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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like me

제발 그만해

by 우당퉁탕세계여행

발리의 누사 페니다 섬에서 길리 트라왕안으로 향하는 고속페리를 탔다. 두 시간 반정도 걸리는 여정이다. 화장실 이슈로 페리에 거의 마지막에 탔더니 자리가 없다며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오 2층에도 자리가 있나 보다.”

뭔가 특별해진 것 같은 기분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20명 정도의 좌석이 있었다. 가장 뒷자리에 앉았는데 다리밑에 스피커가 있다.

“조금 불편하지만 어쩌겠어”

길리로 향하는 배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 있던 선원 겸 디제이가 레츠 빈땅타임을 외쳤다.

요새 유명한 캔드릭라마 때문에 슈퍼볼 하프타임은 많이 들어봤는데 발리에는 빈땅타임도 있었다. 무조건 맥주를 사 마셔야 한다. 난 생각 없다는데도 2층은 빈땅 존이라서 사야 한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벌써 신난 ENFP 와이프가 내 거까지 두병 마신다고 두병을 샀다. 쿵쾅쿵쾅 비트와 함께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우리 뒤 직은 공간을 스테이지로 만들어 버린다.

두 시간 반동안 잠을 좀 자려던 ISTJ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하필 내 발 밑에 스피커가 있다니. 조용히 이소라 님의 노래를 좀 들으려고 했는데 노이즈 캔슬링을 뚫고 고막을 때리는 비트는 이소라 님과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그들은 그렇게 두 시간 반동안 흔들어 재꼈다.

지금 사진을 보면서 다시 저때로 돌아간다면 어떨지



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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