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막내 강아지
우리 집 둘째 금동이가 삼일천하 가출 후 만들어온 아들 꼬미. 꼬미는 커서 우리 집 사고뭉치가 됐다.
꼬미는 어릴 때부터 울타리 사이로 스무스하게 몸을 빠져나가더니 요즘은 그냥 쇼생크탈출견이 됐다.
난 조금만 크면 더 이상 못 나가겠지 생각했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꼬미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데,
바로 울타리 간격에 맞게 체중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끔 통통해져 울타리 사이에 뒷다리가 걸려
낑낑거릴 때도 있는데
스스로 통통해진 걸 아는지 셀프 다이어트를 한다.
며칠 뒤면 약간 슬림해져서 또 자유자재로 울타리를 드나드는 꼬미.
반면 꼬미보다 살짝 작은 이공이는 어깨가 넓어서 울타리 사이로 못 빠져나간다.
이 녀석만이 유일하게 울타리를 왔다리 갔다리 하며 나를 비롯한 형님개들 모두를 약 올린다. ㅋㅋ
최근 고민은, 꼬미가 밤마다 울타리를 빠져나가 산짐승을 향해 왈왈 짖는 것이다. 거의 사이렌이다.
바로 앞 아파트 사람들이 깰까 봐 새벽에도 짖는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꼬미를 못 짖게 한다.
’ 짖지 마~!!‘ 하며 같이 짖어주는 주인.
내가 혼내면 짖기를 멈추긴 한다.
몇 달 동안 반복되니 꼬미보다 내가 먼저 수면 부족으로 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결국 밤에 울타리를 못 빠져나가도록 꼬미를 줄로 묶을 방법을 생각했다.
밤에는 묶고 자고 낮에 풀어주는 식으로.
마침 개들을 주려고 닭을 삶은 날이었다.
‘일이 수월하게 풀리겠군.’
근데 이놈, 눈치가 18단이다.
평소면 헐레벌떡 뛰어올 애가 눈치를 살살 살피며 올까 말까를 시전 하며 날 약 올렸고
난 열심히 닭냄새를 풍겼다. ㅋㅋ
개가 닭을 거절할 수는 없는 법.
꼬미는 깊은 고민에 빠졌는지, 한참을 주춤거리다
슬며시 견사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꼬미가 들어온 순간 재빨리 견사 문을 닫아버렸다.
꼬미는 잡힌 걸 아는지 허망한 표정으로 순순히 목줄을 찼다. 약간 짠하고 동시에 웃겼다.
묶였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했는지 좋아하는 닭고기를 밀어줘도 안 먹다가 밤 12시 즈음이 되어서야 달그락 소리를 내며 처량하게 먹는 꼬미.. ㅋㅋ
그런데 이게 웬일,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목줄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알고 보니 꼬미가 새벽에 정화조를 푸러 온 분들을 보고 놀라 펄쩍펄쩍 뛰다가 목줄이 휙 벗겨진 것이다. 자기 잡아가는 줄 알고 줄행랑을 쳤다는 아빠의 목격담.
어찌 됐든 난 꼬미를 묶어뒀다는 이유로 집에서 대역죄인이 됐다. 부모님은 자꾸 꼬미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가출해 버렸다는데,
그럼 싹싹 비워진 밥그릇은 뭔지.
어째 부모님이 나보다 개를 더 아끼는듯한 느낌이 들지만 착각이겠지? 하하.
난 꼬미가 금방 돌아오리라 확신했다.
꼬미도 딱히 이 동네에서 갈 곳이 없다. ㅋㅋ
그리고 꼬미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금동이다.
아빠인걸 아는지.. 매일 금동이 뒤만 졸졸
가끔 금동이한테 심하게 군기 잡혀 낑낑대기도 하는데, 뒤돌면 또 헤헤 거리며 웃는 바보다.
퇴근 후 1g의 죄책감(부모님의 유난)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니, 견사 안에서 꼬미가 웃고 있다.
자기도 달리 갈 곳이 없었는지.. 어색하게 헤헤 웃던 녀석.
아빠 금동이를 닮아 가출하는 버릇까지 닮아버린 꼬미. 이제 날이 선선해지고 있는데 올해 꼭 중성화를 시켜야겠다.
며칠 전 몽골의 대표 견인 방카르에 대한 다큐를 봤는데 역대급 견생이었다.
낮에는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달리고, 밤에는 야생 늑대와 맞짱을 떠 이긴다.
우리 개들도 외진 시골로 가서 마음껏 뛰놀며 살았으면..
다음생엔 방카르로 태어나거라..
다음 화 예고
곧 추석이네요. 우리 집 개들의 분기별 목욕이 시행되는 날입죠. (설날 1번, 추석 1번)
이공, 금동이는 목욕은 싫어하지만 꾹 참고 의젓하게 정말 잘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공, 금동이의 추석맞이 목욕 장면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명절 맞아 개들 꽃단장도 하고 추석 음식도 만들어서 즐거운 추석 맞이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고양이 춘배는
우리 집에 오는 길냥이 춘배에 대해 소개글을 쓰고 싶었는데요, 요새 저도 춘배를 잘 못 보고 있습니다.
원래 제 퇴근 시간에 맞춰 밥을 먹으러 왔는데,
최근 밥시간이 달라졌습니다.
오후 9시와 아침 새벽에 온다고 하네요.
그래서 춘배 밥 담당이 아빠가 되었습니다.
아빠는 나름 춘배를 많이 아끼는 것 같습니다.
집 개들은 산책 한번 안 시키면서도 춘배 밥시간은 잘 챙기는 아빠를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춘배는 우리 집에 개가 세 마리나 있다 보니 몇 번 마당에 있다 개들한테 쫓긴 적이 있어 몸을 사립니다.
그래도 우리 집 밥이 좋은지 멀리서 지켜보다 아빠가마당에 나오면 찾아와서 밥 달라고 야옹-야옹-웁니다.
아빠는 춘배한테 완전 반해서 무늬가 호랑이 같다느니, 카리스마가 있다느니 하는데 제가 보기엔 평균보다 덩치가 훨씬 작은 귀여운 길냥이입니다.
춘배는 막상 밥은 시큰둥하게 먹고 계속 아빠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는데, 애교가 있어 좋은 곳으로 입양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겨울까지 계속 오면 마당에 춘배 보온 집을 마련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춘배 이야기는 제가 춘배랑 다시 친해지면 한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새 아빠가 밥을 챙기니 제 얼굴을 잊어서..
절 보면 경계하더군요. ㅠㅠ
점점 날이 시원해지는데 다들 즐거운 나날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