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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Apr 22. 2023

30대 공시 장수생들은 포기를 못하고 있다.

포기할 용기

운 좋게 자격증을 취득해 기계분야 공무직으로, 지방기업에 몸을 담게 되었다. 주위에 친구들 중 일부는 공무원이 되었거나, 공기업 혹은 공공기관이나 군, 혹여는 출자출연기관 등에서 다양한 형태(정규직, 공무직, 군무원, 공무원 등)로 일하고 있고, 또 다른 일부는 몇 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공무원 시험준비, 공기업 NCS준비 등으로 많은 청춘을 소비하고 있다. 1년, 2년, 그리고 3년. 그 이후로 가면서 장수생이 되어 버린 그들이, 그동안 공부해 온 것을 포기하는 것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이직이든, 새로운 분야에서 시작이든, 공시든.)




나도 그렇다.

2019년 8월 다니던 회사가 망함으로써, 2020년에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공시생이 되었었지만, 나는 '딱 1년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공시는 포기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나는 공부를 시작했고 실패했다. (작가의 이야기)


누군가는 1회 차 때 합격하고,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네티즌들은 개나 소나 다하는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공시 공부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절대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내 주변에 1년 안에 승부를 본 친구들은 세상과 단절하며, 고독을 씹으며 골방에 틀어박혀 공부했다. 스스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내 주변에 제법 많은 친구들이 같이 시험을 준비했었는데, 몇몇을 제외하고는 최근까지 공부를 포기하지 못하고 장수생의 길에 들어선 친구들도 많다. 수많은 주변의 유혹과 너무나 높은 기대치.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부족, 무엇보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기에 공부마저 포기하는 려움이 그들을 장수생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소다.




30대에 공시준비를 시작한 장수생들. 

"취직하기 싫으면 공무원이라 돼라. 너 공부 좀 했잖아"라는 부모님과 친구들의 권유와 희망고문.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에, 기술전공자도 아니기에 무작정 선택한 행정직 포지션.

 "나도 학창 시절엔 나름 공부 좀 했는데 안정적이지 못하고 힘들기만 한 사기업을 탈출해 안정적이고 편한 나라밥을 먹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이들.

기술로 취직하기 힘든 미묘한 성적의 이과생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수많은 고스펙 문과생들, 대기업은 못 가고 중소기업은 가기 싫은 어정쩡한 모든 스펙의 지원자들 공시로 몰린다.


몇 년을 투자한 후 정신을 차려보니, 현재 그들이 가진 것이라곤, 어디서 쓸 수도 없는 공시과목(국영한 행정법/학) 지식과 주변의 헛된 기대로 가득 찬 환경뿐이다.

나이 30이 넘도록, 기사자격증 하나 없고, 영어성적은 물론 운전면허조차 없다.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선 대졸자로서 최소 기사 자격증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몇 년간 해온 행정지식을 버리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새로운 지식을 공부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게다가 4년제 대학까지 나와서 생산필드로 나아간다는 상상은 더더욱 되지 않는다. 해보지 않은 일이니까. '내가 겨우 생산직 일하려고 4년제 대학 나왔나?'라는 생각이 스스로로부터, 주변 환경으로터 피어오른다. 몇 년시간을 투자해 임용에 성공한 주변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이야기가 그들을 더욱 희망고문 한다.


나처럼 생산직에서 근무해 보았거나, 전혀 새로운 길의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방향전환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해야 하는지, 할 수 있는지 조차모르고 용기가 없는 들은 장수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


내 주에도 4수째에 아슬아슬하게 임용에 성공한 경우도 있고, 공기업 최종면접에서 번번이 실패하여, 아쉬움을 달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태양에 다가간 이카루스처럼 커트라인에 다가갔지만 한두 문제 차이로 떨어진 경우도 있었고, 그 근처에 조차 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주변과 가족의 너무 높은 기대치에 못 이겨 "더 이상 못하겠다"라고 말하지 못장수생도 있다.




브런치에서 글을 다 보면, 포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공무원 그만뒀습니다." "공기업 때려치웠습니다." 같은 글들. 의원면직에 용기가 필요한 일이란 걸 잘 알지만, 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공시 공부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고 생각한다.


재수정도가 공시든 NCS든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허들이라고 생각한다. 3 수부터는 포기할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갖지 못하면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장수생의 무한 루프에 빠질 수 있다. 나도 '1년 안에 안되면 포기하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마 장수생이 되었을 것이다. 부족한 영어성적과 잘 모르는 행정직 도전이었으니까.


절대평가의 영역에서 나이가 들어 기억력의 퇴보가 일어나는 30대 공시생들이 젊고 똑똑한 20대의 공시생을 이기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회사 NCS결과만 봐도 면접에 오는 분들이 20대가 30대보다 많은 게 현실이다. 이제 주위를 둘러보고 가진 걸 내려놓고, 시선을 아래로 향할 때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하는 건 스스로를 옥죄는 일이다. 과감히 용기를 내서 포기를 함으로써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


세상 모든 30대 공시생분들응원다.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목표는 가깝지 않다. 포기도 하나의 방법이다. 혹자는 "니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이야기하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제대로 자각해야 한다.


꿈만을 좇기에 세상은 낭만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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