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메 Sep 13. 2024

마당에 찾아오는 동물친구들

길고양이 춘배와 가출 진돗개?

가을은 개들도 춤추게 한다

출근을 마중나오는 삼총사


드디어 찾아온 선선한 가을 날씨.

모든 견주들은 가을을 애타게 기다린다.

산책을 나간 지 오분도 안돼 땀으로 티셔츠가 젖어들었던 지난여름이라 가을이 더 반갑다.

저녁에는 쌀쌀하기까지 하다. 야호!


가을을 목 빠지게 기다린 자들이 또 있었으니, 바로 마당개들이다. 폭염경보가 쉴 새 없이 울리던 여름, 가뜩이나 마당개로 키우는 게 미안한 내 맘을 모르는지 야속한 태양은 뜨겁게 작열했다.

헥헥거리는 강아지들을 보니 죄책감이 콕콕.

특히나 더위를 타는 금동이가 심히 걱정되었으니.


때 마침 여름에 상가가 비어 에어컨을 틀어줄 수 있었는데 막내 강아지 꼬미가 소파를 다 뜯어버렸던 일도 있었다. 그 덕분에 다른 개들까지 쫓겨났다는 후문.

꼬미야 너 형들한테 물리고 싶니.

금동이의 원망의 눈빛이 안 느껴지니.


개들은 더위가 한 춤 물러간 걸 느끼는지 견상에 생기가 확 돈다. 또, 누나가 마당에서 놀아주는 시간이 점점 길어짐을 느끼나 보다.

여름에는 햇빛이 뜨거워 놀아줄 엄두가 안 났다.

가을부터는 더 함께 있자.

요새 서열싸움이 잦던 두 녀석. 가을이 되니 사이가 좀 좋아진 듯한 착각이 든다. 좋아졌나..?

꼬미가 온 뒤로 이공, 금동이의 서열싸움이 잦았는데 가을 날씨가 중재를 해주는 듯하다.

오랜만에 금동이가 이공이에게 애교를 피우기도 했다.

내리사랑 아닌 올림사랑. 막내부터 형 순으로 핥핥


가을을 맞아 오랜만에 애견카페에 갔다.

애견카페에 도착해 주차를 하자 개들도 여기가 어딘지 아는지 초흥분 상태. 당장 내려 주라멍!

날이 선선하니 개들도 예민함이 줄었다.

처량한 척 하는 이공이

이곳에서는 실내가 쾌적하게 관리되기 위해 강아지들이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자유롭게 마킹이 되는 곳을 갔었는데, 쾌적함의 정도가 다르다. 마킹 관리가 안 되는 곳을 가면 사람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찌린내가 진동한다. 그 뒤로는 관리가 잘 되는 이 애견카페만 애용하고 있다.  



또 모르는 진돗개가 왔네


애견카페 다녀온 후 저녁에 이공이 눈 상처가 생겼다


즐겁게 놀다 와서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공이 눈 옆이 심하게 까져있어 놀랐다.

범인이 누군지 모르겠다..

내가 의심하는 범인 후보는 둘이다.

일번은 요즘 자주 보이는 목줄 풀린 진돗개.

이번은 금동이. ㅋㅋ


요새 우리 집에 목줄 풀린 진돗개가 자주 찾아온다. 보통은 막내 꼬미만 짖는데, 세 마리가 동시에 짖을 땐 타당한 이유가 있어 나가 보는 편이다.

나가보니 웬 진돗개가 뒷마당 입구 쪽에 서서 울타리 안에 있는 우리 개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 집 개들은 약이 올랐는지 진돗개를 향해 왕왕 짖고, 진돗개는 놀고 싶은지 하염없이 쳐다본다.


처음에는 작년 겨울쯤 우리 집에 놀러 왔던 들개 진돗개 진순이인줄 알았다.

그런데 좀 다르다. 진순이보다 훨씬 말랐고, 진순이는 뒷산에서 홀로 사는 들개였는데, 이 녀석은 목줄을 차고 있다.

내 생각에는 발정기가 되어 찾아온 암컷 진돗개 같다. 새벽마다 찾아와 나의 단잠을 방해해서 -이 녀석이 오면 개들이 왕왕 짖는다.- 좀 미워졌다.

그래도 동네에 풀린 개들은 다 순해서, 너무 미워하진 않기로 했다.


아무튼 그날 저녁, 마지막 산책을 나가려는데 이 진돗개가 우리 집 뒷마당에 있었던 것이다.

뒷 길이 너무 어두컴컴해서 있는 줄도 몰랐다.

난 영문도 모르고 울타리 문을 열어줬는데, 그 순간 세 마리가 합세해 진돗개를 공격하듯이 둘러싸고 왕왕 짖으며 달려들었다.

난 심장이 멈출 뻔했다. 이것들이 미쳤나?

아무리 자기들 머릿수가 많아도 진돗개에게 덤비다니.

세 마리가 달려드니 놀랐는지 진돗개가 도망을 치는데, 저 멀리까지 우리 집 개들이 진도를 쫓았다.


그래서 이공이 눈 옆 상처가 그날 진돗개에게 덤벼들다 생긴 건가 의혹이 생겼다.

다행히 잘 아물어 오늘 딱지가 떨어질랑 말랑 달랑거리는 모습에 안심됐다.


누나 나 괜찮아~ ㅎㅎ

괜히 줄행랑치던 진돗개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 후 금동이를 산책하다 또 목줄 풀린 채 혼자인 녀석을 마주쳤다.

홀로 산책로까지 나오는 대범함에 놀랐는데 녀석 정말 순하다. 금동이가 다가오니 슬며시 옆 잔디로 빠져주는 것이다.

금동이는 진돗개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냄새를 맡더니 맛이 가버렸다. 그 모습이 암컷 강아지의 발정기 냄새를 맡을 때와 똑같아서, ’아~ 저 진돗개 발정기라 가출 중이구나 ‘ 생각했다.


도시 사람들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지만, 사실 시골은 아직까지 자유롭게 동네 마실하는 개들이 참 많다. ㅋㅋ

암컷들은 발정기가 되면 짝을 찾아 홀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컷만 세 마리인 우리 집 개들은 작년 진순이가 발정기에 맞춰 내려왔을 때는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더니 이 진돗개에게는 왜 공격적인지 모르겠다.

물론 같은 진돗개지만 진순이가 훨씬 예쁘긴 했다. 이 녀석들도 외모를 보는 건지…

개의 세상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집 타이거, 춘배의 일상
우리집 호랑이 ‘춘배’

올여름부터 우리 집에 찾아오는 길고양이 춘배.

돌고 돌아 우리 집 밥이 좋았는지, 한동안 걸음이

뜸하더니 다시 돌아왔다.

춘배가 발길을 끊었던 동안 혼자 애가 탔다.

고양이는 영물이라더니, 언제 날 홀렸는지

이 녀석이 은근히 기다려지는 것이다.


아빠가 밥 담당이 된 후로 아빠 뒤만 졸졸 쫓아다닌다는데, 그새 내 얼굴을 잊어버린 건지 날 보면

후다닥 도망갔다.

우리 집 개들보다 길고양이에게 더 서운한 이 감정은 뭘까.

‘서운하다 춘배야~!’

울부짖는 내 마음이 텔레파시로 전달된 건지

요즘 내가 마당에 있을 때 종종 찾아오는 춘배였다.


춘배와 매일 싸우는 흰색 고양이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얘가 춘배를 쫓아내 못 오게 하는 줄 알고 내심 우리 집에 안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너의 강렬한 포스에 오해했다~ 미안하다~!!

이 고양이는 무늬가 참 특이하다. 특히 이마에 실수로 콕 붓칠 된 것처럼 검은 무늬가 있다.

포스가 무서워서 춘배에게 못되게 구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오히려 춘배한테 지더라.

그 사실을 알고부턴 내가 괜히 생김새만 가지고 오해했구나 생각이 들어 미안했다.


그래도 내 사랑 춘배가 못 오는 건 싫다.

춘배 외모가 예쁜 것도 있지만, 길고양이 밥을 주는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애교 있는 고양이에게 어쩔 수 없이 정이 더 간다는 거.

나만 보면 자기 왔다고 ‘야옹’ 인사하고, 마당에서 퍼질러 낮잠 자는데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지 않을 리 없다. 반면 흰 고양이는 경계가 심해서 날 봐도 새초롬하게 노려본다.


어느 날은 흰고양이 혼자 밥을 기다리길래, ‘우리 집에서 밥 안 주면 어디 가서 얻어먹나’ 불쌍해져 밥을 줬다. 짠한 동정심 안에 애정도 섞이는 기분이다.

난 슬며시 주위를 살피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미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너 왜 이렇게 춘배랑 싸우니~ 사이좋게 지내야지~ 밥 많이 있으니까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나눠먹어” 흰 고양이는 ‘뭐라는 겨’ 표정으로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 두 고양이가 싸우지 않았다. 그렇게 앙칼지던 흰 고양이가 춘배 있어도 느긋하게 앉아 자기 밥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춘배도 그려려니 하는 모습이었다.

얼큰한 시골 고양이 밥그릇

춘배도 흰 고양이가 착해지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더 자주 우리 집에 찾아왔다.

날 빤히 쳐다보다 저 큰 밥그릇에 얼굴을 묻고 와구와구 잘도 먹는다.

한 입 먹고 주변 구경하고, 한 입 먹고 멍 때리고, 아주 여유롭게 식사한다. 흰 고양이는 내가 보는 앞에서는 밥을 안 먹는다.


대신 흰 고양이는 사람 말을 아주 잘 알아듣는데,

어느 날 꼬미를 가리키며 ’ 너 쟤 이길 수 있어 ‘ 하니 그 뒤로 꼬미가 다가오면 때려줄 표정으로 쳐다본다. (보통 길고양이들은 도망갈 텐데….)

 그래서 꼬미는 흰 고양이만 보면 바짝 쫄아서 도망간다.  

춘배 눈에도 꼬미가 만만해 보였는지,

이공 금동이가 풀려있을 때는 마당에 안 오고 꼬미만 있으면 마당에 온다. ㅋㅋ


타이거 춘배는 오늘 저녁에는 조명 밑에 조각상처럼 앉아있었다. 저 자리는 동물들한테 명당이다. 이공이, 금동이, 꼬미 모두 저 자리를 좋아한다.

원래 명당 주인은 이공이


ps. 벌써 추석이 왔네요

추석맞이 멍빨래 글로 찾아오고자 했는데, 요새 춘배가 자주 와줘 기쁜 마음에 소개글을 쓸 겸 글을 썼습니다. ^^ 다음 편은 추석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선선해진 바람을 만끽하며 모두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오늘 저녁에 보니 두 고양이가 친구가 됐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