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똥개가 두 마리. 이공과 금동이다. 금동이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냥 바보다. 집도 못 지킨다. 이거 실화냐.
금동이는 파보 바이러스가 걸린 채 우리 집에 왔다. 그러나 극복. 3개월간의 피똥 후 완치되었다.
’오히려 아픈 개들이 완치하면 더 건강해! ㅋㅋ‘라는 생각은 내 김칫국이었다. 세상에! 이런 바보똥개가 있나? 산책하다 길고양이가 무서워서 뒷걸음질은 기본. 큰소리만 나면 멘붕 상태. 시골개는 용맹하다고 누가 그래. 금동인 안 그래..
개들의 반사신경을 미탑재한 똥개. 피할 줄을 모르는 그의 이름은 금동. 신기한 건 또 잘 낫는다. 다쳐도 일주일이면 회복하는 튼튼한 체력. 왕성한 식욕!
그런 똥개가 또 가출을 했다?!
시골동네라 뒷집 개는 풀어져있다. 자유로운 그녀를 따라.. 이놈은 가출해 버렸다. (마당에서 놀다가 튐) 뒷집 할아버지가 와서 개 찾아가라고 하신다. 네. 어랏. 근데 안 잡히는데요? 주인을 봐도 얄밉게 도망치는 그 모습을 보고 나와 할아버지는 혈압이 올랐다.
“아침에 두 마리 밥 먹으러 오니께 그때 전화하면 바로 오쇼.”
“저시키 배고파야 와요. 우리 개는 밥 주지 마세요. “
”난 밥 안 준다니까 ㅋㅋ“
그 뒤로도 요리조리 나락 사이를 헤집으며 잡힐까 말까를 시전 하는 금동. 못 잡겠지? 약 오르지?
그렇게 그날 아침까지도 약 올리던 금동이는 점심 무렵 제 발로 집에 찾아왔다. 실화냐 진짜.
무슨 일이 있었을까. CCTV가 있다면 돌려보고 싶을 정도다. 1일간의 가출 동안 먹지도 않았는지 갈비뼈만 남은 금동. 심각한 건 눈이다.
나뭇가지에 찔렸는지, 산을 굴렀는지, 다른 개랑 싸웠는지 한쪽 눈이 다쳐서 돌아왔다. 눈 밑은 빨갛고 눈동자는 뿌옇게 되었다. 실명 직전 눈처럼. 병원에 데려가니 한쪽 눈이 반응이 없다고.
“이주 안에 회복 못하면 시력에 문제가요.” (닥터)
평소보다 스케일이 다른 부상에 걱정이 또 태산이다. 그러나 시골 동물병원이 처방해 준 약은 클라스가 달랐다. 항상 침착 100, 차분 100인 원장님 뒤로 보이는 것은 ‘서울대 수의학과 졸업‘ 명패였다. 눈부시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처방받은 안연고와 안약을 2일 넣어주었는데 별 다른 차도가 없자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던 나. 반성하라! (성격 급함)
아직까지 다친 눈의 눈물자국은 남아있지만, 눈동자가 완전히 돌아왔다. 이제 시선도 정상적으로 따라온다. 센세 아리가또!!
바보 같은 똥개 탓에 늘 바쁘구나. 그래도 남다른 회복력과 서울대 출신 선생님이라면 극복.
금동이와 달리 똑똑하고 야무진 댕댕 이공이. 역시 k-진도상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가출한 금동이가 돌아오자 으르렁대며 혼내던 이공이 ㅋㅋ
슬슬 저녁이 쌀쌀해지자 견사 밖으로 안 나오는 똥개들. 이번주에는 견사에 보온 작업을 들어가야겠다.
다음 글은 실외견 월동 준비! 빠밤. 고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