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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선 나

Part 1. 내가 나를 보는 방식 (자기 인식) (1)

by 철없는박영감
거울 앞에 선다.


매일 마주하는 얼굴이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짜아식~ 잘 생겼는데?' 익숙한 눈빛 속에는 내가 감추어온 기질이 숨어 있고, 표정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겹쳐 있다. 거울은 단순히 나를 비추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나를 탐구하는 첫 번째 실험실이다.


나는 완벽한 화음보다 불협화음을 좋아한다. 거울 속의 얼굴은 늘 정돈된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어긋남과 삐걱거림이 있다. 그것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협화음이 나를 살아 있게 한다. 장조의 밝음보다 단조의 그림자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거울 속의 나는 언제나 조금은 어두운 빛을 띠고 있지만, 그 어둠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만든다.


거울은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아니지 순간의 변화를 보여주지만, 시간의 흐름은 알려주지 않는다. 나는 늘 나인데... 오랜만에 보는 누군가는 얼굴이 좋아졌다고 하고, 가족들은 살이 많이 빠졌다고 고생이 많냐고 걱정한다. 나는 그 속에서 늘 새로운 질문을 발견한다. 오늘의 나는 어제와 얼마나 다른가. 웃음은 진짜인가, 아니면 습관인가. 눈빛은 타인을 향해 있는가, 아니면 나 자신을 향해 있는가. 거울은 대답하지 않지만, 질문을 던지는 순간 이미 나는 나를 연구하고 있다.


나는 나를 연구하는 사람, '철없는박영감'이다. 이 이름은 나의 모순을 담고 있다. 철없음은 자유를, 박영감은 연륜을 상징한다. 두 단어가 합쳐져 나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거울 속의 나는 늘 이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고, 권위를 품으면서도 반항한다. 그 모순이 나를 불완전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나를 풍부하게 한다.


거울 앞에 서는 일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다시 확인하는 의식이다. 나는 매일 조금씩 변하고, 그 변화를 거울 속에서 발견한다.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친근하다.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나를 만난다. 그 만남이 나를 살아 있게 한다. 과거의 나는, 윤동주가 우물 속의 사내가 미워져 돌아서다가 다시 발길을 되돌리는 것처럼 맴돈다. 그 사내를 좀 연구해 보자.


거울 앞에 선 나는 연구자다. 나를 관찰하고, 나를 기록하며, 나를 이해하려 한다. 거울은 나의 첫 번째 연구 도구이고, 나의 가장 오래된 동반자다. 나는 거울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 발견을 글로 남긴다. 그것이 나의 연구이고, 나의 삶이다.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어떤 그림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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