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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山路

인생길

by 파포


울퉁불퉁 불규칙한 길이

네모반듯 가지런한 길보다 낫다



오늘 해발 998미터의 산을 오르며,

네모반듯한 계단길이 아닌

삐쭉빼쭉한 계단길을 올랐다.


산을 오르며 문득 든 생각.

“만일 불규칙한 돌덩이로 만든 계단길이 아니라,

네모반듯 가지런한 계단길을 올랐으면 어땠을까?”


그에 대한 내 마음의 대답은,

“때론, 울퉁불퉁한 길이 가지런한 길보다 낫다”이다.


우선,

불규칙한 길은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신경을 집중하여 디딜 곳을 모색해야 한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디었다가는

발목이 삐끗하거나 넘어질 수 있다.

이러한 집중력이 몸과 마음에서 에너지를 만든다.


만일 네모반듯한 계단을 올랐다면,

금방 지루해지고 지쳤을 것이다.


그리고,

굽이굽이 산길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가파른 길을 올라야 다시 완만한 길이 나올지, 완만한 능선 뒤에 언제 다시 경사길이 나올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길에 몸을 맡기고,

길이 나를 안내하는 대로 오르다 쉬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가파른 경사를 지나 완만한 길도 나오고

중간중간에 펼쳐지는 장면들도 참으로 다양하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경도 나오고,

기이한 바위들과 나무들도 내 시선을 붙잡는다.


반면 어떤 산에는 매우 친절하게 잘 깔린 계단길이 있다.

중국의 태산은 계단 수가 7715개라고 한다.

출처 : Baidu Image

만일 태산의 계단길을 오른다면?

오르기 전부터 심리적 압박이 온다.

생각만으로도 다리도 후들거린다.





인생도 불규칙한 산길로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집중하고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집중력이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준다.

그 불편함과 예측불가함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만약 인생길이 네모반듯한 계단길로,

“7715 계단(day)을 오르면 성공에 도착합니다”

라고 한다면 더 오르기 쉬우려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물론 경치 탓도 있겠지만,

예측불가 산길을 오르는 일이

고층빌딩 계단을 오르는 것 보다 낫다.


한걸음 한걸음 집중하며,

한 치 앞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방향만 맞는다면 자연 산길이 낫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길이

이미 정해진 인생길보다 나을 수도 있다.


지금 나는 울퉁불퉁한 인생길을 오르고 있다.

지금의 경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오늘 등산을 한 것처럼, 그냥 길에 나를 맡기자.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 집중하며 내딛자.


모처럼 산을 오르며, 인생길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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