 길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길의 풍경은 조금이라도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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