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 긍정의 아프리카
케냐에 이어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탄자니아로 향했다. 여러 여행 유튜버들의 소개로 아프리카의 자연에서 온천을 즐기기 좋다고 소문난 모시와 유럽인들의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한 돌고래와 수영할수 있는 잔지바르섬에 가기 위해서였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때문에도 유명한 킬리만자로 산도 트래킹 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등산과는 거리가 멀어서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도 포기했었기에 눈 덮인 킬리만자로산은 눈으로 구경만 하기로 했다.
탄자니아에서 사용하는 스와힐리어중에 몇 가지 말들을 외워서 다녔는데 그들과 대화할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면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가장 유명한 말이 바로 ‘하쿠나 마타타’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킹의 대사와 노래로 유명해진 말로 ”모든 걱정근심 떨쳐버려! 다 잘 될 거야! “라는 뜻이다. 탄자니아 여행하면서 정말 많이 들어서 걱정이 될 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해 준 말이다.
단지 택시비가 많이 나올까 봐 걱정된다고 했더니 택시드라이버가 하쿠나 마타타라고 해서 신뢰가 안 가는 경우도 있었다.
뜻하지 않게 잔지바르의 일정이 길어져서 섬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던 2024년 1월중순부터 2월 초까지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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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나이로비에서 버스를 타고 육로로 국경을 넘어 탄자니아 모시로 향했다. 모시 인근의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프레디머큐리의 고향인 잔지바르 섬으로 갔다. 잔지바르섬으로 가는 방법은 비행편도 있지만 탄자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인 다르에스살람에서 배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섬이 크지 않으니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면 달려오겠다는 렌터카 사장의 말을 믿고 제주도보다도 약간 더 큰 잔지바르에서는 렌터카를 빌려 섬 곳곳을 여행했다.
잔지바르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스톤타운에서 시작하여 반시계방향으로 여행했다. 탄자니아의 일정 대부분을 잔지바르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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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 나망가 보더(Namanga Border Crossing)에서 50달러(USD)를 내고 비자를 발급받았다.
우리나라가 협정을 더 잘 맺었는지 비자발급비용이 더 저렴했다. 옆의 유럽에서 온 친구가 억울해하던 게 기억난다. 관광을 목적으로 90일간 체류가 가능한데 우리는 16박 17일을 머물렀다.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쳄카 온천이 있는 모시에서 2박 3일 여행했고 나머지는 잔지바르 섬을 한 바퀴 도는데 썼다. 잔지바르섬을 즐기면서 한 바퀴 도는데 최소 일주일은 필요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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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모시에서는 택시어플들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지나가는 툭툭을 잡아타고 다녔다. 그중 한 친구랑 얘기해서 우리의 일정을 설명하고 다음날과 그다음 날도 함께했다.
잔지바르 공항에서 스톤타운 시내까지는 정찰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택시비가 만만치 않아서 이후 이동시 이용할 대중교통을 알아봤는데 달라달라 라는 작은 버스는 우리의 많은 짐을 싣고 이동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해서 렌트를 하기로 했다. 2024년 1월의 잔지바르 섬에는 유명 렌터카 업체들이 없었다.
구글지도에 현지 렌터카 업체를 몇 군데 검색해서 문의를 하던 중 우리에게 친절히 다가온 소피안에게 렌트를 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구글지도에도 없는 패밀리사업이라고 소개하던 친구였는데 이제는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연락이 와서 구글 리뷰도 달아줬다. 35만 km를 달린 오래된 차량이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다녔다.
잔지바르에서 운전을 하려면 허가증이 필요하다. 대부분 렌터카 업체가 알아서 처리해 주는데 하루 기다리면 우리 사진까지 인쇄된 임시면허증을 발급받아준다.
우리나라와 운전석도 반대고 주행방향도 반대지만 금방 적응했다. 전 세계가 통일되면 참 좋을 텐데 좌-우-좌-우 운전하고 다니느라 와이퍼와 방향지시등 위치가 자꾸 헷갈려서 비도 안 오는데 자꾸 와이퍼를 켰다.
잔지바르 스톤타운에서만큼은 주차를 신경 써야 한다. 단속에 걸리면 아래 사진같이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기 때문에 정해진 자리에 주차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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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잔지바르 스톤타운에서 렌터카를 빌리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시장을 둘러보는데 오만 전통복장을 입고 모자를 쓰고 오만의 디저트 할와를 팔고 있었다. 바로 검색해 보았더니 19세기에 오만제국이 동아프리카 연안을 지배했을 당시 잔지바르를 수도로 사용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중동 아랍의 문화가 많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역사관련된 방송이나 유튜브에 재미를 많이 느껴서 열심히 찾아보게 됐는데 알고 나서 경험을 하니 사람들과 장소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모시 ( Moshi)
케냐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 아루샤와 모시까지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있다. 케냐와 탄자니아에서의 이동수단이나 투어 예약은 모두 왓츠앱을 통해서 했는데 정확하고 편리했다. 어차피 서로 잘 못 알아듣기 때문에 번역앱 한번 거쳐서 문자로 대화하는 것이 오해가 생기지 않았다.
세계여행 중 처음으로 국경을 육로로 넘었다. 많이 긴장했었는데 앞의 다른 사람들 따라서 줄 서고 여권 보여주고 하니 1인당 50 USD 지불하고 90일 체류가 가능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버스에 탄 모든 인원의 비자 발급까지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걸린 거 같다. 다른 사람들 기다리면서 유심도 구매할 수 있었다.
케냐에서는 치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소극적으로 여행했었는데 탄자니아부터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했다.
우리의 모시에서 첫 번째 목표는 쳄카온천에 가는 것이었다. 모시 도착 첫날에 지나가던 툭툭기사 이브라힘과 이야기해서 모시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귀여운 미키마우스 스티커를 붙인 툭툭을 타고 이브라힘과 함께 어드벤처를 떠났다.
분명 지도상으로는 바로 옆 가까운 곳인데 길이 없다고나와서 돌아가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이브라힘은 거침없이 비포장길을 달려갔다. 구글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길이다.
툭툭은 힘센 사람 두 명이면 뒤쪽을 들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 물 웅덩이를 지나서 전 세계의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쳄카온천에 도착했다.
우리가 갔을 때는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았다. 고여있는 물인줄 알았는데 조류가 있어서 당황했다. 돈을 아껴보고자 튜브를 하나만 렌트하고 가이드는 요청하지 않았는데 결국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나를 구해준 가이드에게 비용을 지불했다. 물은 온천이 맞나 싶을 정도로 뜨겁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쳄카온천에는 나를 잡아먹을 거 같은 (대왕)닥터피쉬가 많다. 특히 온천 입구쪽에 많았는데 간지럼을 많이 타는 사람은 각오해야 한다.
이집트에서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첫 실전이었는데 슈트와 핀(오리발)이 없으니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배부르게 온천물을 좀 마시고 그냥 튜브에 매달려 동동 떠다녔다.
튜브타고 떠다니다 하늘을 봤을때 이름모를 노란새들이 잘게쪼갠 나뭇잎을 엮어서 둥지를 짓고 있었다. 건축종사자로서 자연건축가의 경이로운 건축현장에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의 재료만으로 견고하고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만든다는게 존경스러웠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와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멀리서나마 지켜보기 위해서 모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찾았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도 조금 내리고 먹구름이 잔뜩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조용필 님이 위 가사가 있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란 노래로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다고 한다]
잔지바르로 떠나는 비행기시간 전까지 키보팰리스 호텔의 루프탑 바에 올라가서 구름이 걷히기만을 기다렸다.
호텔 바의 직원과 이브라힘, 그리고 우리의 기대를 모두 모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반이 흘러 공항 가는 시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쯤 드디어 킬리만자로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겨우 시간에 맞춰 킬리만자로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비행기 꼬리에 기린이 그려져 있는 프로펠러가 달린 작은 비행기였다. 기내용 캐리어가 머리 위 수납공간에 들어가지 않아 발밑에 두고 타야 할 정도로 작은 비행기였다.
스톤타운 (Stone Town)
잔지바르 공항에 밤 아홉 시가 넘어 도착했다. 공항에서 스톤타운까지 가는 택시들은 정찰제였다.
탄자니아에 내전이 있을 때 프레디머큐리의 가족이 피해를 받고 도망치듯 잔지바르를 빠져나온 이후 프레디머큐리는 탄자니아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섬인구의 대부분이 무슬림인 잔지바르도 에이즈로 숨을 거둔 프레디머큐리를 불편해했다고 하는데 그가 살았던 생가가 지금은 잔지바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키짐카지 딤바니 (Kizkmkazi Dimbani)
스톤타운에서 반시계방향으로 섬을 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돌고래 투어를 할 수 있는 키짐카지라는 마을로 향했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숙소 중 하나였다. 에어컨도 없고 완전 야외개방형 욕실이었는데도 너무 좋았다. 바로 앞에 스노클링이 가능한 바다가 펼쳐져있고 석양에 반짝이는 바다 위를 숙소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패들보드 타고 누볐다. 수영 후에는 시원한 킬리만자로 맥주 한잔을 마시고 해먹에 누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았다.
무작정 해변으로 찾아갔다. 어슬렁거리며 배의 선장들을 찾았다. 이른 아침 출발하는 돌고래 투어와 모래톱 위에서 랍스터를 먹을 수 있는 블루사파리투어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예약할 수 있었다. 다음날 돌고래가 활동하는 이른 아침시간에 맞춰 약속장소로 나갔다.
돌고래랑 함께 수영할 수 있는 투어라고 해서 많은 기대를 하고 갔다. 몇 번의 입수 끝에 결국 돌고래를 볼 수 있었는데 한 두 마리 돌고래를 십여 대의 보트가 계속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지금까지 열심히 쫓아다녀놓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부터 날이 흐렸는데 돌고래투어를 끝내고 오후에도 모래톱에서 점심 먹는 투어를 한다고 해서 내일로 미뤄달라고 했는데 일정변경이 불가능했다. 우중충한 날씨에 꽤 오랜 시간을 달려서 모래톱에 도착했다. 각자 타고 온 배의 선장들이 테이블 세팅해 주고 불 피우고 해산물을 손질해서 구워준다. 모든 관광객이 먹고 있는 랍스터를 우리만 안주길래 물어봤더니, 랍스터를 못구해서 새우를 더 준거라고한다. 모래톱에서 먹는 랍스타 때문에 이 투어를 선택 한건데.. 결국 5,000원 주고 옆 테이블한테 한 마리 사서 먹었다. 투어를 할땐 꼭! 더블체크하고 가능하면 후불결제 하도록 하자!
파제 (Paje)
잔지바르섬의 동쪽의 마을 파제의 해변은 또 느낌이 달랐다. 바람을 이용해서 타는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긴 해안선을 따라서 레스토랑들과 리조트, 카페가 늘어서 있다. 한식을 먹고 싶어 찾아본 식당 중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김치말이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파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잔지바르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다. 더 락 (The Rock)이라는 바다에 떠있는 듯한 레스토랑인데 분위기 좋은 저녁시간에는 예약을 하고 가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있어 썰물때는 걸어서 레스토랑에 입장할 수 있지만 밀물때가 되면 배를타고 레스토랑으로 가야 했다.
능위 (Nungwi)
잔지바르 섬에서 스톤타운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곳이자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문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해변과 분위기 좋은 숙소가 있는 곳이고 우리가 여행 중 가장 큰 일탈을 해본 곳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드레드 머리를 능위에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는 머리카락 길이가 짧아 털실을 꼬아서 붙여줬고 와이프는 두 명의 미용사가 전담해 약 세 시간이나 걸려 머리카락을 땋았다.
능위해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시야도 좋지 않고 파도가 많이 쳐서 바다에 들어가서 놀기보다는 마사이족들이 돌아다니는 해변에 누워 일광욕을 즐겼다.
마템웨 (Matemwe)
예쁜 바다와 리조트가 많은 파제와 능위 사이의 마을이다. 다시 스톤타운으로 돌아가기 전에 들른 마지막 마을인데 잔지바르에 있는 동안 피부가 정말 많이 타서 드레드머리가 더 잘 어울리게 되었다.
한국에서 바로 잔지바르를 찾아오기에는 쉽지 않지만 아프리카를 여행 중인 사람이라면 정말 매력적인 잔지바르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