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그 일을 하고 있어?
뜬금없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 정말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직업적 일(공간 디자인)과는 다른 성격의 또 다른 무언가(글쓰기와 책 읽기 등)가 생활의 일부가 되고 이렇게나 가까워질 거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
시도는 수 없이 해봤지만 얼마가지 않았다.
‘의지가 약했거나’, ‘동기가 부족했거나’, 또는 ‘하기 싫었거나’ ,‘책을 읽거나 나에 대해 글을 쓰지 않아도 할 게 많아서’ 정도가 이유라면 이유였을까?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았지만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지 못한 채, 뒤죽박죽인 채로 ‘하던 거니까 그냥 하는 삶‘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기에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그렇게 서른아홉이 되어서야 다르게 살고 싶다는 열망의 몸부림에 스스로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괜찮아?’
’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일을 너무나 좋아해서, 지금까지 10년 넘도록 했으니까,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등등등..
그런 대답은 과거에도 했었다. 그런 걸로는 부족했다. 나의 인생 전체를 두고 한없아 가벼운 대답으로는 더 이상 해소되지 않았다. 마치 모레로 만든 성 같았고 언제든 썰물에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만큼 나에 대해 몰랐고, 알고 싶지 않은 지난 과거였으며 책임감 넘치는 사람이라고 자부했지만 허울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책 몇 권을 구매했다.
데일카네기의 ‘자기 관리론’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왜 이 일 하는가’
사이먼 사이넥의 ‘Start with why’
제임스 클리어의 ‘작은 습관의 힘’
짐 퀵의 ‘마지막 몰입’
자기 계발서를 이유 없이 싫어했고 끌어당김은 정신병자들의 구실 좋은 주문이며 마인드셋은 관심도 없었던 사람 중 하나였던 내가 유명하다는 책을 하나둘씩 구매해서 책상에 올려두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페이지를 읽는 게 어찌나 어렵고 왜 그렇게 글자가 눈앞에서 날아다니던지.. 괴로웠지만 그냥 시작했다.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왜냐하면 이유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방식을 가진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나와 일, 삶과 사회생활의 경계가 뒤죽박죽이었다. 나에 대해 뒤돌아 볼 시간이 없었고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정의하지 못한 채 불과 얼마 전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글로 나를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삶에서의 값진 경험과 이유를 알아가고 있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아이가 잠들면 찾아오는 고요한 밤, 하루를 마무리하며 손에 집히는 책을 읽고, 쏟아지는 잠을 쫓으려 이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글도 쓰고 있다.
계속 일만 열심히 하며 살았다면, 어렵고 낯설지만 시도해 보지 않았다면 디자인 제안서나 보고서, 이메일 말고 써 볼 기회가 있었을까?
책과는 먼 삶을 살던 내가 나에 대해 던진 질문에 답을 찾고자 그렇게 책 읽기를 하고 있다.
매일 책 읽기 시작한 지 오늘(3월 20일)로 10달째가 되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감사와 확언의 글 쓰기를 165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쓰면서 여전히 스스로 답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이 전부가 아닌 ‘삶에서 일부인 일’도 사랑하기 위해 ‘왜’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는 아주 수줍게나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행복함을 주고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어.”라고.