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 변화 및 소감
#.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식
나이를 먹고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캠퍼스에 오르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볍다.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오르는 길이 아닌 내가 선택하여 걷고 있는 길 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학원 행정과장님과 선배기수로부터 학교생활을 안내받았다.
이 나이에 다시 입학이라니… ㅎㅎ 전날 밤 아내가 입학식에 꽃다발을 사들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설마?‘ 하는 말을 하면서도 입학식 안내메일을 확인해 봤으나, 별다른 안내가 없었다. 나는 혼자 입학식에 왔고, 다행히도 신입생의 가족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ㅎㅎ 야간 MBA의 입학식은 다르구나… 아마도 학위수여식이 있는 졸업식에는 가족들도 오는 것 같다
입학식날에 벌써 졸업식을 생각하다니… 졸업식은 참으로 까마득하다. 만일 인생의 목적이 ‘죽음’이라고 한다면, 사는 게 허무하고 의미가 없듯이, 입학의 목적이 ‘졸업’이라고 한다면, 학교 생활은 무미건조할 것 같다. 물론 오늘이란 시간은, 한참 시간이 기억 속의 날들 중 하나가 되겠지만, here & now, 여기에 & 지금, 내가 있다.
#. 대학원 동기들과 어색한 첫 만남.
첫 만남은 대개 설레이기 마련이다. 신입생이라고 하기에 나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 대부분 직업과 병행하는 야간 대학원이라 그런지 신입생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적게는 20대 후반부터 많게는 40대 후반까지의 사람들. 나는 최고참은 아니지만,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듯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을 만나서 바로 마음을 열기가 어렵다. 이미 많은 인간관계를 경험하면서, 조심성을 가지게 된 듯하다. 보이지 않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미묘하게 감도는 만남의 시간. 평범한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이 순간, 공기의 무거움을 즐기며(?) 이 순간을 간직한다.
입학식 직후에 풀코스 오찬 정식이 함께 진행되었기에, 원형 테이블에 조별로 둘러앉아서 생면부지의 사람들, 그리고 머지않아 가까워질 것 같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비싼 MBA 등록금을 내어서 그런지 점심부터 와인을 곁들여 스테이크를 대접받았다.
서로 간간히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침묵의 공백들을 메꾸었으나, 답변 뒤에는 다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결국 쉬고 있는 입으로 음식과 와인, 후식과 커피만을 연달아 집어넣었다.
어색하게 앉은 사람들 사이로, ’사람들은 저마다 보이지 않는 도형을 보호막으로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도형의 중심에 서 있으며, 각각 다른 모양의 도형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도형의 모양은 둥글기도 하고, 네모반듯하기도 하며, 뾰족하기도 하고, 움푹 파여 있기도 하다. 도형의 크기도 모두 제각각이다. 도형의 크기가 큰 사람은 보호막을 크게 치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고 하며, 도형의 크기가 작은 사람들은 쉽게 사람들과 접촉한다. 모두가 천성을 바탕으로 하여, 그리고 살아온 삶들이 그들만의 도형의 모양과 크기를 만들었으리라.
어쨌든 같은 시기에 같은 학교에서 같은 공부를 하게 된 것을 보면, 모두 다 인연이다. 이 인연들이 앞으로 어떤 관계로 발전하게 될지 궁금하다.
지나간 시절들을 함께한 친구들. 고등학교나 대학교 친구들, 동네 친구들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인생을 살게 되고, 공감대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들을 만나면 옛날 추억을 소환하여 회고할 따름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공감대를 가진 직장동료들은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서, 아무래도 서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이해관계도 얽히지 않았고, 비슷한 직장고민들을 앉고서, 같은 내용을 공부하는 동기들은 함께 많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며, 경영학 수업 특성상 조모임, 조 발표 등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가까워질 수 있는 많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도 볼 수 있다. 처음 만난 학우님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입학 편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