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카세 메뉴는 민초정식이다. 지난 며칠간 온 나라가 혼란하다. 마음이 심란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엄마의 숙명은 끝까지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아니던가? 누군가는 자신의 본분을 잊었더라도 엄마카세는 사명감을 잊지 않기로 한다. 더더욱 열심히 밑반찬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오늘 엄마카세 정식 메뉴를 민초 반찬이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민초들은 나라의 위기 속에서도 서로 연대하여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 왔다. 혼란한 상황에서도 각자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어른들은 일을 하러 가고, 아이들은 공부하러 학교에 간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들은 어른들을 믿고 따른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세상을 위해 힘을 낸다. 이것이 민초 DNA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도 힘을 낼 우리 집 민초들을 위해 엄마카세는 최선을 다해 보기로 한다.
제일 먼저, 겨울에 많이 먹는 명란젓국을 끓여봤다. 겨울에는 무가 참 달큼하고 시원하다. 무 만으로도 훌륭한 채수가 된다. 여기에, 지난번에 쓰고 남아 냉동실에 얼려둔 파지 명란을 꺼냈다. 명란을 적당히 썰어서 넣으면 간을 할 필요도 없다. 무, 양파, 호박을 나박하게 썰어 넣고, 마지막에 명란젓을 썰어 넣으면 훌륭한 명란젓국이 완성된다. 얼큰한 알탕과는 그 맛이 전혀 다른 담백한 국이 된다.
또, 손질한 가자미를 꺼내 약간의 간을 하고, 에어프라이어 구웠다.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단백질이 늘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힘이 난다. 그 옆으로 남편이 좋아하는 콩장과 우엉조림을 꺼냈다. 특히나, 남편은 우엉조림을 좋아한다. 간장에 물엿을 넣고 달달하게 조린 우엉을 한 입 가득 씹으면 우엉 특유의 쌉쌀한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맛을 돋운다.
그 옆으로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과 시금치 무침을 살포기 얹었다. 아! 장여사(친정엄망의 애칭)가 주신 귀하지 귀한 알타리 무도 함께 놓았다. 마지막으로, 막내가 좋아하는 달걀 베이컨을 준비했다. 혹시라도 생선을 먹지 않는다면, 대체할 단백질로 준비해 두었다.
열심히 식당에 차려둔 음식을 제대로 사진 찍고 싶었지만, 배고프다고 졸라 대는 아이들 성화에 제대로 된 사진은 찍지 못하였지만, 아이들을 더 이상 배고프게 할 수 없어 급하게 밥을 푼다.
오늘은 정말 열심히 반찬에 공을 들여서 만들었다. 조리고, 굽고, 무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양하게 만들었다. 열심히 든든히 먹이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힘 있고 따뜻한 응원이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