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에 불가사의를 더하면 요르단
카타르 도하에서 쿠웨이트를 잠깐 경유하고 요르단으로 향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여서 여행하기 전부터 가장 걱정을 많이 했던 나라이기도하다. 2023년 12월 중순에 방문했는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한창이었다. 오픈채팅방에서 현지 분위기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여행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걱정을 하실 수도 있는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입국했다. 수도인 암만 라멘집에서 만난 친구들이 전쟁의 여파에 걱정하는 우리에게 “너네는 북한이랑 전쟁 중이지 않냐”라는 얘기를 듣고 우리나라도 평화로운 일상이지만 휴전 중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전 세계의 평화를 바라며 10박 11일 동안 여행했다.
바다에 몸이 저절로 둥둥 뜨고 뜨거운 온천수가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고 외계행성 같은 끝없이 펼쳐진 붉은 사막을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여행한 요르단의 2023년 12월 여행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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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요르단은 수도인 암만에서부터 남쪽 끝의 요르단 유일의 항구도시 아카바까지 세로로 종단했다. 역시나 암만국제공항에서 차를 렌트하여 아카바에서 반납하는 일정으로 편도이동했다.
암만에서 아카바까지 차로 네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이동에 큰 부담은 없었지만 도로상태가 좋지 않았다. 수도 암만에서 며칠 동안 시간을 보내고 남쪽으로 이동하는 길에 사해와 온천을 즐기고 페트라가 있는 와디무사로 향했다. 그리고 마치 화성과도 비슷한 지형이 인상적인 와디럼을 거쳐 아카바에 갔다. 아카바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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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요르단은 관광목적인 대한민국 국민은 1회 입국이 가능한 단수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공항에 도착해서 도착비자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미리 인터넷으로 비자를 발급받았다. 관광을 위한 30일짜리 단수비자는 몇 가지 옵션이 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요르단일정을 3박 이상 할 것인가와 페트라 유적 관람 일정이다. 요르단 패스라는 것을 발급받으면 요르단 내 주요 관광명소와 비자 발급 수수료를 무료로 해준다. 요르단에 3박 이상 여행하고 페트라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따로 비자를 발급받는 것보다 요르단 패스를 발급받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이득이다. 또한 페트라 관람을 며칠동안 할 것인지에 따라 패스의 가격이 달라진다. 워낙에 넓은 페트라 유적이기에 본인의 체력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10박 11일의 일정이었고 페트라를 2번 방문할 수 있는 요르단 패스를 구입했다. 결과적으로는 힘들어서 하루만 입장하게 됐다.
암만 (Amman)
암만에서 여행을 시작했을 때 처음 느꼈던 것은 언덕이 많다는 것이었다. 검색해 보니 가톨릭에서 중요한 이탈리아 로마와 같은 일곱 언덕에 세워진 도시라고 한다.
12월의 요르단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함이 느껴졌다. 이스탄불에서 마련한 두꺼운 옷들을 입고 여행을 시작했다. 암만에서 방문한 곳은 암만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암만 성채이다. 헤라클레스 조각상이 일부남아 있다는 헤라클레스 신전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 고대 유적지이다.
헤라클레스 신전에서 바라본 암만시내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건물이 같은 색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궁금해서 당시에 좀 찾아봤었는데 건축법상 그 지역의 돌들만 사용해야 해서 아래사진처럼 톤이 맞아지게 되었다.
사해 (Dead sea)
암만 성채를 돌아보고 곧장 사해로 향했다. 우리는 사해 바다를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호텔에 숙박하기로 하였다. 퍼블릭하게 사해에 들어갈 수 있고 샤워시설까지 갖춘 곳이 있었지만 겨울이라 운영상황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좋지 않은 도로상황으로 인해 되도록 해가 떠있을 때만 이동하려고 했기 때문에 호텔에 묵게 되었다. 사해 해안가를 따라서 호텔들이 각자의 프라이빗한 해변임을 알리며 줄지어 서있었다.
오후 늦게 도착해서 급하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호텔에서 연결된 길을 따라 사해로 내려갔다.
사해 인근 나라들은 세상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낮은 곳이다. 사해로 내려가는 길에 -422.5미터라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었다.
두 손과 두 발을 물밖으로 내놓고 물에 둥둥 떠서 신문을 읽는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지 않아서 깊이가 가늠이 안 됐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모래나 진흙은 아니었고 소금 결정들이 뭉쳐 붙어있는 돌들이 사해 바닥에 있었다. 힘을 빼고 천천히 앉는 자세를 취하자 다리가 저절로 떠올랐다.
12월 중순이었는데 그렇게 춥지는 않아서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놀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몸에 조그마한 상처가 하나라도 있는 사람은 몹시 쓰라리다는 것이다. 특별한 상처가 없어서 그냥 들어갔는데 좀 피곤했던지 손톱 반달 쪽이 따가웠으나 참고 즐길만했다. 피부에 좋다는 사해의 머드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온몸에 바르고 사해를 즐겼다.
아 그리고, 사해에서 누구나 해보는 행동도 해보았다. 짜다. 몹시 짜다. 매우 짜다.
고여있는 바다인데 어떻게 증발되지 않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정보를 찾아봤는데 강에서 끊임없이 물이 공급될 수 있었고 사막의 열기로 인한 증발의 과정을 거치며 짜고 짜디짜디 짠 사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인근나라에 설치된 댐과 가뭄으로 인해 수량이 많이 줄어서 이스라엘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마인 온천 (Ma‘in Hot Spring)
체크아웃을 하고 근처에 세계에서 유일한 온천폭포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520일간의 세계여행 중에 운전한 도로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가장 무서웠던 도로이다. 마인 핫스프링 리조트까지는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암만에서 가까운 길로 올라가면 그나마 완만한 경사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잘못 지나쳐와서 다른 길로 올라가게 됐는데 무지막지한 경사도로에 난간도 없는 좁은 도로였다.
원래 온천이라 함은 부글부글 끓는 뜨거운 물이 바닥에서 솟아오르기 마련인데 지대가 낮은 이곳은 뜨거운 온천수가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우리가 갔던 2023년 12월에는 이용할 수 있는 온천은 두 군데였다. 한 곳은 위 사진의 마인 핫스프링 리조트 내의 프라이빗 온천이고 한 곳은 걸어서 십 분 정도 거리에 떨어진 아래 사진의 퍼블릭온천이다. 리조트 내의 폭포는 위험상의 이유로 가까이 접근이 불가능하여 인공적으로 끌어온 온천수를 이용하는 것이었고 퍼블릭온천은 리조트 이용객이 아니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직접 맞을 수 있는 온천이었다.
저녁에 한 번, 아침에 한 번 갔었는데 여성 관광객 한 두 명 빼고 전부 다 남자들이었다. 여성분들은 수영복만 입고 즐기기에는 민망할 만큼 남탕이다. 월별로 온천의 온도가 40~65도 사이에서 달라진다고 한다. 뜨거운 물을 엄청 좋아하는 온천마니아 와이프는 세계여행 중 경험한 온천중에서 아이슬란드의 온천보다도 좋았다고 하니 온천 좋아하시는 분들은 강력추천한다.
솔티 락 (Salty Rock)
사해를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도로를 달리다 보면 솔티락이라는 곳이 나온다.
리조트와 연결된 사해에는 지속적인 관리를 해줘서인지 사해에 들어가서 놀기 좋은 컨디션이었는데 솔티락은 도로 옆에 차를 주차하고 사해까지 걸어가는 길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아 그리고, 이번엔 소금 결정을 맛보았다.
짜다. 쓰면서 짜다. 엄청 짜다. 퉤퉤
페트라 (Petra)
드디어 그 유명한 페트라에 도착했다. 깜깜한 저녁에 도착해서 쉬다가 아침 일찍부터 관광을 시작하지 못하고 여유 있게 준비해서 페트라 관광을 시작했다. 오히려 한적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페트라는 고대도시의 유적이다.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을 깎아서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었다. 2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엄청 넓은 유적지이다.
좁은 협곡(시크)을 따라 사진을 찍으면서 걷다 보면 페트라에서 가장 유명한 보물이라는 뜻의 ‘알 카즈네’가 모습을 드러낸다. 페트라 입구에서부터 40분 정도 걸렸는데 너무 넓은 유적지라서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다른 곳들은 포기하고 알카즈네까지만 보고 돌아간다고 한다.
알카즈네에는 맞은편 절벽에 올라가 사진 찍는 명당이 있다. 우리도 기대하면서 도착했는데 2023년 12월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어 있었다.
계속 걸어가다 보면 나바테아 원형극장과 왕들의 무덤 등의 유적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수도원이다. 그늘하나 없는 구간이 꽤 긴데 더운 여름에 왔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계속 걸었다.
수도원까지는 페트라입구에서부터 약 6km가 넘는 거리이고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마지막구간이 계단으로 된 오르막길이다. 마감시간이 가까워오고 있고 힘들까 봐 걱정하는 우리에게 동키영업하시는 분들이 다가왔다. 아마도 이곳에서 거주하는 베두인들 같다. 이곳이 관광지가 되기 훨씬 오래전부터 대대로 살고 있던 사람들이다. 너무 비싸서 거절하다가 오늘 첫 손님이라는 얘기를 듣고 맘이 흔들려버렸다. 편도 40분 거리의 800개 계단을 왕복 40분이면 가능하다고 해서 맘이 세게 흔들렸다. 결국 흔들리는 동키에 탑승했다.
1920년대부터 시작하여 아직도 극히 일부밖에 발굴하지 못했다고 하는 페트라에서 알카즈네에 이어 두 번째로 유명한 수도원이다. 아래 사진의 사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높이 45m, 아파트 15층 정도의 엄청난 규모이다. 돌을 깎아서 만들었다니 진짜 대단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페트라의 밤을 즐길 수 있는 나이트 페트라 투어가 있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가기로 했다. 요르단패스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밤이 깊어가는 8시 15분에 입구에 모여서 출발했다.
촛불 켜진 길을 따라 사람들과 함께 시크를 걷는다. 나이트 페트라는 알카즈네에 조명을 켜놓고 간단한 피리쇼 공연을 보는 것이다. 화려한 분수쇼와 레이저쇼를 아랍에미레이트에서 보고 온터라 쇼 자체는 시시하게 느껴졌지만 좁은 협곡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들은 그 어느 밤보다도 환상적이었다.
와디 럼 (Wadi Rum)
요르단에는 굵직굵직한 관광지가 많다. 사해와 마인온천, 페트라 그다음은 와디 럼이라 불리는 지구 같지 않은 생소한 지형이다. 화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션’과 외계행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 ‘듄’의 촬영지라고 한다.
리셉션에 도착하면 와디럼 내부에 차를 가지고 들어 갈 수 있는 가이드들이 영업을 시작한다. 우리 차는 가지고 들어 갈 수 없다고 해서 가장 유명한 코스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동행하기로 했다. 한 가지 신기했던 건 우리가 가기로 한 투어내용을 근처 오피스에 있는 누군가에게 확인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보다는 가이드들에게 적절한 금액에 가이드하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덜컹대는 개조 픽업트럭을 타고 두 시간을 돌아봤다. 가이드의 장난질 덕분에 원하는 사이트를 모두 보지는 못했다. 인심 좋은 척 원래 계획에 없던 가까운 곳에 데려다주고 여기도 구경해 보라고 했을 때 싫다고 했어야 했는데 우리 맘대로 다섯 군데를 보여주는 줄로 좋게만 생각했다. 두 시간 안에 우리가 정한 네 군데를 가는 게 아니라 가이드가 껴넣은 것까지 카운트하면서 네 군데 다 돌아봤으니 더 보고 싶으면 추가요금을 달라고 한다. 참 치사했다.
요르단 유일의 항구도시 아카바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늦은 밤에 이집트로 출발하는 배를 기다렸다. 아카바에서 이집트의 누웨이바라는 곳으로 가는 배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세계여행자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집트의 다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