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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더 그랜드 미국_동부 1편

콘크리트 정글 뉴욕관광

by 우당퉁탕세계여행

여행 시작 전부터 와이프의 원픽 도시였던 뉴욕에서 정말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관광을 했다. 우리의 여행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자면 휴양과 관광, 그리고 모험으로 나눌 수 있을 거 같다. 인도네시아 발리와 갈라파고스에서는 휴양을 주로 했고, 인도와 스리랑카에서의 도시 간 이동이나 아프리카에서의 사파리 투어는 모험이었다.

그리고 뉴욕은 미국내에서도 관광객 수 압도적 1위인 도시답게 관광에 특화된 도시 같았다. 자유의 여신상과 센트럴파크 같은 유명한 랜드마크나 브로드 웨이 공연, 전망대 등 볼 것도 많고 유람선이나 하이라인 등 즐길거리도 많았다.

맨하튼 건너편 웨스트 뉴욕에서 바라본 뷰

미서부를 캠핑카로 모험하고 나서 라스베이거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머물렀던 도시 중 가장 크고 화려했다. 세계여행 중 가장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한 도시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도시가 바로 뉴욕이었다.

우리의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한 2024년 7월 말, 9박 10일간의 뉴욕 여행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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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및 일정

서울의 면적보다 약간 큰 뉴욕에서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했다. 우리나라 서울에서 티머니를 이용하는 것처럼 뉴욕도 옴니(OMNY)라는 비접촉식 요금 결제 시스템이다. 뉴욕에 도착하자 사용 중인 아이폰에서 신용카드와 연결되어 활성화가 가능했다.

뉴욕에는 많은 관광업체가 공연이나 뮤지엄의 입장권이나 액티비티를 할인된 금액으로 묶어서 판매하는 상품들이 많은데 우리도 그 상품 중 하나를 이용하기로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들 7가지를 묶어서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미리 뉴욕여행일정에 대한 계획을 충분히 세우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한 여행을 위해 선택한 것도 있었는데 생각처럼 편안하지가 않았다. 어떤 상품은 입장권을 메일로 수령했지만 어떤 상품은 여행사 사무실로 찾아가 직접 수령해야 했다. 인터넷으로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직접 예약해야 하는 상품도 있었고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야 하는 상품도 있었다. 좀 더 수동적으로 여행하고 싶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뉴욕시 (New York City)


우리가 여행한 뉴욕시는 뉴욕주에 속한 인구 850만 명의 대도시다. 뉴욕시는 크게 5개의 자치구로 나뉘는데 우리는 맨해튼 바로 건너편 퀸즈 지역에 숙소를 잡았다.

출처 : green blog

뉴욕 여행을 앞두고 높은 물가를 걱정하며 가성비 숙소를 찾아보았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으로 해당 날짜를 검색해 보고 그중 가성비 좋았다는 후기가 있어 금액을 봤는데 1박당 30만 원이다. 9박을 예약하니 조금 저렴해지기는 했는데 여전히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갔던 시기에, 우리가 원하는 깨끗하고 주방 딸린 숙소 컨디션으로 찾으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외식을 줄이고 직접 장을 봐서 해 먹는 것이 우리의 여행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었다.



DAY 1

뉴저지 한인타운


한국을 떠난 지 1년이 넘어가자 국제 운전면허증과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PP카드의 유효기간이 지나버렸다. 국제 운전면허증은 샌프란시스코의 친구한테 부탁해서 수령했고 PP카드는 뉴저지에 살고 계시는 지인분께 받기로 했다.

뉴저지에도 한인타운이 있는 줄 몰랐다. 드라이브를 시켜주셔서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산다는 부촌에도 가보고 한식도 먹고 미용실도 가고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건너편에서 바라본 맨해튼



DAY 2

소호 - 브루클린 덤보 - 밀레니엄 브릿지

우리가 구매한 총 7가지 뉴욕관광상품의 개별예매를 위해서는 동선을 짜고 인터넷 예약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둘째 날은 자유여행을 하기로 했다. 소호 거리를 첫 번째 목적지로 하고 뉴욕의 거리를 걸어 다녔다. 한 여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미서부 사막에 있다 와서 그런지, 아니면 조금씩 열려있는 상점의 문틈으로 에어컨 바람이 새어 나와서 그런 건지 그렇게 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완벽한 여성을 구하는 남자들



덤보 (DUMBO)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


뉴욕 관광지 중 가장 유명한 포토스팟 중 하나이다. 덤보는 코끼리가 아니라 맨해튼 다리 고가도로 아래라는 뜻이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2024년 7월 말에는 가장 잘 보이는 건물의 파사드를 보수 중이었다. 그것도 몹시 신경 쓰이는 파란색 안전보호망을 두른 채로.

브릿지 아래 기둥사이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담아야 하는데 실패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저녁 8시쯤 갔는데 해가 넘어가고 있어서 참 예뻤지만 단독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맨해튼 브릿지 기둥사이로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이 보인다는 걸 지금 글 쓰면서 알게 되었다. 또 뉴욕을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브루클린 브릿지 파크 (Brooklyn Bridge Park)


브릿지쪽으로 걸어가면 브루클린 브릿지 파크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강가에 앉아서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스트 리버라고 해서 강인줄 알았는데 사실 조수차가 발생하는 해협이라고 한다.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 시야가 좋아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사람들 틈에 섞여 가만히 앉아서 맨해튼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다.

강변을 따라 레스토랑들도 있고 유리 파빌리온 안에는 제인스 캐러셀 (Jane’s Carousel)이라는 회전목마도 있었다. 1922년에 만들어진 회전목마를 복원해 설치해 놓았는데 성인들도 탑승가능하다고 한다.

브루클린 브릿지 파크에서 맨해튼을 바라보고 오른쪽은 브루클린 브릿지고 왼쪽은 맨해튼 브릿지다. 두 다리 사이에 위치한 예전 산업지역의 버려진 창고와 폐허들이 아주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사례이다.

뉴욕 시내를 돌아다닐 때는 고층건물들 사이로 하늘이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곳은 시야를 가리는 구조물들이 사라져 건너편 맨해튼의 스카이라인도 잘 보이고 시야가 틔어있어 시각적으로 해방감을 주는 곳이었다.



DAY 3

베슬 - 하이라인 - 첼시마켓 - 선셋크루즈 - 타임스퀘어




베슬 (Vessel)


오늘은 선셋크루즈를 예약해 놔서 맨해튼 서쪽의 허드슨 강변인근을 관광을 하기로 했다. 타미스에서 구매한 크루즈 티켓은 꼭 실제 크루즈 티켓으로 교환해야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탑승 가능한 티켓으로 바꾸기 위해 선착장에 갔다가 베슬이라는 구조물을 보러 갔다. 기차들이 줄지어 서있는 정류장 건너에 높은 빌딩들을 배경으로 베슬이 보였다.

영국출신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설계한 전망대로서 허드슨야드 재개발의 상징적인 랜드마크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안전상의 이유로 올라갈 수 없었는데 2024년 10월 이후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서 1층과 2층을 개방했다고 한다. 높이 46미터에 구릿빛 외관으로 예전 고가도로를 재개발한 하이라인(High Line)이라는 산책로의 초입에 위치한다.



하이라인 (High Line)


뉴욕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의 옛 화물철로를 개조한 고가 선형 공원(길이 약 1.45마일/2.3km)이다. LA에서 방문했던 더 브로드 미술관을 설계한 Diller Scofidio + Renfro (디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도 하이라인 설계에 참여했다고 한다.

초입에 위치한 베슬에서 출발하여 첼시마켓에 가기 위해 걸어갔다. 우리나라 서울역 고가에 설치한 서울로 7017과 마찬가지로 고가를 공원과 산책로로 재개발한 사례인데 느낌이 많이 달랐다. 연간 약 800~1,000만 명이 방문하는 국제적 명소를 직접 와보니 아직은 지역 주민 활성화 중심의 상권연결 기능을 하는 서울로 7017의 역할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산책로의 길이가 서울로 7017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인 하이라인은 허드슨강이 가깝고 산책을 하면서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봤던 MOMA건물을 리모델링한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설계한 Lantern House라는 주거건물이 산책로에 인접해 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MOMA 미술관

화창했던 케이프타운의 날씨와 흐렸던 뉴욕의 날씨 탓이었는지 유리의 색이 많이 달랐다. 렌턴하우스는 주거건물이었기에 용도가 미술관이었던 모마와는 달라서 저런 파사드를 사용한 실제 실내 환경이 궁금했지만 당연하게도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하이라인을 산책하면서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은 민원에 대한 점이었다. 고가 산책로에 바로 붙어서 주거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설치해 놓아서 내부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실 사용자로서 너무 불편할 거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원에 부딪혀 진행조차 되지 않았울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고가철로를 하이라인으로 재개발할 때 주거민 프라이버시 문제와 소음 민원이 개발 초기부터 끝까지 계속 논의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적절한 조경 식재와 반투명 가림막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운영시간 조정,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서 운영된다고 한다.



첼시마켓 (Chelsea Market)


맨해튼 서쪽의 허드슨강에서 출발해 중간에 쉬엄쉬엄 걸어서 약 두 시간 만에 첼시마켓에 도착했다.

원래는 Oreo 등을 만드는 과자공장이었는데 1990년대 후반 리노베이션을 통해 푸드마켓과 사무실들이 있는 복합시설로 탈바꿈되었다. 내부는 공장이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조적벽체와 지붕 구조들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목적은 건축물이 아니라 Oyster(굴)이다. 첼시마켓에는 다양한 뉴욕의 굴을 맛볼 수 있는 유명한 오이스터 바가 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너무 비싸다는 후기들이 있어 게살버거로 간단히 배를 채웠는데 그 또한 가격이 만만치 않다.

크기와 맛으로 구분해 놓은 굴이 12종류나 있었다. 궁금했던 맛 몇 가지만 골라서 주문했다. 한 개에 3.5 USD, 한화 약 4,800원이기 때문에 배를 채우기 위해선 한국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자유의 여신상과 선셋 크루즈

(Statue of Liberty Sunset Cruise)


오늘의 메인이벤트 선셋 크루즈를 타기 위해 CITI BIKE라는 공유자전거를 타고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최소 한 시간은 일찍 가야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해서 50분 정도 일찍 갔지만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날씨가 좋을 때는 2층 야외석이 가장 먼저 찬다고 하는데 우리는 운 좋게 2층의 가장 뒷자리 가운데에 앉을 수 있었다.

선셋 크루즈는 약 두 시간 동안 뉴욕의 주요 명소를 지나며 노을을 감상하고 자유의 여신상까지 보러 갔다가 돌아오면서 뉴욕의 야경을 즐기는 투어다. 가이드가 주요 명소를 지날 때마다 설명을 곁들여 준다.

빼곡히 들어서 있는 뉴욕 시내의 고층 건물들을 멀리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허드슨강 위에서 실컷 볼 수 있었다. 워낙 고층건물들이 많은 도시라 자신만의 정체성을 뽐내기 위해 흔히 볼 수 없는 형태의 건축물들이 많아서 눈이 즐거웠다.

저 멀리 보이던 자유의 여신상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자유의 여신상 크라운에 전망대가 있어서 알아봤는데 매진이어서 포기하고 크루즈에서만 바라봤다.

마침 전날밤에 브루탈리즘이라는 영화를 봤었다. 옛날에는 배를 타고 미국뉴욕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처음 보고 미국에 왔음을 알았다고 한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땅에 도착한 사람들을 처음 맞아줬던 자유의 여신상이다. 나에게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까지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돌아오는 길, 날이 점점 더 어두워지자 고층빌딩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온다. 말이 필요 없는 경치다. 세상 어느 나라 어느 도시도 이런 풍경은 없을 것이다. 내가 더 잘났다며,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경관을 해치는 조명을 사용하지 않았다. 분명 여느 도시보다도 화려한데 질서가 있다고 느껴졌다.

강물에 비쳐 반사되는 빌딩들의 불빛이 대자연의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오늘만큼은 대자연보다 도시가 더 좋을 예정이다.



타임스퀘어 (Times Square)


타임스퀘어는 뉴욕 맨해튼의 가장 번화한 교차로 겸 관광 명소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온사인 거리이다. 비록 2007년에 타임스퀘어 본사는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타임스퀘어라 불리며 수많은 새해를 맞이할 것이다. 드디어 이곳에 왔다는 기쁨도 잠시,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시시각각 바뀌는 화려한 광고판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공연소리, 호객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 호시탐탐 남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람과 그를 뒤쫓는 사람 등 너무나도 혼란한 환경이 방금 전 뉴욕의 야경을 여유롭게 즐기고 온 감흥을 깨뜨려버렸다.

메인이라고 생각되는 정면의 One Times Square 빌딩 쪽으로 인파를 뚫고 걸어가자 Red Stairs(레드 스테어)라는 계단 구조물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계단에 올라서서 반대방향의 타임스퀘어를 바라보며 기념사진을 남긴다.

사진에 나 혼자 나오는 단독샷도 아니고 그냥 내가 사진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사진을 찍고자 노력했는데 하단의 사진정도가 최선이었다. 우리처럼 다른 사람들도 오래 기다린다.

영화역사상 가장 비싼 장면중 하나라는 탐 크루즈 주연의 바닐라 스카이라는 영화 오프닝 장면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이해가 됐다. CG 없이 실제로 타임스퀘어를 완전히 통제한 상태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이곳에서 외쳐보기를 희망하며 다음 이야기도 미국 동부 여행 뉴욕 2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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