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첫인상
이집트 여행을 마치고 내가 생각했던 본격적인 아프리카 여행이 시작됐다. 보이는 풍경부터가 달랐다. 카이로에서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생소함은 아랍문화권을 처음 방문했을 때만큼 생소했다.
상상 속의 케냐는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줄 알았는데 나이로비는 대도시였다.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게 되었다. 나이로비는 동부아프리카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라고 한다. 1월 이어도 아프리카라서 더울 줄 알았는데 선선한 날씨였다. 한인민박집 사장님은 고지대라서 여름에도 그다지 덥지 않아 땀 좀 흘리고 싶으면 동쪽의 몸바사라는 도시로 휴가를 가신다고 한다.
우리의 케냐여행 첫 번째 목표는 사파리에서 게임드라이브를 하는 것이었다. 게임드라이브는 동물들을 쫓으며 사파리를 투어 하는 자동차 투어다.
미리 알아본 정보로는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와 케냐의 마사이마라 두 곳을 투어로 돌아볼 수 있는데 2024년 1월 기준으로 비용이 거의 두 배 차이였다. 위 지도를 보면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의 위치와 규모를 볼 수 있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에서 봤던 와일드비스트의 대이동 시기도 알 수 있는데 초식동물들을 따라서 육식동물들도 따라서 이동하기 때문에 그때 그곳이 게임드라이브의 성수기라고 한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탄자니아에서의 세렝게티 사파리투어는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저렴한 마사이마라를 가기로 정했다.
우리 부부의 버킷리스트 중 항상 첫 번째였던 아프리카의 초원을 흥미진진하게 돌아다닌 2024년 1월 중순의 케냐 여행기록이다.
____
동선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우버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수도인 나이로비의 한인 민박에서 숙박을 하면서 당일치기로 로컬버스를 타고 나이바샤를 다녀왔다. 그리고 2박 3일 마사이마라 투어를 사파리 전용 벤을 타고 다녀왔다.
____
일정
케냐는 2024년부터 전자여행허가제도(ETA)를 실시했다. 입구 후 30일간 체류가 가능하다. 막 제도가 실시되었던 2024년 1월에 입국해서 검색을 많이 해봤는데 전자비자(e-visa)와 전자여행허가(ETA)가 다르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케냐에서는 5박 6일의 짧은 일정으로 머물렀다. 치안문제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행했다.
____
교통
나이로비에서는 우버택시만 타고 다녔다. 잘 잡혀서 걱정 없이 돌아다녔다. 치안을 걱정해서 될 수 있으면 걸어 다니지 않으려고 했다. 나중에 민박집 사장님 딸이 밤에도 외출하는 걸 보고 괜찮은가 싶어 저녁을 먹고 인근 쇼핑몰에도 가보았는데 무사히(?) 다녀왔다.
나이바샤 호수에 가려고 어떻게 이동을 할지 찾아보다가 로컬 버스를 타고 가기로 정했다. 같은 민박집에 머물던 어머님 한분과 동행하게 됐다. 패키지로 이집트 여행을 하시고 케냐로 넘어오시면서 여권을 잃어버리시는 바람에 일행들과 떨어져 잠시 혼자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우리 부모님이랑 비슷한 연배셨는데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타고 시내에 버스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버스 지붕에 행선지가 쓰여 있는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버스에 승객이 가득 찰 때까지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운이 좋아서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일찍 온 사람은 몇 시간이나 기다려서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돌아올 때는 택시를 섭외해서 왔는데 길이 너무 좋지 않았고 왕복 2차로라서 대형트럭들 뒤를 졸졸 쫓아서 90km를 기어 왔다.
나이로비 (Nairobi)
해발 1,700미터에 위치한 케냐의 수도이다. 생소한 환경이 걱정되어서 여행 시작하고 처음으로 한인민박을 예약했다. 그래서 케냐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한인 게스트하우스다. 보기 드문 아파트 형태의 숙소였는데 사장님 숙소 겸 레스토랑에 처음 갔을 때 케냐 아주머니들이 베란다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던 장면이 이질적이면서도 정겨웠다. 오랜만에 먹는 김치와 밑반찬 덕분에 매일 저녁시간이 기다려졌다.
거의 세 달 동안 이슬람 문화권을 여행한 탓에 돼지고기 구경하기가 힘들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직접 삶은 족발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다.
나이로비에는 한인교회 때문에 한국인 커뮤니티가 크게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시내에 한인마트가 크게 있는 것을 보고 이슬람 문화권을 벗어났구나를 느꼈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아프리카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케냐의 나이로비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 있는 한인마트를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아프리카 여행동안 한식재료 구하기 힘들 것이다.
나이바샤 (Naivasha)
나이로비에서 약 90km 떨어져 있는 나이바샤 호수가 있는 도시이다. 이곳에는 호수 가운데 정말 특별한 섬이 있다. 초승달 모양을 닮아 크레센트 섬이라 불리는데 이 섬에는 초식 동물들만 살고 있어서 워킹 사파리 투어가 가능한 곳이다.
1986년 영화인 아웃오브아프리카의 촬영을 위해 초식동물들을 섬으로 옮겨온 이후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크레센트섬까지는 인근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보트를 타고 왕복한다. 섬은 사유지라서 입장료가 따로 정해져 있었다. 가이드를 대동해서 섬을 돌아볼 수도 있고, 풀 뜯어먹고 있는 얼룩말 바로 옆에서 사진도 찍으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있다.
초승달 모양의 섬 끝에서 끝까지 여유롭게 한 시간 반정도 걸리는 크기의 섬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 하마가 호수에 많이 살고 있어서 하마만 조심하면 위협이 되는 동물들은 없었다. 낮에는 물속에서 생활하고 밤에만 물밖으로 나온다고 하지만 물가로는 가지 않는 것이 좋을듯하다.
마사이마라 (Maasai Mara)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과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울타리가 없어서 동물들의 이동이 자유롭고 지리적으로 붙어있기 때문에 하나의 공원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1월에는 같은 조건의 사파리 투어 금액차이가 두 배 정도 났었다. 케냐의 마사이마라 투어가 더 저렴했었다. 우리는 완전 성수기 때 가지 못했지만 동물들이 먹을 것을 찾아 대이동 하는 시기를 잘 맞춘다면 더욱 풍성한 볼거리가 생길 것 같다.
우리의 사파리 투어의 목적은 빅 5라 불리는 물소, 코끼리, 사자, 표범, 코뿔소를 보는 것이었다.
투어 예약 방법은 인터넷예약과 현장박치기, 민박집 사장님 소개가 있는데 우리는 인터넷 예약을 했다.
사파리부킹 닷컴이라는 사이트에서 세 가지 옵션을 정하고 같은 조건으로 여러 업체 견적을 받아보는 걸 추천한다. 투어 기간과 숙소의 형태, 차량의 종류에 따라 견적이 달라진다. 이메일로 견적 받고 적혀있는 왓츠앱으로 문의 후 예약하고 당일 현장 결재했다.
우리는 2박 3일 일정으로 미드레인지 롯지에서 숙박하고 벤 차량을 이용했다. 숙소는 저렴한 텐트형태도 있는데 전기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해서 롯지를 택했다. 숙소 타입 중에 럭셔리 호텔도 있는데 신혼여행으로 왔을 때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나이로비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때쯤 마사이 마라의 숙소에 도착했다. 늦은 점심 식사 후에 일몰 전까지 맛보기 게임드라이브를 진행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급하게 첫째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첫날부터 빅 5 중 물소와 코끼리를 봤다. 다음날은 하루 종일 사파리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국립공원에 입장하느라고 기다리고 있는데 프라이빗 사파리투어 중인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동물을 발견했을 때 서로 무전을 할 수 없다는 점이 프라이빗 투어의 단점이다. 잠깐이지만 너무 반가워하고 헤어졌는데, 이게 인연이 되어서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도 같이 여행하고 프랑스 파리에서도 만나 같이 여행한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둘째 날도 날씨가 좋지 않다. 땅이 질퍽거려서 도로 상태도 좋지 않았고 비가 와서 동물들을 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을 가지고 게임드라이브를 시작했다.
풀 뜯어먹으며 사방을 경계하는 초식동물들을 계속 지켜보다가 다급한 무전을 받고 달려왔다. 사자다. 드디어 사자를 봤다.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는 사자 무리다.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동굴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오는 소리 같다. 사자들도 익숙한 듯 차량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또 한 번 다급한 무전을 받고 이동한다. 저 멀리 모든 사파리 투어 차량들이 모두 모여있다. 땅이 너무 진흙이라 벤들은 들어가지 못하고 4륜구동차량인 랜드크루져들만 가까이 다가간다. 우리도 같은 업체의 랜드크루져 차량을 잠시 빌려 타고 가까이 다가가 나무 위에서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표범을 볼 수 있었다. 스리랑카 얄라국립공원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표범이다. 출발 전 가이드에게 요새 표범 본 적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본인도 표범 본 지 2주 넘은 것 같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역시 럭키비키시티포키였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길에 풀 숲 사이에 뭔가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수사자였다. 몇 번을 왔다 갔다가 하면서 봤는데 요지부동이다. 죽은 줄 알았는데 자세가 달라진걸 보니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코뿔소 빼고 빅 5를 다 볼 수 있었다. 성수기도 아니었는데 이 정도 본 것도 감사하고 있던 중에 치타가 나타났다. 늘씬한 게 정말 빨라 보였다. 본인 사진 찍기 위해서 휘파람을 불어재끼던 영국남자만 아니면 더 좋았을 거 같다.
게임드라이브 중에 차에서 내려 구경하는 건 불가하다. 수풀에서 동물들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이 따로 없어서 길 위에서 해결해야 한다. 사방이 뚫려있는 곳에서 앞에는 우리 차 일행들이 있고 뒤에서는 언제 다른 투어 차량들이 다가올 줄 모른다. 남자들은 그나마 빠르고 안전한(?) 처리가 가능하지만 여자들은 매우 민망하고 아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래도 게임드라이브 중에서 안전하게 하차할 수 경우가 세 번 있다. 한 번은 안전지대에서 점심을 먹을 때이고 두 번째는 강이 있는 곳에서 총든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워킹 사파리 할 때이다. 마지막은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에 도착했을 때이다.
오늘 투어의 마지막은 마사이마라의 원주민 마사이족이 살고 있는 마을 투어이다. 원래 유목민 생활을 하던 마사이족은 그들과 동물들의 안전 및 보호를 위해 정부에서 정착을 지원해 준다고 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청년이 족장의 아들이었는데 평소에는 나이로비에서 대학을 다니고 가끔 마을에 와서 투어를 진행한다고 한다. 핸드폰 쓰는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현실이었다. 입장료 개념으로 약간의 팁을 내고 마을을 구경하고 촬영도 허락해 준다. 환영의 뜻으로 간단한 의식과 불 피우는 걸 보여준다. 가기 전에는 기대했던 원주민들의 모습이 아니어서 실망했었는데 설명도 열심히 해주고 나름 실속 있는 알찬 투어여서 팁을 더 줄 만큼 만족했다.
우리가 상상하던 아프리카의 첫 여행지였던 케냐는 수도가 예상외로 너무 발달되어 있어서 의외였고 사파리투어는 역시나 흥미진진했다.
사파리 투어 전 날 잠을 설칠정도로 설레이는 나의 모습을 보며 세계여행을 떠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