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형제 관찰기
우리 집 댕댕이들은 두 가지 성격을 가졌습니다.
일명 고양이와 개파
고양이는 첫째 이공입니다.
뭘 해도 시큰둥한 표정, 자꾸 만지면 까칠하게 한숨 쉬는 싸가지, 안가산책에 마사지 중독견입니다.
이런 이공이라 여간 곤란한 게 아닌데요,
뭘 해도 좋아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즐거울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입니다..)
거의 신선의 경지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며칠 전에도 집에 들어오고 싶다고 낑낑대길래 들여보내 줬더니 뭔가 불만인 자세입니다.
이공이 시그니처 포즈 ‘관심없댕’ 포즈입니다.
이 포즈를 볼 때면 뭔가 항의하는 것 같아 저도 살짝쿵? 짜증이 납니다.
그럴 때 저는 그냥 금동이랑 놉니다.
금동이의 별명으로는 금트리버(리트리버 닮아서), 금댕(주로 혼낼 때 금댕! 하고 부릅니다), 바보똥개 등등이 있습니다.
바보똥개는 나름 애착을 담아 만든 별명인데요, 할머니가 똥강아지 부르는 듯한 어감을 담아봤습니다. 그런데 남 앞에서 바보똥개야~ 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어서 집에서만 가끔 부릅니다.
‘개들도 다 알아들어욧!!’하며 진지해지는 분들이 계셔서,, 밖에서는 잘 안 하게 됩니다. 이래놓고 누가 똥개라 하면 기분 나빠하는 이중인격이 발동합니다.
아무튼 둘째 금동이는 애교가 너무 많습니다.
좋아하는 건 얼굴 핥기, 먹을 거, 자기한테 친하게 구는 사람입니다.
금동이는 바보라 항상 웃는 표정인데요,
겁이 너무 많아서 걷다가 제가 발을 헛디디기만 해도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갑니다.
저번에는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대문 열고 사람이 나오자 너무 놀랐는지 옆에 벽에 꽝 부딪히더라고요.. 그 광경을 직관하며 안쓰러움과 웃음이 동시에 드는 것은 제가 부족한 견주라서 일까요?
큰 웃음을 준 금동이에게 건조닭발(강아지용) 간식을 포상으로 내렸습니다.
둘의 성격이 너무 달라 장단 맞추기가 좀 까다롭지만.. 다행히 둘이 싸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공이가 서열을 꽉 잡고 있기 때문입죠.
금동이보다 0.75배 정도 작은 이공이는 특유의 기세로 금동이 기를 확 눌러버리는데요,
가끔 그게 너무 불쌍해서 금동이를 쓰다듬어주면 이공이는 질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일명 ‘왕따자세’를 취합니다.
이 자세를 취할 때 아는 척을 해주거나 ‘이공아 이리 와’하면 2-3번 정도(습관성 밀당) 간을 보다가 마지못한 척 걸어옵니다. 그리고 제 앞에 턱 앉습니다.
가끔은 둘이 싸우기도 하지만 성격이 반대라 관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 명절에는 집에 데려와서 오손도손 거실에서 놀아볼까 합니다. 명절에 강아지랑 뭘 하면 좋을까요? 반려견동반 숙소를 잡아볼까 했는데.. 금동이가 멀미가 심해서 고민입니다.
명절을 결국 어떻게 보냈는지 명절이 지난 후에 또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