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는 26일이 와이드 릴리즈인데 4일 전인 어제(22일) 얼리 액세스로 일부 영화관들에서 딱 한 타임만 상영하더군요! 럭키 미
일단 끝나자마자 입에서 "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앞으로도 삼각관계를 다룬 여러 작품들 사이에서 최고 중 하나로 꼽히지 않을까 정도로 정말 미묘하고 관능적이고 사람 미치게 하는 작품입니다. 액션 시퀀스 하나 없이 이렇게까지 아드레날린이 폭발할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성취욕과 성욕 사이, 질투와 집착 사이, 사랑과 우정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선들을 테니스라는 스포츠로 효과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화면 자체에 깃든 따스한 색감, 그리고 습기 가득한 여름 공기가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부분에선 콜바넴과 비슷한 감성이 살짝 있지만 극의 분위기 자체는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바로 전작 본즈 앤 올의 잔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가장 많은 분들이 보셨을 이 세 작품 각각 정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젠데야는 정말 작품 보는 눈도 좋고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잘 이해하는 배우 같습니다. 매번 독립적이고 쉽게 물러서지 않는 성깔 있는 캐릭터들을 연기하긴 했습니다만. 전작들(유포리아, 스파이더맨, 듄 등)에선 시니컬하지만 어딘가 굉장히 여린 구석을 엿볼 수 있었다면 <챌린저스>의 타시 던컨은 그 중에서도 가장 강인하고 빡세며, 범접불가 그자체입니다. 기본적으로 야욕이 넘치고 모든 상황을 본인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하며, 즉흥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실생활에서 홀리면 정말 큰일 나는 유형의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젠데야가 가진 얼굴 선, 피지컬리티, 그리고 연기가 모두 어우러져 대체자가 생각이 안날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그리고 아직 대표작이 없는 두 남주들 역시 젠데야에 절대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칩니다. 연기도 좋았지만 배우들 본연이 가진 분위기나 관상이 캐릭터랑 너무 잘 들어맞아서 보는 내내 실존인물을 보는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정말 다른 유형의 두 캐릭터이지만 케미스트리와 긴장감이 잘 살아있고 현실에 있을 법한 관계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클리셰하진 않습니다.
포스터 상단의 문구처럼 그녀의 게임, 그녀의 룰 안에서 놀아나는 두 남자들의 이야기에 그치지만은 않습니다. 셋 모두 누가 낫다 할 것 없이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고장나있고, 각자가 가진 비열함과 비겁함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하지만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끊임 없이 흔들리고 휘청거리는, 배배 꼬인 관계 속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3각 테니스 경기를 보는듯 합니다.
여러 타임라인을 넘나드는 작품이라 편집이 굉장히 주요했는데, 몇몇 분들은 살짝 헷갈릴 수도 있겠으나 이정도면 클리어하고 간결하게 잘 편집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테니스 경기의 전개에 따라 몇 개의 챕터로 구성한 연출 방식도 좋았습니다. 앞으로 다른 스포츠 영화도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을까 할 정도로 특정 스포츠 경기와 사람 사이의 드라마를 기가 막히게 엮어 놓은,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손에 땀을 쥐고 본 작품이었습니다.
처음엔 굳이 아이맥스로 봐야하나 싶었으나 막상 보니 화면비도 런닝타임 내내 1.9:1이고, 큰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끈적하고 관능적인 장면들과 더불어 코트 안에서의 역동적인 카메라워크가 더욱 부각되면서 아맥을 선택한 저 자신이 정말 사랑스럽더군요. 국내에선 범죄도시에 밀려서 아이맥스 상영이 불가한게 정말 아쉬운데, 기회가 닿으시는 해외 회원분들은 꼭 아이맥스로, 국내 관객분들도 가능한 가장 큰 스크린에서 관람하시는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